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포천 지에서 선정하는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에서 매년 상위에 오르는 SAS Institute 사례입니다. 포천지에서 순위를 매긴 첫해인 1998년에는 3등을 했고, 2010년과 2011년에는 1등, 2015년에는 4등을 했습니다. 가족 친화적인 문화, 엄마가 일하기 좋은 회사로도 유명한 회사입니다. 최근에는 SAS처럼 운영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등수가 조금 떨어졌습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기업 중에서 아주 독특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이직률이 매우 높지만 SAS의 이직률은 3~5%라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평균인 20~25%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이직과 새로운 직원의 선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굉장히 많이 절약됩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페퍼 교수는 연간 6천만 ~8천만 달러가 절약된다고 추정했습니다. 행복 경영을 어떻게 실천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SAS Institute의 역사와 현황

창업자 중 한 명이자 현재 CEO인 Goodnight는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에서 1971년에 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그 대학에 남아 SAS System을 개발했습니다. 1976년에 이 대학에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업그레이드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SAS System을 가지고 나와 창업했습니다. 학계에서 통계 분석을 할 때 요즘은 R이라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많이 쓰입니다. 그전에는 대학교에서 단체 구매한 SAS 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쓰이는 것 중에 하나였습니다. 필자도 통계 분석을 할 때 이 패키지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출범 당시 100여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지 않았고, 부채도 없고, 주식시장에 상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CEO인 Goodnight가 지분의 2/3를 가지고 있고, 창업자 중 한 명인 John Sall이 나머지 1/3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8년에 포천 지는 이 회사의 가치를 30억 달러라고 추정했습니다.

이 회사는 1976년에 James Goodnight와 3명의 동업자에 의해 창업되었습니다. 지금은 사업 지능, 자료 통합, 금융 사기 등 통제, 재무 지능, IT 관리 등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 상품이었던 학술적 통계 분석 패키지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에 2% 미만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더 줄었을 것입니다. 포천 100대 기업 중 97%가, 500대 기업 중에서 80% 이상이 SAS Institute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현지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SAS는 매출액의 20~30%을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해서 세계 50대 소프트웨어 업체 평균의 2.5배를 투자한다고 합니다. 2012년에 고급 데이터 분석 시장 점유율 36.2%로 세계 1위, 기업 지능 소프트웨어에서 6.9%로 5위 업체라고 합니다. 소프트웨어를 라이선싱 해주지 않고, 연간 사용료를 내면 유지 보수해 주고 업그레이드도 해 주는 구독 모델(Subscription Model)로 사업합니다.

2018년 매출액은 32.7억 달러였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49%,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38%, 아시아 태평양에서 14%의 매출액을 올렸답니다. 전 세계 종업원은 13,939명이었습니다. 147개 나라의 고객이 SAS를 사용하고 있고, 83000개 이상의 기업, 정부, 대학이 고객이고, 포천 100대 기업 중에서 92개 기업이 SAS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SAS의 인사철학

SAS 인사철학의 핵심은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면 이들이 고객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고객이 행복하면 기업은 자동으로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페퍼 교수는 SAS의 인사철학을 아래의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모든 구성원들을 공정하고 동등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CEO에 의하면 창업 시 4명의 동료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후에 새로 입사하는 사람들도 동료로 대우하려고 했답니다. 모든 구성원에게 개인 사무실을 주고 회사를 일하기 좋은 장소로 만들려고 했답니다. 그 뒤에 깔린 가정은 "직원들을 잘해 주면, 직원들도 회사를 위해 일할 것이다"였습니다.

둘째, 내재적 동기부여를 강조하고 구성원들이 일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창업자는 구성원 성과 관리와 평가 프로세스가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고 믿는답니다. 공식적인 인사고과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구성원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줍니다. 감시하고 통제하기보다는 코칭하고 멘토링을 제공합니다.

셋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 회사가 비상장회사이고 주주가 2명밖에 없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상장된 기업의 경우 분기별 실적 발표를 해야 하고, 애널리스트들에 의해 평가받기 때문에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데 이 회사는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넷째, Bottom-up 의사결정입니다. 이 회사에는 구체적인 성장 목표와 재무 목표가 없답니다. "투자하는 것 이상 번다"라는 목표는 있답니다. 다만 성장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Goodnight의 믿음 때문에 영업인력에게는 굉장히 공격적인 목표가 주어진답니다. 단기적인 목표가 없으니 스스로 알아서 자율성을 가지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도 전략팀에서 시장 분석을 하지 않고, 고객의 코멘트와 피드백을 받은 구성원들의 주도하에 제품 혁신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모집과 선발

회사가 North Carolina 주의 Cary에 있기 때문에 주로 그곳에서 살 의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집한답니다. Research Triangle에 있는 세 개 대학인 North Carolina 주립대학, North Carolina 대학, Duke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좋은 모집 대상입니다. 그래서 친절하고, 친근하고, 비공식적인 남부의 문화가 이 회사의 바탕에 깔린 문화가 되었답니다.

선발과 유지에서는 회사가 추구하는 문화와 지원자가 잘 맞느냐를 매우 중시한답니다. 자율, 협동, 팀워크, 상호 존중이 이 회사 문화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이 회사가 원하지 않는 나쁜 종업원은 동료나 고객을 자발적으로 도울 의사가 없거나 많은 지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기존 종업원들의 추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채용하고 있고, 이직률이 낮기 때문에 직원의 반은 다른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고 합니다.

성과 관리와 평가

이 회사에는 공식적인 성과 평가 시스템이 없답니다. 랭킹을 메기거나 상대 등수를 매기면 상급자는 부하 직원에게 나쁜 점수를 줘야 합니다. 상급자와 부하 간의 갈등과 대결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잘 개발했는지,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는지를 수량화하기 어렵답니다. 측정하기 어려운 것을 측정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는 것이 이 회사의 철학입니다. 대신 매 분기 관리자가 부하에게 1점에서 4점 사이의 점수를 주고, 이것을 모아 1년에 한 번 연봉 인상과 보너스 지급에 반영한답니다.

보상제도

이 회사는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달리 주식매수선택권을 주지 않습니다. 회사는 매년 종업원 급여의 15%를 이익공유 퇴직금 프로그램에 납입합니다. 그리고 회사 이익의 5.5%에서 8% 정도를 연말 보너스를 지급합니다. 얼마를 지급할지에 대한 공식은 없고 Goodnight가 매년 알아서 정한다고 합니다. 모든 구성원에게 연봉의 몇 %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일선 관리자가 분기마다 부하에게 준 1점에서 4점 사이의 점수를 모아 보너스 지급 시 반영한다고 합니다.

기본 연봉은 경쟁 기업과 비교하여 낮지 않은 편이고, 상급자에 의한 성과 평가에 따라 연봉 인상액이 결정됩니다. 동기부여를 위해 돈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영업사원에게 매출액 기반 커미션을 주지도 않습니다. 영업사원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영업 사원들이 고객을 돌보고 그들과 장기적 신뢰관계를 맺도록 하는데 방해되기 때문입니다. Oracle 같은 대부분의 경쟁사는 커미션 기반 보상을 기반으로 한답니다. 직원들의 영업 실적을 비교하는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습니다. 회사에서는 영업사원들에게 단기적인 매출 성과를 높이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영업사원들의 실적은 보너스에만 반영된답니다. 이러한 정책 때문에 구매 후 취소하는 고객의 비율이 경쟁 기업 대비 매우 낮다고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복리후생

종업원에 대한 복리후생은 이타적 목적이 아니라 사업적 목적 때문에 제공한다고 합니다. 수준 높은 복리후생을 해 주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라는 것입니다. 이 회사는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무진 애를 씁니다. 호수가 있는 넓은 부지에 대학교 캠퍼스처럼 공간을 구성해서 직장이 아닌 대학을 다니는 분위기를 만든답니다. 간호사, 의사, 심리치료사, 마사지 치료사 등을 고용하여 구성원들과 가족들에게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Goodnight는 그렇게 하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라고 합니다. 직원과 그 가족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병원에 가고 기다리고 진료받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비가 비싸서 병원에 가기 어려운 미국에서는 굉장한 복리후생입니다.

회사에서는 몬테소리 유치원을 직접 운영합니다. 아이 3명 당 한 명의 선생님을 둘 정도로 고급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고, 시중 유치원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들을 회사 내 유치원에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했답니다. 회사 부지에 사립 중 고등학교도 설립해서 임직원 자녀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자녀들도 보낼 수 있도록 했답니다. 질 높은 교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실험적으로 적용하는 곳으로도 활용한답니다.

회사 내에 식당과 카페를 설치하고 구성원과 그 가족들에게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답니다.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유치원에 맡겨 놓은 아이를 데리고 와서 함께 식사하는 것도 회사에서 적극 권장한다고 합니다. 운동시설과 체육관도 건설해서 직원과 그 가족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답니다.

위와 같은 복리 후생은 Cary 본사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에게 제공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다른 지역, 미국 이외의 국가에 있는 현지 법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는 본사 구성원들이 누리는 것과 동등한 것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창업자이자 CEO인 Goodnight의 복리후생에 대한 아래의 인터뷰 영상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5O3L6UdIGw
 

주 35시간 근로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는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되어 있는데 이 회사에서는 주 35시간 일할 것을 요구한답니다. 장시간 근로로 인해 소진(Burn-out)되면 소프트웨어를 잘 개발할 수 없다는 CEO의 철학 때문이랍니다. 직원들은 일이 있을 때는 잔업을 하기도 하고 주말에 나와 일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답니다.

아웃소싱

복리 후생을 제공하기 위해 일하는 간호사, 의사, 유치원 선생님, 조리사 등 거의 대부분은 SAS가 직접 채용한 정규직 사원들이고 Cary 캠퍼스에서 일합니다. SAS는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달리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외주를 주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일부분을 떼어서 외주를 주거나 인건비가 싼 인도 같은 곳에 외주를 주지 않는답니다. 외주를 주면 원가를 줄일 수는 있으나 품질이 나빠진다고 보기 때문이랍니다.

교육훈련

신입사원에 대해서는 회사의 역사, 문화, 사업 영역 등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됩니다. 1998년에는 신입 영업 사원에게는 2주 이상의 교육훈련을 실시했으나 그 기간을 5~6주로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행되었는지를 필자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직원들의 실무 능력 향상을 위한 실무 훈련 세미나는 굉장히 많이 열리고 참여도도 높다고 합니다. 외부 교육훈련에 대한 지원은 별로 없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조직구조와 경력개발

이 회사의 조직 구조는 수평적이라서 3- 4단계의 위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1998년에는 27개의 부서장이 CEO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합니다. CEO는 부서장들에게 위임하고 그들이 알아서 부서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답니다. 다만 직원 수와 채용에 관여한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비용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CEO 사무실의 방문을 닫을 수가 없답니다. 임직원들에게 항상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CEO는 여기저기 회사 현장에 나타난답니다. 이 회사에서 관리자들은 working manager랍니다. 부서를 관리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이 해야 할 업무도 있다고 합니다. CEO인 Goodnight조차도 직접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프로그래밍을 한답니다.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기 때문에 이 회사는 관리자를 선발함에 있어서 내부 승진에 많이 의존합니다. 회사 내에서 경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훈련도 제공하고, 직무를 바꿀 기회도 줍니다. 영업에서 개발로 이동하기도 하고, 관리자였다가 현업 담당자가 되기도 한답니다. 조직 운영이 굉장히 유연하다는 것입니다.

SAS가 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인지를 설명하는 아래의 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복리후생에 치우친 면이 있어서 아쉽긴 하지만 볼만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tANL3MMjPs&t=20s
 

<참고문헌과 자료>

Jeffrey Pfeffer. 1998. SAS Institute. Stanford University Case

https://en.wikipedia.org/wiki/SAS_Institute

https://www.sas.com/en_us/home.html

https://www.sas.com/content/dam/SAS/documents/corporate-collateral/annual-report/company-overview-annual-report.pdf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