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차관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일본과 언론서 내용 잘 알면서도
계속 '파기'라고 표현해 안타깝다
협정파기라고 주장하려 한다면
파기의 당사자는 '아베 정부'

한미일 관계의 적절한 관리
소재부품 장비산업 육성-기술독립
경제전쟁 승리 위해서
더이상의 내부갈등이 없었으면
이견 있다면 건강하게 공론 모아야지
왜 날마다 싸움만 하려고 하나

김용진 전 차관
김용진 전 차관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종료를 놓고 여러 논란이 있습니다.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선, 정부 결정이 협정의 '파기'인가 하는 용어의 문제입니다. '파기'란 협정의 어느 한 당사자가 협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위반하여 그 협정이 지속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경우입니다.

지소미아는 본래 1년짜리 협정입니다. 이번 조치는 '협정의 유효기간 만료 90일 전까지 협정종료의사를 서면통보'토록 한 협정의 규정을 준수하여 취하는 조치이므로 '파기'가 아니라 '종료'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내용을 잘 알면서도 계속 '파기'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굳이 파기되었다고 주장하려 한다면 파기의 당사자는 우리 정부가 아니라 '아베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지소미아는 민감한 군사정보교류에 관한 협정입니다. 따라서 국가 간의 외교안보, 군사 등의 신뢰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런데 아베 정부는 지난 8월 2일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의 수출허가제를 발표하면서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하고, 마치 우리나라가 중요한 전략물자를 (고의 또는 관리소홀로) 북한에 밀반출한 것처럼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정부의 전략물자 관리능력이 의심된다는 것이지요.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잘 아시다시피 7월 2일은 지소미아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8월 24일)가 2달도 안 남은 시점입니다. 아베 정부가 근거도 없이 '우리 정부의 군사적 전략물자 관리능력을 의심하고 안보상 믿을 수 없는 국가'라고 한 것은 지소미아의 파기를 전제로(최소한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협정 만료기간을 코앞에 두고 군사정보교류의 근본전제인 양국간의 신뢰관계를 부정함으로써 지소미아를 파괴한 것은 아베 정부입니다. 우리 정부는 신뢰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사진=김용진 전 차관 제공
사진=김용진 전 차관 제공

지소미아 종료 조치가 국내 정치용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 몇 가지만 확인해 보면 이러한 주장이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말씀드린대로 지소미아는 우리 선택 여부에 관계없이 (협정을 연장하든 안 하든) 아베 정부의 양국간 신뢰훼손 언급으로 이미 (실질적인) 효력에 흠결이 생긴 상태였습니다. 우리 정부의 조치는 이러한 상태를 확인해준 것에 불과합니다.

둘째로 8월 24일은 예정된 일정, 데드라인이었습니다. 국내 정치상황에 따라 뒤로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정부는 마지막 날까지 양국간 신뢰관계 회복을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 노력했습니다. 지소미아의 흠결을 치유하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아베 정부는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장관 청문회를 둘러싼 최근 국내정치 이슈는 제대로된 해명이 없는 한 아무리 다른 이슈로 덮으려 해도 덮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입니다. 지소미아를 비롯한 최근의 한일관계 문제는 우리나라와 동북아 지역의 안보, 미래와 관련된 중대한 과제입니다. 단기적인 국내정치 문제와 연관짓는 것은 지나칩니다.

아베 정부의 도발로 시작된 경제전쟁과 '반일', '극일'과 관련된 정부 대응과 국민운동을 국내정치용이라고 폄훼하였던 주장과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베 정부도 같은 주장을 합니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한미일 관계의 적절한 관리, 소재부품 장비산업의 육성과 기술독립, 경제전쟁 승리를 위해서도 더이상의 내부갈등이 없었으면 합니다. 갈등과 이견이 있다면 건강하게 공론을 모으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진=김용진 전 차관 제공
사진=김용진 전 차관 제공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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