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시 강경여고 시절두려움보다 믿음이 앞섰던 순간,한 여학생의 방향이 드러나다
[편집자 주] 물치유 전도사로 알려진 (주)물들임 정연숙 대표의 생애를 따라가는 연재를 합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한 어린이의 호기심이 어떻게 소명이 되었는지, 상처를 보던 시선이 어떻게 치유의 길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물을 통한 몸의 회복이 어떻게 마음의 회복과 연결되는지를 차근히 풀어봅니다. 독자에게도 잊고 있던 자신의 ‘마음의 씨앗’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장공비는 반드시 잡아야 할 대상"
그날, 정연숙 양은 학교로 가지 않았다. 아침 종이 울릴 시간이었지만 그는 교문이 아닌 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방은 메고 있었지만 목적지는 교실이 아니었다. 무장공비를 잡아 신고하겠다는 생각이 그를 움직이고 있었다.
당시 뉴스와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서 무장공비는 막연한 공포이면서도 반드시 잡아야 할 대상으로 그려졌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자연스럽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해보면 안 될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때 학교에서 배운 무장공비의 모습도 또렷이 남아 있었다. 개구리 무늬의 군복 비슷한 옷차림, 흙이 묻은 군화, 침낭이 얹힌 배낭, 그리고 주변을 예리하게 살피는 눈빛.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던 어느 순간, 비슷한 차림의 수상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를 발견하는 순간, 정연숙 양의 발걸음은 이미 그 사람을 뒤따르고 있었다.
개구리 무늬의 군복 비슷한 옷차림...
“그래, 한 번 가보자. 무장공비면 신고해야지.”
그 한마디로 방향은 결정되었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산을 향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탈로 보기 어렵다. 한 사람의 내면에 자리 잡은 정의감과 행동성이 동시에 드러난 순간이다. 많은 사람은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데 그는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도 먼저 몸을 움직였다. 그 차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방향에서 비롯된다. 과감함은 두려움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보다 앞서는 확신이 있을 때 나타난다. 그는 이미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한다’는 기준을 마음속에 세우고 있었던 셈이다.
정의감과 행동성 동시에 드러나
그는 산으로 올라갔다. 길은 낯설었고 주변은 고요했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바람이 스치는 소리만이 또렷하게 들렸다. 혼자라는 사실이 점점 실감나자 마음속에서 작은 질문이 올라왔다.
“혹시 진짜 무장공비가 있으면 어떡하지?”
그 질문은 분명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또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 아닌가.’ 그 믿음이 두려움을 밀어냈다. 발걸음은 끝내 멈추지 않았다.
산속을 한참이나 헤맨 끝에 그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무장공비는 없었고 신고할 일도 없었다. 결국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였다.
산속 헤맨 끝에 아무 것도 발견 못해
그러나 그날의 경험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통해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몸으로 확인했다.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결과는 없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생애기록치유는 바로 이런 경험을 다시 의미화하는 과정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과가 없는 하루였지만, 그 안에는 한 사람의 기질과 방향이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는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옳다고 믿는 일 위해 먼저 움직였다"
결과보다 과정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경험은 이후 삶에서 반복되며 점점 더 단단한 태도로 자리 잡는다. 작은 행동 하나가 결국 한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지금 그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그때는 그냥 했던 것 같아요.”
그 말 속에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결과에 매이지 않고 과정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삶, 그것이 그를 지금까지 이끌어온 힘이었다. 그 힘은 이후 사람들의 삶을 돕는 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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