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 교수]

40대 응급환자 제 때 치료 못해 결국 사망
서민 교수는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이유가 성적이 나쁜 사람이 의사가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의사가 되는 게 위험한 이유는 머리 나쁜 의사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적이 좋은 것과 머리가 좋은 것의 상관관계도 의문이지만, 현재 우리 의사들이 머리가 좋은지에 대해 나는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
현 정부 지지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페북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의 공공의료 확대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공감을 표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정부가 한 발 물러서며 정책 입안을 보류했으니 의사들도 우선 현장에 복귀해 코로나와 먼저 싸우기를 바랐다.
좀 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공공의료 확대방안을 찾자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의견을 지지하는 나도 정부가 현재 대안을 밀어부치지 말고 이해 당사자인 의사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최선의 대안을 찾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의사들 정말 머리 좋은지 자문해 봐야
그럼에도 의사협회는 끝내 파업을 강행했고, 결국 40대 응급환자의 죽음을 초래했다. 여론이 나쁜 가운데에서도 그 동안 의사들의 헌신과 노고를 생각해 어떻게든지 의사 편을 들어주고 싶었던 사람들조차 설 자리를 잃게 만든 것이다.
의사들이 머리가 나쁜 건 정치싸움꾼 최대집을 의협 회장으로 선출한 데에서도 증명되었다. 10%밖에 휴업에 참여하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 앞날이 구만리 같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볼모삼아 강행되는 이번 파업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부끄러운 패배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의사들은 한 시 빨리 현업에 복귀해야 한다. 우선 코로나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했던 의사 본연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이번 파업을 실패로 이끈 최대집 의협회장을 인책하고 진짜 머리 좋은(?) 의사를 선출해 정부와 차분하게 협상에 임하면 좋겠다.
이 기회를 통해 우리 나라 의사들이 자신들이 노력한 만큼 대접받고, 적정한 노동 강도에 노출되기를 바란다. 성형외과, 피부과 의사들만 천국인 나라가 아니라, 진정으로 인술을 베푸는 의사들이 대접받는 나라,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지역민들에게 봉사하는 의사들이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을 누리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의사에게 필수는 머리보다 태도
의사가 학습능력이 뛰어나면 좋겠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학습 능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성적 순으로 최상위권이 의대에 진학하지 않았지만 훌륭한 의사가 많았다. 의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환자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확고한 윤리의식과 자부심이다.
지난 번 내게 살림살이를 잔뜩 선물했다고 소개한 후배 의사는 사실은 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내가 국내 저명 종합병원에서 처방한 콜레스테롤 약마다 부작용이 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 후배가 약을 절반으로 줄이는 실험 끝에 결국 내게 맞는 약과 정량을 찾아냈다. 나를 치료한 건 후배의 관심과 도전이었지 성적과 머리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도 모른다.
이태석 신부가 한국의 슈바이처가 된 건 그의 성적이나 머리가 최상위권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편견없는 사랑과 소명의식 덕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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