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는 어떤 책?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는 연세대 공대 교수 22명이 참여했다. 이 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사물, 사물-사물 간의 ‘연결’과 학문과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을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을 개략적으로 소개했다. 또, 공학이 그것을 어떻게 주도하고 뒷받침하는지 알려주었다. 5G로 나아가는 모바일 혁명에서부터 컴퓨터처럼 보편화된 로봇의 개발까지, 인간을 배려하는 지능을 갖게 된 거주공간부터 평범한 생활용품이 첨단의 소재로 재탄생하는 과정까지, 상상을 현실로 바꿔가는 다양한 기술의 이면을 소개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연결의 혁신을 통해 각 영역 간 장벽이 어떻게 사라지고 재편되고 있는지 살폈다. ▲2장은 지능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의 이슈들을 인공지능, 기계, 건축 등의 분야에서 소개하였다. ▲3장에서는 과학지식 및 기술 혁신과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내용이 등장한다. 인간의 인식능력, 메타물질, 유전자, 소재, 에너지와 관련된 최근의 기술적 추세와 관심사를 접할 수 있다. ▲4장에서는 질문의 전환을 통해 건축, 컴퓨터, 생태계, 신기술 등 지금까지 익숙했던 개념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5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탐구되어 왔지만 최근 새로운 방식의 솔루션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는 화학공정, 도시 물 관리 변화 등을 다뤘다. 또한 책의 결론처럼 기술이 주도하는 앞으로의 공학 및 기술 발전과 함께 우리가 놓쳐선 안 될 사회적 윤리적 합의도 담았다.

"힉술대회서 같은 전공자끼리만 행사 진행"

“전자공학학회 학술대회를 가면 주로 전자공학 전공자들끼리만 모여서 행사를 진행합니다. 요즘 ICT 융합기술이 중요해지고 있지요. 전공자들이 다른 분야의 전공자들과 손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공학을 전공할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필요성을 알리고자 이 책을 발간했습니다.”

‘공학으로 미래를 설계하라’ 출간을 이끈 연세대 공과대학의 홍대식 학장(전기전자공학부)은 ‘소통’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책을 낸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융합연구와 교육을 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실감해 공학이 어떤 학문인지, 융합이 왜 중요한지 전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다른 전공자들에게 자신의 전공을 잘 설명하지도 못하고 다른 분야를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계공학과 의학 등이 함께 할 수 있는 연구와 교육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사용하는 단어조차 이해하기 어렵고 재미마저 없으니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결국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일하려면 소통이 잘 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바벨탑을 쌓는 일처럼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표 공학자 22명이 참여하여 ‘공학의 미래 기술과 우리의 내일’에 관한 생각을 한데 모은 게 이 책입니다.”

홍대식 학장은 “전문가들이 다른 분야 전공자들과 일반인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원래 대중강연을 전혀 해본 적이 없었는데, 솔선수범하기 위해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에서 강연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열린 연단’에서 인문학자들의 강의 동영상을 올립니다. 마침 네이버 요청으로 2017년 1월에 인문학자들과 함께 ‘인공지능’을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처음 얘기해 보면서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 분들은 ‘너희는 기술밖에 모르고 사람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홍 학장은 이번 책을 청소년과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집필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우선 교수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를 설명하는 초안을 쓰도록 해 보았다”면서 “하지만 초고는 대부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소규모 워크샵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인문사회 전공 대학생들에게 원고를 읽혀보고 피드백도 받았습니다. 그 다음에 재작성하는 등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결국 탈고를 하는 데 1년 반이나 소요되더군요. 10번 넘게 퇴고한 교수도 있습니다. 중ㆍ고등학생도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쉽게 쓰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공학의 흐름과 그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던 겁니다.”

다른 분야 전공자-일반인 이해시키려 노력 필요 

홍대식 학장은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불쑥 질문을 했다.

“승차 공유 서비스에 따른 갈등을 어떻게 보십니까?”

“기술혁명이란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겁니다. 기술 발전 방향에 초점을 맞춰 이 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답변을 들은 홍 학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갈등의 원인을 의사소통 부족으로 분석하며 답변을 이어나갔다.

“공대 쪽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자율주행기술을 만든 게 아닙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궁극적인 목표 중의 하나가 ‘공유’입니다. 전세계의 90% 넘는 자동차가 그냥 주차공간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이 완성되면 이런 자동차 숫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요.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등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어마어마하게 클 겁니다.

밖에 나가면 저는 ‘왜 계속 새로운 기술을 만드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심지어는 ‘공학자들이 돈에 눈이 멀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인류에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데, 없어도 살 수 있는데, 새로운 기술을 자꾸 개발한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질문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공학자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비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은 채 기술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학장은 “5세대 이동통신은 직접 사용자를 타겟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면서 “5세대는 공장 자동화를 목표로, 즉 기계를 위해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사회의 기반이 되는 것, 사람으로 말하자면 몸속의 핏줄이 되는 것이 바로 5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통신 시스템은 세대마다 기술을 개발한 방향 자체가 다릅니다. ▲2세대는 그야말로 이동통신이 대중화를 선도한 것이고, ▲3세대에서는 화상통화 등 결국 사람들이 컴퓨터 한 대씩 들고 다니면서 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4세대에 이르면 실제 사람의 생활 전범위에 이동통신 시스템이 핏줄처럼 녹아들어갔습니다. ▲5세대 이동통신의 목표는 전세계 모든 물건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100억 명의 사람들 간의 통신 시스템은 4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만, 1조 개가 넘는 모든 물건은 4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으로 소화를 못하기 떄문에 5세대 이동통신이 개발된 것입니다.”

공유차 분쟁서 보듯 타협 안 되면 사회적 비용 많이 들어

홍 학장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 사용료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언론에서도 요금제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잘 터진다, 안 터진다’ 등 이야기가 많다”면서 “하지만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성공 여부는 2020년 후반 정도가 되어야 사물들 사이의 통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그는 이동통신 분야 인식에 있어서 전문가와 일반인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이 선도하는 분야를 일반인들의 기존 인식과 시스템을 통해 수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발전적으로 극복하려면, 사회학자들과 공학자들이 연계하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홍 학장의 생각이었다.

“저는 역사적으로 산업혁명 때마다 기술 발전이 사회를 급진적으로 바꾸었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변화 주기가 더 짧아질 겁니다. 그 이유는 예전보다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 연결망이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 공유 속도도 어마어마하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이끌어야 합니다.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해야 합니다.”

홍 학장은 잘못하면 사회가 혼돈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최근 공유차 사업과 택시 업계의 분쟁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협이 안 되면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갈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초과학 및 이공계 기술과학 중요성 알리는 책 되길 

홍대식 학장은 “이번 책의 결과물에 70% 정도 만족한다"면서 "아직도 책을 읽어보면 어려운 부분이 많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책 발간을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기에 70점 정도를 주고자 한다“면서 ”이번 책이 나오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사람은 연세대 한경희 교수로 22명의 원고를 일일이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고 탈고했다”고 밝혔다.

“한경희 교수는 연세대학교 공학교육혁신센터에서 사회 문제들과 주변의 삶을 다루는 내용까지 포함하여 원고를 정리하고 편집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필진에 참여한 공대 교수들의 노고도 듬뿍 담긴 작품입니다. 이들은 산업과 교육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인정받는 공학자들입니다. 각자의 전공 분야에 관해 진솔한 생각과 전망을 담았습니다. 이 책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및 이공계 기술과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작게라도 이바지하기를 바랍니다.”(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