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설치전시 '숨쉬는 방' 여다연-이예리나독일 유학서 닦은 솜씨로 VR 관람 참여형 실험예술 시도"가상공간은 ‘관객참여형 퍼포먼스’에 적합"
"메타의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2'를 쓰고 가상세계에서 직접 작품 속 캐릭터가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해 보시지요. 보이지 않지만 항상 존재하고 있는 추상적 공간으로 나들이 하시는 겁니다."
설치전시 '숨쉬는 방'을 여는 여다연과 이예리나는 독일에서 활약하는 젊은 작가들이다.
이들은 독일 유학에서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VR로 관람하는 참여형 퍼포먼스 실험 예술을 시도하여 시선을 끌고 있다.
"관객들이 1인칭 시점에서보다 몰입감 있게 작품을 체험할 겁니다. 작품과 상호작용하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10일부터 12일까지 대안공간 루프, 17일부터 21일까지 뿐또블루 서울에서 열리는 '숨 쉬는 방'의 작가들을 3일 가상공간의 일종인 전자우편(이메일)으로 만나봤다.
여다연은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과와 독일 드레스덴 예술대학교에서, 이예리나는 독일 할례 예술대학교에서 공부했다.


- 관객들이 어떻게 참여하나요?
여다연 : "예술 장르 중 행위 예술이 있습니다. 보통 퍼포머가 그 장소, 그 시간에 의도된 행위를 하는 예술입니다. 이번 전시는 아티스트가 상황만 설정해 주고 관객들이 직접 참여를 함으로써 작가 의도가 이루어지는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입니다. 이 전에도 많은 시도를 했지만, 어떻게 하면 더 몰입감 있게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진정한 의미의 1인칭이 될 수 있는 가상공간으로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관객들은 VR 안경을 낌으로써 가상공간에서 하나의 퍼포머로 인식되며, 미리 연출된 가상 퍼포머와 타 관객들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다니는 휴대형 개인공간 ‘숨 쉬는 방’의 존재가 드러날 수 있도록 관객들은 좁은 길을 타인과 나눠 걸으며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을 체험할 것입니다."
- 미술 방면으로 진로를 설정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여다연 :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타인과의 거리가 필요한 작품 ‘숨 쉬는 방’의 캐릭터들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보다 혼자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그 시기에 봤던 영상물이 떠오를 정도로 매력적인 영상작업을 보는 게 낙이었습니다. 이런 작품을 자연스럽게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분야에 접근한 것 같습니다."
이예리나 : "제가 말을 떼기도 전에 무슨 색의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저를 보고 부모님은 저를 미술 유치원으로 보내셨어요. 처음엔 제 의지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독일에서 장르, 재료의 경계없이 표현되는 예술을 보며 자유로움을 느꼈고, 계속해서 제 자신을 표현하는 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 ‘설치전시'의 의의를 설명해 주셔요.
여다연 : "설치 작업을 하게 되기까지 다양한 예술 장르를 배웠습니다. 저는 생각이 많고, 다양한 예술의 장르 및 재료에 관심이 많은 멕시멀리스트입니다. 제가 신경쓰는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건 결국 지면보다는 실제하는 공간이었고, 공간의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용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하는 설치 예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위로해 줬던 많은 영화들처럼 저도 타인의 마음을 조금은 만져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사실 인간은 타인의 불완전함을 보며 안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어 제 안의 약함을 가지고 작업했습니다.
한국은 외향적인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향성을 가진 인간들의 사정도 작업으로 풀며 서로 다름을 시각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어려서부터 예술에 재능이 있었나 보지요?
"가끔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 저희 둘다 특출난 예민함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섬세한 시각이 사물이나 사람을 관찰하고 표현해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 “어디를 가든 우리와 함께 하는 개인적인 영역을 ‘숨 쉬는 공간’으로 표현했는데 '개인공간-숨쉬는 공간'을 전시 주제로 선택한 동기가 궁금합니다.
여다연 : "2018년 집 안에서도 가구 등의 배치로 제 영역을 만드는 저의 행위를 보며 ‘개인의 영역’이란 주제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 뒤 심리학자 로버트 솜머의 ‘개인의 영역’에 대한 정의에 매료되어 동명의 퍼포먼스 공연을 2020년 독일 드레스덴(Dresden)에서 강리디아 무대 디자이너와 함께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시도하려다 실패했던 부분에 아쉬움이 남아 가상공간을 무대로 같은 주제의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 두 분이 예술로 인연을 맺은 사연도 들려 주시지요.
여다연 : "저는 공간의 모든 요소를 활용하기 위해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으로 진행합니다. 이번 가상 공간을 활용한 퍼포먼스에서는 실제 공간과 가상 공간에 집중해줄 파트너가 필요했어요. 그러다 독일에서 현대미술 작가로 활동 중이고, 2022년 서울 국제 공연 예술제에서 아트 디렉터로 데뷔한 이예리나 작가와 공동연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예리나 : "여다 작가와는 2016년 베를린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새롭게 학업을 준비하며 밤샘작업을 하던 그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당시에는 작업실을 왔다갔다 하며 인사 정도만 했는데요, 여다 작가가 우연히 제가 사는 도시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그간의 독일 삶에 대해 나누며 자연스레 작업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 ‘메타’란 키워드가 가상공간과 관련하여 많이 등장하던데.
"VR 기술과 메타버스라는 개념 이전에도 많은 예술가들은 ‘가상현실’이란 개념을 가지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창작해온 것 같습니다. 이젠 VR 기술을 통해 아티스트들은 정확히 의도하고자 하는 시점과 상황 그리고 경험 자체를 관객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매 작업 주제마다 사용하는 매체, 재료를 다르게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요. 가상공간이야 말로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가 이루어지기 가장 적절한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색함과 타인의 시선을 생각할 겨를 없이 1인칭으로 완전한 몰입이 가능한 공간에서 만난 관객들이 저희 팀이 연출한 상황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
- 독일 유학에서 어떤 면이 더 성장한 것 같은가요?
여다연 : "두 나라에서의 예술 공부는 서로 달리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집중시키는 교육 구도를 가졌다면, 독일 미술 대학들은 모든 장르와 재료는 결국엔 어떤 것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접근법을 가집니다.
제가 대학교를 다녔던 독일의 도시에는 음악, 미술, 현대무용, 발레, 무대예술 등 다양한 예술 교육기관이 있었습니다. 각 학교 학생들간의 콜라보레이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곤 했습니다. 또, 공과대학과 예체능 학생들의 협업도 제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활동이었어요.
제가 경험한 독일내 미술 교육에서는 ‘예술의 과정’을 중요시합니다. 작품의 과정 자체가 전시되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콜라보레이션을 즐겨하는 것은 과정이 다르다면 결과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

이예리나 : "한국과 독일에서의 성장 크기를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성장방향의 차이를 말하자면 한국에서는 그림을 보고 그 그림과 똑같이 그렸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기술을 연마하는 시간, 독일에서는 내 작업을 구상하고 어떻게 무엇을 채울 것인지 처음 고민했던 것 같아요.
독일에서 미술수업 시간에 잘 그려진 제 소묘그림을 보고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네 그림이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지 말도록 해.'
그때 깨달았어요. 작품이 어떻게 평가될지 고민하기보다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요. 예술에 진심을 담을 수 있고 그것은 보는 사람들도 느낄 수 있다는 게 놀라운 것 같아요."

- 향후 인생 설계를 알려 주시지요.
여다연 : "앞으로도 계속 저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아카이빙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며 삶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제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이 있다면. 저의 은밀한 이야기를 드러내는 행위들이 관객들에게 ‘괜찮아, 나도 그래’라는 소탈하게 위로를 건내는 친구의 말 같은 것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예리나 : "독일로 떠나는 첫 날 새로운 삶의 기대로 부풀었었는데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더라고요. 독일에 10년 살다보니 한국에 와도 제 집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그런데 그 두 번의 경험으로 제 마음이 편해졌어요.
어디든 이 세상에 완전한 파라다이스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니 현재에 더 만족하게 되었어요. 짧지만 지금까지의 제가 되는 과정에서 있던 이야기들을 여러 작업으로 풀어내며 저에겐 위로, 관객들에게는 울림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예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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