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고교 수학, 심화과정 일반과정으로 따로 운영합시다

수학 잘하는 학생 위한 심화과정, 잘 못하는 학생 위한 일반과정두 과정으로 이원화하여 수학으로 고통 받는 부담감 덜어주자왜 쓸데없는 데 시간과 돈 낭비하면서 아이들을 괴롭혀야 하나

라이영 씨.

[특별 기고] 도쿄대 입시 문제 풀이에 도전했던 인공지능 토다이 로봇 프로젝트(Todai Robot Project))는 폐기되었다. 2016년에 치러진 도쿄대 본고사 수학과 논술에서는 충분히 합격하고도 남을 만한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한 아라이 노리코(Arai Noriko) 교수는 인간은 의미를 이해하면서 문제를 푸는데, 암기만 하는 토다이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수학 문제가 있고 풀이가 있다면 풀이 과정의 논리성과 함께 그 과정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하는데, 토다이는 수학 문제를 풀면서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답을 내놓는다며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이 공감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니 비록 토다이가 토쿄대 입학에는 성공할지언정 더 이상 개발하는 건 큰 의미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암기식 교육이 더 이상 진행되어선 안 될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토다이 프로젝트 포기 소식을 들었을 때, 여태 잘해 왔는데 참 아깝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실패로 드러난 부분을 인정하는 모습이 좋았고, 그게 참 멋져 보였다. 아마도 십 년 안에 토다이 프로젝트는 세상 사람들에게 알파고 같은 충격을 주며 보란 듯이 다시 되돌아 올 것이라 믿는다.

시험에서 60점을 받을 정도의 수학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란 늘 60점에 그치지 않고 90점 너머에 있지 않은가. “너 조금만 공부하면 60점이야, 30점보다는 두 배잖아?” 이렇게 몇몇 학생을 꼬실 수도 있겠지만 고등학생 정도면 공부해서 60점 받느니 차라리 안 하는 걸 선택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실만 가도 수학을 가장 좋아한다는 학생을 절반 넘게 볼 수 있다. 그런 학생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수포자가 되는 게 현실이다. 실제 인문계 학생 절반은 수포자고, 수능에서 잘만 찍어도 5등급을 받을 수 있다 한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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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어렵고, 더군다나 짧은 시간 동안 정답을 맞혀야 하는 시험 수학은 더 어렵다. 비록 어려운 본고사 수학 문제도 풀었던 토다이 로봇 프로젝트가 폐기되었지만 토다이조차 시험 수학을 다뤄내기가 만만찮았다는 게 현실이다. 가끔 수학이 어렵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몇몇 학생들에게만 그렇지 대부분 학생들에게는 거짓말이다. 수많은 학생들은 재미가 없어서 그러기도 하지만 사실 어려워서 수학을 포기한다. 사람들은 어떤 일을 포기하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 부족을 내세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 포기한다 하지 않고, 대부분 이러 이러한 사정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변명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이 재미없다며 포기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수포자가 이렇게 많은 현실은 바로 수학, 특히 시험 수학이 어렵다는 걸 잘 드러낸다.

이런 현실에서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사람들한테는 욕심이 존재한다. 내 실력과 상관없이 남이 잘 되는 걸 시기하고 질투한다. 수준별 과정이 헛발을 디딘 까닭이기도 하다. 이 욕심을 버릴 수 있는 모두가 받아들일 만한 장치가 있을까?

둘째, 수포자를 양산하는 어려운 수학이 있다. 이건 인공지능으로 해결하기도 힘들다. 시험 문제 수준을 확 떨어뜨리는 것도 힘들다. 과연 학생들 수학 실력이 어느 정도면 입시에서도 인정받고 사회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 수준에 대한 합의가 생길 수 있을까?

문제는 결국 우리나라 학교 수학 교육 과정이었다. 교육 과정 개편을 이익과 손해 식으로 따지자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늘 남는 게 없는 장사였고 적자(수포자)만 불어났다고 할 수 있다. 어떤 회사든 적자가 수십 년째 계속 생기면 망해야 하는 게 당연하고, 적어도 서너 해 이상 적자가 계속되면 그 원인을 찾고 처방전을 내놓아야 정상이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 과정은 열 번씩이나 바뀌면서도 얻은 게 없다는 건 누구라도 잘 안다. 잘못됐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일이 왜 되풀이 될까?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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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기획과 추진에 참여했던 어떤 이가 사석에서 '공무원, 연구원, 교수 등 수많은 사람이 이 작업에 참여했지만 자기 자식을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 보낸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하더군요. 내 자식에게 추천할 수 없는 일, 이런 건 하면 안 되잖아요?"

우연히 들은 이 얘기를 굳이 꺼내는 까닭은 우리나라 수학 교육 과정을 짜고 만드는 분들에게 수포자인 자식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식이 수포자라면 그런 아이를 위해 실패했다고 분명하게 드러난 교육 과정을 이렇게 웃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고등학교 수학 교육 과정을 잘하는 학생을 위한 심화 과정과 잘 못하는 학생을 위한 일반 과정, 이 두 가지로 구분해서 운영해야 옳다고 믿는다. 일반 과정은 현재 고등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수학, 수학1, 수학2, 확률과 통계 이 4책에서 일부만 다루면서 분량도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범위는 일반 과정까지만 다루고 난이도도 고등학교 1학생 학생들도 충분히 풀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추면 더 좋을 것이다. 수능 시험의 다른 과목까지 난이도를 낮추자는 건 아니다.

대신 수학을 잘 하는 학생들을 위한 심화 과정에서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일부 내용까지 포함하면 어떨까. 심화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미국 AP처럼 따로 시험을 쳐서 최우수, 우수, 보통, 이렇게 3단계로 구분된 점수를 얻고, 이 점수를 얻어야 이공계 전공 대학에 지원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이 시험은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라야 한다. 가능하면 문제은행을 활용해 1년에 적어도 네 차례 이상 시행한다면 좋을 것이다. 또 최우수 등급을 받은 학생은 대학 교양 과정 수학의 한 학기 학점으로 인정받도록 하면 어떨까? 3단계로 구분된 점수를 얻도록 하면 요즘처럼 수능 수학 한 문제에 따라 등급이나 당락이 결정되는 일도 많이 사라지지 싶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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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이렇게 두 가지 수학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면 우리가 수학에 낭비하는 시간과 돈은 엄청나게 줄 것이며 효율은 더 커질 것이다. 수학을 못하는 학생들한테도 수학을 포기할 이유가 사라진다. 수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일반 인문계 전공 지망 학생들도 수학 공부에 쏟는 열정과 시간을 더 잘 하는 데로 돌릴 수 있다. 수학을 잘 하는 학생들한테도 이런 별도의 교육 과정은 매력 있다. 비슷한 학생들이나 자기보다 더 뛰어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더 많을 걸 배우고 익힐 기회가 생길 거고, 가르치는 교사들도 열심히 배우려는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으니 보람과 함깨 책임감 또한 커질 것이다. 대학에서도 수학을 충분히 공부한 학생들을 받을 수 있으니 이공계 쪽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지 싶다.

학교에 따라 심화 과정 수학을 운영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런 학생을 위해 EBS가 할 일이 꽤 많을 것이다. 물론 심화 과정 이수에 따른 최우수 단계의 성적을 얻기 위한 경쟁은 어느 정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한 문제 틀리는 걸로 재수를 결정하는 일은 거의 사라지지 않을까 한다. 학부모들도 자기 자식이 수학을 싫어하고 자신 없어 하는데, 반드시 심화 과정을 마쳐야 한다고 고집부리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라면 모르겠지만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내 자식이 심화 과정을 따라가는 게 어울릴지 아닐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두 가지 수학 교육 과정을 운영하되, 심화 과정 진입에 장벽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 즉 시험을 쳐서 심화 과정에 들어 올 학생을 뽑아서는 결코 안 되며, 원하는 학생 모두에게 심화 과정이 열려 있어야 한다. 심화 과정을 익히고 그 결과에 걸맞은 단계 점수를 얻어내는 건 순전히 본인 몫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심화 과정을 포기하고 일반 과정으로 돌아가는 경우에는 일반 과정만 마치도록 하면 될 것이고, 이런 학생 역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말아야 한다.

라이영 씨.

일부에서는 대입 전형에서 변별력이 없다는 주장할 수 있지만 인문계 전공 학생을 뽑는 데 굳이 수학 점수로 변별해야 하냐고 묻고 싶다. 어쩌면 최상위권 이공계 과정을 지원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심화 과정 이수 성적이 거의 다 최우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수학 외 다른 과목의 성취 결과 등 입학 사정 요소로 볼 수 있는 것은 많다.

잘 하는 학생은 더 잘하도록, 전공에서 수학이 필요 없는 학생들이나 못 하는 학생은 최소한만 수학을 공부하자는 내 제안이 앞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지만 적어도 지금 같은 낭비를 줄일 거라 확신한다. 잘못 됐다는 걸 알았다면 멈춰야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부디 우리가 왜 쓸데없는 데 시간과 돈을 낭비하면서 고통을 계속 겪어야 하냐, 해결 방법은 이것뿐일까 하는 물음으로 발전된다면 더 좋겠다. 끝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미국에서 한 학생한테서 들은 얘기를 남긴다. 그 학생은 유명하지도 않은 시골에 있는 그저 그런 사립 고등학교를 다녔다.

"AP Calculus(미적분학)를 듣는 우리 반 아이들 중에는 수포자가 없어요.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라 하는 얘들이 절반 넘어요."[라이영 / 수학 강사]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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