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연결성의 원리

연결성(coherence)의 원리란 소주제를 떠받드는 문장들을 순리적으로 배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를 서술하는 재료 곧 뒷받침 문장들을 자연스럽고 이치에 맞게 늘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통일성의 원리가 소주제와 내용적으로 일치되는 문장들만을 골라야 한다는 선택의 원리라면, 연결성의 원리는 선택된 뒷받침문 장들을 알맞게 늘어 놓아야 한다는 배열의 원리이다.

연결성의 원리는 다음 3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시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

(2)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

(3)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

시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소주제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시간의 차례대로 늘어 놓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사물에 대하여 서술할 때 쓰인다. 앞에서 다룬 서사법의 글은 이런 시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소주제를 서술하는 내용들을 공간적 위치에 따라 일정한 순서로 늘어 놓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앞에 말한 기술법/묘사법의 글을 쓰는 기본이다.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소주제를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조리있고 이치에 맞게 늘어 놓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시간 및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 이외의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설명법이나 논술법의 글을 쓸 때 등에 주로 쓰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1) 시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

우리의 행동이나 사건을 서술할 때 곧 사물의 움직이는 과정을 나타날 때는 시간적 순서에 따라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테면,

[보기 6.7]

그 두 사람이 씨름을 했다. 그들은 겉옷을 벗어 붙이고 샅바를 맸다. 둘이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똑 같은 모양으로 두 손을 가지고 샅바를 손으로 감아 잡았다. 드디어 천천히 버티며 일어나더니 심판이 손을 떼자 마자 검은 샅바의 선수가 들어치기로 상대방을 단숨에 넘어뜨렸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두 선수의 동작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차례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적어 가면 자연스러운 연결이 된다. 그러나 만일 먼저 한 행동과 나중 행동의 순서를 바꾸면 자연스런 연결이 안 된다. 가령, "샅바를 잡고 겉옷을 벗어 붙이고"라고 한다든지, "들어치기로 한 판을 따내자 심판이 손을 뗐다"라고 하면 시간적 순서에 어긋나므로 이상한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하루 동안에 한 행동에 대하여 말할 때나 친구들과 만나서 놀던 이야기를 할 때는 이 시간적 순서에 따른다. 신문 기자들이 어떤 사건을 서술할 때도 사건의 발단에서부터 진행 과정 그리고 결말의 순서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또 어떤 사람의 일생을 기록하는 전기나 한 나라의 역사 서술 따위도 모두 시간적 순서를 따르게 된다.

이런 글들은 우리가 앞에서 말한 서사법의 글인 것이다.

이런 사건이나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가지고 서사법의 단락을 이루려면 한 소주제를 중심으로 엮어야 한다. 그것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배열할 뿐 아니라 소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알맞게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보고 듣는 행동이나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그대로 다 늘어 놓아서는 안 된다. 소주제를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것들만을 골라서 시간 순서로 배열하여야만 선명한 소주제를 가진 단락이 될 수 있다.

[보기 6.8]

작은아이가 식탁유리를 깼다. 마침 동네에 유리를 도매하고 가공하는 공장이 있어 이렇게 조그만 것도 해주는지 물어보러 갔다. 유리공장 사장님은 "가깝게 사는 동네분들은 해준다"며 종업원더러 가서 크기를 재오라고 했다. 집에 와 식탁크기를 잰 총각은 깨진 유리를 들고 집안 가구를 둘러 보더니 말없이 깨진 유리를 가로세로로 자르기 시작했다. "뭐하세요?"하고 물었더니 "남은 유리가 아깝잖아요" 하는 것이었다.

잠깐 동안에 고가구-전자레인지 위에 깨끗한 유리가 얹혔다. 너무나 고마워서 차 한잔을 대접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기술을 배운지 1년쯤 되는 총각이었다. 나는 "훌륭한 기술자가 되라"고 격려해 주면서 총각을 보냈다.

--오명순, "고마운 이웃" 중에서--

위 글은 자기가 겪은 이야기를 차례대로 적고 있다. 그런데 이 글은 단락 나누기도 잘못 되었으며 각 단락의 소주제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것은 뚜렷한 중심점이 없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이것 저것 다 늘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다음과 같이 다시 엮어 본 다면 더 나은 글이 될 것이다.

[보기 6.8']

작은 아이가 식탁 유리를 깼다. 마침 동네에 유리 공장이 있어서 사장을 만나 부탁을 했다. 그 공장은 규모가 큰 생산 공장이므로 그런 사소한 일을 맡아 하는 곳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사장은 쾌히 승낙을 하고 종업원을 보내 주었다. 그것은 오로지 이웃 동네분들의 일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여기서 나는 이웃 사랑의 고마움을 느꼈다.

그 종업원은 우리 집에 와서 식탁의 크기를 재고 나서 집안 가구를 둘러 보았다. 그러더니 말없이 깨진 유리를 가로 세로로 자르기 시작했다. 잠깐 동안에 고가구-전자레인지 위에 깨끗한 유리가 얹혔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따로 부탁을 해도 귀찮아 하며 안 해줄 일을 이 종업원은 스스로 알아서 해준 것이다. 나는 여기서도 이웃 사랑의 고마움을 새삼스러이 느낄 수가 있었다.

첫째 단락은 사장이 보인 "이웃 사랑의 고마움"을 소주제로 삼고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만 고르고 설명을 덧붙여서 그것이 뚜렷이 드러 나도록 하였다. 둘째 단락은 종업원이 보여준 이웃 사랑의 고마움을 소주제로 삼고 그것이 잘 드러나도록 엮었다. 이때 유의할 것은 그 종업원의 신상에 관한 문제나 그와 나눈 이야기 등은 제외한 점이다. 그런 것들은 소주제를 뚜렷이 나타내는 데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초점을 흐리게 할 뿐이다. 이처럼 행동이나 사건을 재료로 하여 글을 쓸 때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소주제로 삼아야 하고 그런 다음에는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만을 골라서 집중적으로 엮어 놓아야 한다. (시간적 순서에 따른 글을 쓰는 요령은 뒤의 "서사법"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일정 공간에 고정되어 있는 사물의 모습을 자세히 나타낼 때 쓰인다. 자연의 풍경, 사물의 겉 모습, 얼굴의 생김새 따위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기술문이나 묘사문을 쓸 때 등에 적용되는 것이 이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다. 시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 움직이는 사물에 적용되는 것이라면,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은 움직이지 않고 정지되어 있는 사물에 대하여 기술할 때 쓰이는 것이다.

다음 보기는 첫눈이 온 광경을 공간적 순서로 묘사한 글이다.

[보기 6.9]

와우산에 첫눈이 왔다. 기다란, 흰 수염 휘날리는 와우산 소나무가 서있고 하늘에는 달이 환하고 엷은 구름이 떠있다. 하늘을 반넘어 차지한 엷은 구름도 달빛을 받아 눈같이 희다. 강 건너 사장(沙場) 위에도 눈이요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관악(冠岳)에도 눈이다. 촌설(寸雪)도 못 되는 적은 눈이나 눈이 몹시 부시다.

-- 이양하 "조그만 기쁨" 중에서 --

위에서 보듯이 공간적 순서에 따른 글에서는 위, 아래, 멀리, 가까이 따위의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을 그리듯이 적어 간다. 그래야만 독자가 글로 나타내는 모습을 직접 보는 듯이 떠올릴 수 있다.

특히 그 모습을 그려 갈 때는 한 번 정한 방향을 일관성있게 지켜야 한다. 가령, 그 방향을 윗쪽에서부터 아랫쪽으로 가도록 정했으면 끝까지 그대로 따라야 하며, 반대로 아랫쪽에서 윗쪽으로 치올라 가도록 정했으면 그대로 일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중에 그 방향을 바꾸어 왔다 갔다 해서는 안 된다. 왼쪽에서부터 바른 쪽으로 또는 바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 방향을 일관성있게 따라야 한다. 또 먼 데서부터 가까이 또는 가까운 데서 먼데로 나가면서 그릴 경우에도 처음에 정한 방향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 도중에 그 순서를 갑자기 바꾸면 독자가 그 모습을 떠 올리는 데 혼란을 일으킨다.

다음 단락은 방 안의 모습을 그린 글인데 일정한 순서에 따라 차례로 서술하고 있다.

[보기 6.10]

나의 눈길이 미치는 왼쪽으로는 옷장이 문이 열린 채로 있었다. 그 안에는 여름옷이 카버가 씌워져 걸려 있었고, 선반에는 구두가 가즈런히 놓여 있었다. 그 옆의 화장대는 기숙사에 갈 때 물건을 거의 다 가져갔기 때문에 비다시피 되어 있었다. 다만 남아 있는 몇 가지 것들이 정돈되어 있었다. 거울 주위에는 학교 시절에 받았던 초대장, 쓰던 물건, 그리고 기념품들이 아직도 붙어 있었다. 벽에는 학교 회화반에서 그렸던 그림이 걸려 있는데 강의 물빛이 너무나 푸르러서 이상하게 느껴진다.

필자의 눈길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는 방안의 풍경을 일정한 순서에 따라 묘사하고 있다. 필자는 아침에 잠이 깨었을 때 침대에 누워 있었거나 앉아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눈길만 돌려가면서 묘사하고 있다.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 방식은 뒤의 "기술법"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3)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시간적 순서와 공간적 순서에 따른 배열 이외의 모든 경우를 말한다. 움직이는 사건이나 겉으로 드러난 모양을 나타내는 경우가 아니고, 추상적인 생각이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모두 논리적 순서에 따르게 된다. 가령, 낱말의 뜻을 풀이한 다든지,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설명한다든지, 일이 일어난 원인이나 결과를 밝힌다든지, 우리의 의견이나 주장을 나타낸다든지 할 때 쓰이는 것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다.

여기서 "논리적 배열"이란 말과 말 또는 문장과 문장을 연결할 때 이치에 어긋나지 않고 순리대로 이어간다는 뜻이다. 앞뒤 말이나 문장의 뜻이 서로 어긋나거나 모순됨이 없이 뜻을 펴가는 것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다. 가령,

(가) 글이라는 것은 말을 글자로 적은 것이다. 그러므로 말과 글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고 그 표현 형식이 다를 뿐이다.

(나) 글이라는 것은 말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사람은 글보다는 말을 중요시한다.

(가)의 두 문장은 각기 이치에 맞는 내용일 뿐 아니라 서로 순리적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누구나 이 두 문장의 연결은 거슬림 없이 읽는다. 그러나 (나)의 두 문장은 각기 이상할 뿐 아니라 서로 연결하면 더욱 이치에 안 맞는다. 그래서 이런 문장의 연결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은 (나)와 같은 것을 배제하고 (가)와 같이 이치에 어긋남이 없이 이어 가는 것을 말한다.

다음 두 단락을 비교하면서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 어떤 것인지 더 자세히 알아 두자.

[보기 6.11]

(가) 우리는 "남잡이가 나잡이"가 되는 예를 흔히 본다. 남을 해치는 것은 결국 자기를 해치고 마는 일이 세상에는 많다. 남을 욕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가 욕을 먹게 되고, 남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결국 자기도 그만한 손해를 입고 만다.

위와 같이 첫 문장에 나타난 바를 구체적으로 풀이해 가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 된다. 그러나 만일 다음에서와 같이 서로 관계가 없거나 모순되는 내용을 늘어 놓으면 순리적인 연결이 되지 못한다.

(나) 우리는 "남잡이가 나잡이"가 되는 예를 흔히 본다. 남을 잡아 주는 것은 결국 나를 잡아 주는 것이 된다. 남을 탓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가 욕을 먹게 되고, 남에게 잘 해 준 사람도 결국 자기도 그만 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이 글은 앞뒤 문장의 내용이 잘못 풀이되어 이치에 맞지 않는 연결이 되어 있다. 이런 것은 우리의 상식에 어긋나므로 우리는 그것을 순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배열은 논리적 순서에 따른 연결이 못된다.

다음과 같은 글의 경우는 어떤지 살펴 보자.

[보기 6.12]

속담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다"라는 속담은 사람의 마음씨나 됨됨이는 여간해서는 알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해 준다. 겉으로 나타난 모습만 보고 또는 몇 마디 말을 걸어 보는 것 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속담은 가르쳐 준다. 한편으로 "물은 건너 보아야 알고 사람은 사귀어 보아야 안다."라는 속담은 그런 경우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시사해 주고 있다. 사람의 마음 속은 그처럼 알기 어려우니 오래 사귀어 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것이다.

위의 경우에는 속담을 적절히 이용하여 소주제문을 조리있게 펼치고 있다. 이렇게 순리적인 연결이 되면 단락의 중심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다음 글에서는 주로 "까닭"을 내세워서 소주제문을 뒷받침하는 경우인데 앞 뒤 관계는 인과 관계로 맺어지고 있다.

[보기 6.13]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내가 이웃을 사랑 한다면 그 이웃은 고마움을 느끼고 그 사랑을 갚으려고 할 것이니 결국 내가 한 사랑은 나에게 다시 돌아 오고 만다.

요컨대,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이란 앞 뒤의 문장이 내용적으로 모순이 없이 순리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 논리적 순서에 따른 배열 방식은 뒤에서 다시 다룰 것이다).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