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선거전화가 쌓아 올린 일상의 피로김승환 전 전북도 교육감, 전화 가려 받는 기준 공개무례가 아닌 자기관리, 거절의 심리적 효과전화를 관리하면 마음의 리듬이 돌아온다

전화벨이 울렸다. 딱 한 번, 짧게. 집중해서 일을 하던 손이 멈췄고, 머릿속 문장은 끊겼다. 화면을 보니 낯선 번호였다. 받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화는 끝났는데, 일은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방금까지 붙잡고 있던 생각이 사라졌고,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에너지는 빠져나간 뒤였다.
이런 경험은 낯설지 않다. 바쁠 때 울리는 스팸 전화, 선거가 다가오면 쏟아지는 선거 홍보 전화, 쉬는 시간에 걸려오는 상업성 홍보 전화는 통화 여부와 상관없이 집중을 끊고 감정을 건드린다. 전화를 받으면 언짢고, 받지 않아도 찜찜하다. 이 작은 자극이 반복되면 하루의 리듬과 심리적 안정은 조금씩 무너진다.
이런 일상의 피로를 정확히 짚은 글이 최근 공감을 얻고 있다. 김승환 전 전북도교육감이 지난 12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전화를 받는 원칙’이다. 그는 △070 번호와 국제전화는 받지 않고, △저장되지 않은 010 번호에는 문자로 신원을 먼저 묻는다. △신호만 울리다 끊긴 전화는 다시 오지 않으면 지나치며, △저장된 번호라도 통화하고 싶지 않으면 받지 않는다.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정치 문자와 의정보고 문자 역시 읽지 않는다.
이 방식은 냉정한 차단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일상에서 해오던 행동을 또렷한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다. 집에 있다고 해서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을 모두 맞아들이지 않듯, 전화도 무조건 응답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태도다. 김 전 교육감의 원칙은 전화를 거절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과 심리를 관리하는 기준에 가깝다.
이 글이 공감을 얻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화는 더 이상 순수한 소통의 상징이 아니다. 때로는 목적 없는 침입이고, 때로는 타인의 일정이 나의 하루를 흔드는 통로다. 이런 상황에서 ‘받지 않는 선택’을 명확히 해주는 기준은 불필요한 죄책감과 망설임을 덜어준다. 스스로를 지키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심리적 안도감도 크다.
생활건강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집중을 반복해서 방해받으면 뇌는 계속해서 전환 비용을 치르게 되고, 그 결과는 피로와 짜증으로 돌아온다. 휴식 중 울리는 전화는 몸은 쉬고 있는데 신경계만 깨어 있는 상태를 만든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수면의 질과 정서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몇 가지 전화 대응 지혜를 덧붙일 수 있다. 정말 급한 전화는 반드시 다시 온다. 한 번 울리고 사라진 전화에 즉각 반응할 필요는 없다.
전화보다 문자를 우선하면 불필요한 통화는 자연스럽게 걸러진다. 지금의 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집중이 필요한지, 쉬어야 할 시간인지가 우선이다.
받지 않는 것도 분명한 의사 표현이다. 침묵은 무례가 아니라 경계 설정이다. 전화는 명령이 아니라 요청이며, 응답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언제나 수신자에게 있다.
김승환 전 교육감의 원칙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전화를 관리하는 일은 곧 삶의 리듬을 관리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무작위로 울리는 전화에 하루의 감정과 에너지를 내어주지 않는 것, 그것은 예민함이 아니라 생활건강을 지키는 선택에 가깝다. 작은 기준 하나가 하루를 덜 피곤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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