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큐레이터
설치전시 '숨쉬는 방' 평론
"타인과의 거리, 관계에 대한 호기심서 출발"

이선미 큐레이터는 설치전시 '숨쉬는 방 Breathing Space'이 타인과의 거리, 관계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숨 쉬는 방'은 VR을 활용해 추상적 거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관객참여형 프로젝트"라면서 "보이지 않지만 항상 존재하고 있는 공간을 관객에게 인지시키며, 사회 안에서 나와 타인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고 분석했다.

이번 전시는 10일부터 12일까지 대안공간 루프(서울 마포구, 02-3141-1377), 17일부터 21일까지는 뿐또블루 서울(성동구, 02-469-9254)에서 열린다.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설치전시 '숨 쉬는 방'.

다음은 이선미 큐레이터의 평론이다.

"아티스트 듀오 팀 YEODA(여다연, 이예리나)의 '숨 쉬는 방 Breathing Space'은 무대 연출, 공간 디자인 등 공동 제작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했던 작가들이다. 이들은 팀 내부의 협업, 조율을 반복하는 제작 과정에서 아티스트로서 개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충돌, 화해, 좌절, 상처를 경험한 작가는 개인의 영역은 마주하는 대상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본인의 심리 상태를 발견한다.

가까워도 친밀하지 않은 사람, 거리가 멀어도 그렇지 않은 사람,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사람 등 무의식에 잠재하는 타인에 대한 추상적 공간이 존재한다. ‘개인의 거리 Personal Space’이다.

이 개념은 1966년 발간된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Hall의 저서 ‘숨겨진 차원 The Hidden Dimension’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는데, 인간은 각자 타인으로부터 유지하고 싶은 물리적 거리가 있고, 보이지는 않지만 각자를 둘러싼 주관적인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설치전시 '숨 쉬는 방'.

마치 모든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경계로 둘러싸인 비누 방울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는 서로의 비누 방울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것을 요청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침범하고, 충돌하며, 대상에 따라 비누 방울의 크기가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그러다가 터져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숨 쉬는 방'은 VR을 활용해 이러한 관계에 대한 추상적 거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관객참여형 프로젝트다.

연구 제목은 미국의 환경 심리학자 로버트 솜머Robert Sommer의 개념에서 차용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간은 존재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영역을 타인에게 침범받을 때 삶의 방식과 템포가 충돌하며 가시화된다. 친밀도에 따라 일정한 거리 패턴을 보이지만 반드시 정해진 법칙도 없다. '숨 쉬는 방'에는 7종류의 가상 캐릭터가 등장한다. 여린 몸을 방어하기 위해 갑옷으로 무장한 ‘달팽이’, 선택적으로 사람과 소통하는 열린 히키코모리, ‘자판기’, 팔랑이는 비닐봉지 같이 속이 훤히 보이고 순수한 ‘비닐’ 등 우리가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인물들의 특징을 극대화한 캐릭터다.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설치전시 '숨 쉬는 방'.

관객은 프로그래밍된 웨어러블 기기와 오큘러스를 착용하고 직접 화면 속 캐릭터가 된다. 각 캐릭터들은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며 설계된 성향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한다. 공간 소유자들의 성격과 영역 특징에 따라 숨을 쉬듯 공간이 확장, 축소되며 때로는 방 안에 물이 턱까지 차오르는 위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팀 YEODA는 보이지 않지만 항상 존재하고 있는 공간을 관객에게 인지시키며, 사회 안에서 나와 타인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게는 물리적 경계뿐만 아니라 심리적 경계도 존재한다. 누군가 나의 경계를 침범해 오면 위협감을 느끼는 것처럼.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우리는 모두 사회적 마스크를 쓰고 서로 침범하지 않기로 협의했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관계의 방식, 감정이 존재한다. 다른 이의 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이 되어 충돌과 화합을 경험하는 가상 세계 <숨 쉬는 방>에 초대한다.

이 프로젝트는 관객참여와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포함한 3일간의 프리뷰 형태로 진행되며,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뿐또블루Punto Blu>에서 전시로 이어진다."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설치전시 '숨 쉬는 방'.
​설치전시 '숨 쉬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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