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치유
[훈훈 실화] "깎은 밤 속에 깃든 정...마음을 팔아도 안 되는 걸, 말 한마디로 얻었다"
"콜라겐, 미네랄이나 흡수하자" 족발 시켜 어제 점심, 나는 조용히 족발 한 접시를 시켰다. 자극 없는 고기 한 점에, 콜라겐이든, 미네랄이든 위안이든, 무언가 몸에 이로운 것을 집어넣고 싶었다. 도시의 바람은 여전히 바빴고, 나는 잠시 그 바람에서 벗어나 내 속을 달래고 싶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클럽은 마치 오래된 장날처럼, 묵은 정과 손맛이 바닥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공간이다. 어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일과 채소의 숨결이 얕게 감도는 매장을 지나 나는 우연히 한 풍경 앞에 멈춰 섰다. 깎여 나가는 밤알들. 중년의 여성 판매원 두 분이, 아니 어쩌면 인생의 깊이를 아는 장인들이 밤칼을 쥐고 앉아 있었다. 나무의 속살을 드러내듯, 한 알 한 알 정성스레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그 장면은 묘하게 평화로웠다. 모두 바삐 움직이는 공간 한켠, 그들은 손끝으로 계절을 다듬고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마치 오래된 친구의 뒷모습을 보듯이. 민첩하게 밤 깎는 솜씨, 예술의 경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