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지친 경찰의 마음을 살린 것은 ‘맨발’이었다
경찰은 늘 누군가의 가장 힘든 순간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람들이다. 폭력 사건, 아동 학대, 가정 붕괴, 절망적인 극단 선택 현장까지.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거나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장면의 마지막에 경찰이 서 있다. 우리 사회는 경찰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존재’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들의 마음을 지켜줄 사람은 묻힌 채 남겨져 있다. 경기 연천경찰서 백학파출소 박경운 경감(56)은 올해로 32년째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는 동료 경찰들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의를 시작하기 훨씬 전, 그는 스스로도 한 발만 더 내디디면 벼랑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시기를 겪었다고 고백한다. 교대근무는 밤낮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사건 현장의 긴장감은 몸에서 천천히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사고 현장에서 맡은 냄새, 비명, 울부짖음, 바닥에 흩어진 물건 하나까지 그대로 기억에 남아 머릿속에서 되감을 때가 많았다. “경찰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은, 오히려 감정을 말할 수 없게 만드는 굳은 틀로 변해 있었다. 그의 몸과 마음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너짐은 먼저 잠에서 시작됐다. 잠은 얕아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