여직원 대표 활동 이후 찾아온 지방 발령끝내 자신의 양심과 타협하지 않아안정된 대기업을 떠나는 선택은패배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결단

[편집자 주] 물치유 전도사로 알려진 (주)물들임 정연숙 대표의 생애를 따라가는 연재를 합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한 어린이의 호기심이 어떻게 소명이 되었는지, 상처를 보던 시선이 어떻게 치유의 길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물을 통한 몸의 회복이 어떻게 마음의 회복과 연결되는지를 차근히 풀어봅니다. 독자에게도 잊고 있던 자신의 ‘마음의 씨앗’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 시작
여직원 대표로 활동하며 회사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려 했던 정연숙 씨는 결국 조직의 거센 반발과 지방 발령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모두가 옳다고 말했지만 끝까지 함께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연재 10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는 홀로 남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싸움은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회사와의 싸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지방 발령 통보를 받은 뒤 그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출근은 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냥 버틸까. 아니면 여기서 멈춰야 할까.'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갔다. 안정된 직장을 포기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부모님도 걱정하실 것이고, 주변에서는 분명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길, 회사 건물 한참 바라봐
어느 날 퇴근길, 그는 회사 건물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드나드는 출입문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지키려고 이곳에 남아 있는 걸까. 월급일까. 직장이라는 이름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시선일까.'
질문은 단순했지만 대답은 오래 걸렸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하나씩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분명한 사실 하나가 보였다. 회사를 잃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이 더 두렵다는 사실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선택의 갈림길을 만난다. 겉으로는 직장을 계속 다닐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시간이다. 선택은 환경을 바꾸기 전에 사람을 먼저 바꾼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고민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그는 사표를 쓰기로 결심했다. 사표 한 장을 꺼내 놓고도 한동안 펜을 들지 못했다. 종이 위에 이름을 쓰는 일이 이렇게 무거울 줄은 몰랐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적을 때마다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사회 초년생으로 첫 출근하던 날, 설레는 마음으로 받았던 사원증, 동료들과 웃으며 일했던 시간들…. 그러나 마지막 서명을 마치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은 차분해졌다.
'그래, 이제 내가 내 인생을 선택하는구나.'
그는 사표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그 봉투 안에는 사직서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남의 기준에 맞추며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도 함께 접어 넣고 있었다. 사표를 제출한 뒤 책상을 정리했다. 서랍 속에는 메모지 몇 장과 볼펜, 작은 가족사진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사원증을 반납하고 회사 건물을 걸어 나오는 순간,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마음은 묘했다. 앞날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적어도 나는 나를 배신하지는 않았다.'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회사를 떠난 자신을 실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조금만 참지 그랬느냐"는 말을 적지 않게 들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돌아보니 그날은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인생 가장 큰 실패가 중요한 전환점
만약 그때 현실과 타협했다면 그는 안정된 직장을 얻었을지는 몰라도 지금의 삶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건강을 연구하고, 자연치유를 실천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일으켜 세우는 길 역시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에는 잃어야 비로소 얻는 것이 있다. 그는 직장을 내려놓았지만 대신 자기 삶의 방향을 얻었다.
정연숙 씨는 그날 사표를 쓰며 하나의 진실을 배웠다. 포기는 길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은 길을 바꾸는 것이다.
그에게 사표는 패배를 인정하는 종이가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남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첫 번째 선언이었다. 그 선언은 훗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회복시키는 더 큰 여정의 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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