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김태수 기자의 글쓰기 특강 14]

[편집자 주] 언론출판인 김태수 대표(출판사 엑스오북스)의 '초보자를 위한 글쓰기 특강'을 연재합니다. 시공주니어에서 출간한 '글쓰기 걱정, 뚝!'에서 요약 발췌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김태수 대표는 중앙일보NIE연구소, 동아닷컴, 국민일보, 스포츠조선 등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일했습니다. 한동안 중앙일보 공부섹션 '열려라 공부' 제작을 지휘했고, 특히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많아 논술 학습지 '퍼니', '엔비', '이슈와 논술' 등의 편집 총책임자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글쓰기 비법을 직접 전하기도 했습니다.

 

방을 꾸밀 때는 방의 용도를 먼저 정합니다. 문단을 만들 때도 주제부터 정해야 합니다. 용도를 정했으면 거기에 걸맞는 가구며 집기를 들여놓아야겠지요. 문단을 쓸 때도 주제에 맞는 뒷받침 문장을 장만해야 합니다. 용도에 맞게 방 분위기를 꾸미는 것처럼 주제에 어울리는 글투도 생각해야겠지요. 방 크기도 생각해야 합니다. 작은 방에 너무 많은 가구를 들여놓으면 문을 여닫기가 힘들 듯 하나의 문단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면 문단이 삐걱거립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텔레비전을 글감 삼아 문단을 만들어 볼까요? 텔레비전은 할 말이 참 많은 글감이지요. 텔레비전의 기능,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 시청자, 광고 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제 잡기가 쉽고도 어렵습니다. 선택할 거리가 많은 만큼 고민할 거리도 많으니까요.

여기서는 소주제 곧, 중심 문장을 텔레비전은 현대인의 삶에 도움을 준다'로 삼아 볼게요. 먼저 텔레비전의 좋은 점을 찾아야겠죠? 어떤 게 있을까요? 뉴스 프로그램이 빠르게 정보를 제공한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즐거움을 준다, 다큐멘터리 같은 교양 프로그램은 지식과 감동을 준다……. 모두 소주제문과 연관 있는 뒷받침 문장들입니다.

 

이런 문장들로 문단을 꾸리면 어떨까요? 소주제문에서 말하려는 내용이 독자에게 충분히 전달될까요? 내용이 너무 듬성듬성해서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 될 겁니다. 내용이 틀린 것도, 주제문에 어긋난 것도 없지만 구체적이지 않으니까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한 문단에 담기에는 너무 큰 중심 생각을 골라서 그렇습니다. ‘텔레비전은 현대인의 삶에 도움을 준다'는 한 문단이 아니라 한 편의 글로 쓰기에도 벅찬, 폭넓은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범위를 좁혀 텔레비전 드라마의 좋은 점을 소주제로 정해 볼까요? 드라마의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이야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겠죠. 흥미진진한 소재를 재미있고 실감나게 다루니까요. 또 드라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 줍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평범한 이웃, 권력기관이나 첨단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 심지어 폭력배나 거지의 삶까지 보여 주잖아요. 드라마를 보노라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깨닫기도 합니다. 특히 사극은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을 눈앞에 재현해 역사 이해에도 도움이 되지요. 지금까지 장만한 뒷받침 문장들을 정리해 문단을 만들어 봅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주제: 텔레비전 드라마의 좋은 점

텔레비전 드라마는 우리 삶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 먼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부자나 권력자, 첨단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 심지어 폭력배와 거지의 삶까지 다룬다. 우리가 체험하기 힘든 여러 삶을 보여 줌으로써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도 준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깨닫게 해 준다. 특히 사극은 학생에게 유익하다. 책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을 실제처럼 보여 주기 때문에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도 보여줘 우리의 뿌리를 알게 해 준다.

같은 소재로 다른 주제의 문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드라마가 악의 온상 구실을 한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거든요. 과소비를 부추기고, 폭력과 범죄 수법을 알려주고, 사람을 차별하게 만들고, 악한 행위를 포장하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한다는 겁니다. 이런 내용으로 문단을 만들어 봅시다.

 

주제: 텔레비전 드라마의 나쁜 점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외제 차를 타고 값비싼 명품을 들고 다니는 주인공을 자주 등장시킨다. 그런 장면을 보다 보면 지갑 사정이 두둑하지도 않으면서 나도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뿐 아니다. ‘나는 언제나 저런 삶을 살아 볼까’  하면서 괴로워하기도 한다. 폭력 장면을 멋있게 그려서 철없는 아이들이 드라마를 흉내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같은 소재로 만든 두 문단의 내용에는 큰 차이가 있지요. 그만큼 주제를 정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뒷받침 문장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주제를 아무리 잘 잡아도 소용없습니다. 주제를 골똘히 생각하고 조사해서 그것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는 사례, 또는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인 설명을 동원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주제에서 벗어나는 문장이 없는지 살펴 과감하게 솎아 내기도 해야 합니다. 자칫 문장 하나가 문단을 망가뜨리고 글쓴이에 대한 신뢰를 깨뜨릴 수도 있으니까요.

 

문단의 길이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정해진 법칙은 없습니다. 소주제문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들 하지요. 굳이 숫자로 말하라면 7~10개의 문장이 적당할 겁니다. 다만 글의 성격이나 독자층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이 다루는 주제가 어렵고 딱딱하다면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어려운 내용은 쉽게 풀어 줘야 하니까 아무래도 문단이 길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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