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배 TV조선 대표이사, 19일 대학생들에게 '글쓰기 논술' 조언]

신향식 '치유글쓰기' 신문 발행인이 진행한
한성대의 '뉴미디어와 글쓰기' 수강생 대상

“100명 중 75명 답안 엇비슷…아예 채점 안 한다”
“‘자신은 오지랖 넓어서 기자 역할 잘할 수 있다’는 답안 한때 유행”
“공부모임 영향으로 ‘판박이 답안’ 양산…자기만의 생각 담아야 합격”
“언론고시 준비 위해 여자친구도 정리…다른 사람들 관계도 최소화”
“시험 직전의 졸업식 참석 안해…시골 어머니 졸업식 초대 못해 죄송”

한성대 '뉴미디어와 글쓰기' 수강생들이 19일 TV조선을 견학한 뒤 김민배 대표(오른쪽)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성대 '뉴미디어와 글쓰기' 수강생들이 19일 TV조선을 견학한 뒤 김민배 대표(오른쪽)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편집자 주=글쓰기 전문가로 대학서 교양과목 '글쓰기'를 강의하는 신향식 글쓰기 신문 발행인이 이번 여름방학에 한성대에서 4주간 12차례 '뉴미디어와 글쓰기' 특강을 하고 수강생들과 TV조선 방송국을 견학했습니다. TV조선의 김민배 대표는 언론계 진출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에게 도움말을 들려 주셨습니다. 언론사 입사 논술뿐만 아니라 각종 글쓰기에도 도움되는 내용이어서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국어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각자 장래희망을 발표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기자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기자를 꿈꾸던 김민배 TV조선 대표이사(61)는 고려대 사회학과 입학 뒤 학보사(고대신문사)에서 기자 일을 예비로 경험했다. 고대신문사 편집국장까지 역임한 그는 1984년 5월 조선일보사에 입사,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관훈클럽 총무 등으로 활약했다. 2017년 5월부터 TV조선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민배 대표가 19일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조선일보씨스퀘어빌딩에서 한성대 학생들에게 도움말을 선사했다. 이들은 이 대학의 ‘뉴미디어와 글쓰기’ 수강생 중 일부로 대부분 기자 지망생들이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이들을 지도한 신향식 대표(글쓰기 전문매체 ‘글쓰기’ 발행인)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신향식 대표는 단신부터 인터뷰까지 직접 기사문을 작성해 인터넷 신문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기자 실무를 훈련했다. ‘뉴미디어와 글쓰기’는 주 3회로 4주간 진행됐다.)

​김민배 TV조선 대표와 한성대 '뉴미디어와 글쓰기' 수강생들의 간담회 장면.
​김민배 TV조선 대표와 한성대 '뉴미디어와 글쓰기' 수강생들의 간담회 장면.

김민배 대표는 고대신문사 기자 시절을 회고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시 고려대 김상협 총장은 학보사 기자들에게 미국 취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한다. ‘세계의 대학을 찾아서’란 주제로 지도교수 1명, 학생기자 4명, 간사 1명 등 모두 6명이 38일 일정으로 값진 경험을 했다.

“그때는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습니다. 대학이 민주화의 전진기지였지요. 학보를 만들 때도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전념을 다했습니다. 3학년 1학기까지 편집국장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언론고시를 준비했습니다.”

김민배 대표는 “고대신문사 편집국장을 마치고 나니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그랬는지) 머리에 남는 지식이 별로 없었다”면서 “영어 단어의 철자도 헷갈릴 정도로, 소모만 하고 충전은 못한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김 대표는 3학년 여름방학에 결단을 내렸다. 졸업 무렵까지 1년 반 동안 언론사 입사 공부에만 전념했다. 잡다한 것은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여자친구를 사귀면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정리했어요.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도 최소화했습니다.”

김민배 TV조선 대표가 19일 한성대 학생들에게 도움말을 들려주는 장면.
김민배 TV조선 대표가 19일 한성대 학생들에게 도움말을 들려주는 장면.

당시 김 대표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1년 치를 다섯 번씩 읽었다. 논설위원들의 글을 읽으면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어떤 신문인지 파악했다. 예컨대,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이 어떤 논조를 표하고 있는지부터 분석했다.

그는 1984년 2월 25일에 열린 고려대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언론사 시험 준비에만 몰두한 것이다.

“며칠 뒤인 28일에 조선일보 입사시험이 있었습니다. 시골(전남 진도) 어머니께서는 학사모를 쓴 아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싶어서 한달 전부터 상경해 제가 자취하던 방에서 머무르셨지요. 그래도 전 그 소원을 들어드리지 못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 죄를 지은 셈이지요.”

김 대표는 “아버지는 중3 때 돌아가시고 5형제 중 혼자 대학생이었다”면서 “어머니께서 얼마나 아들과 함께 졸업 사진을 찍고 싶어하셨겠냐”고 말했다.

“저의 졸업 앨범엔 증명사진만 실려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후회되기도 하지요. 졸업사진을 이웃에 보여 주고 싶으셨던 건데…. 하지만 졸업식도 안 가면서 간절하게 고뇌하고 고민했던 경험이 며칠 뒤 시험 답안지를 채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민배 대표가 이 사연을 들려준 이유는 기자 지망생들의 자세가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잡다한 일을 모두 내려놓고 치밀하고 철두철미하게 준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이 한 장 차이의 실력인데 합격을 하려면 준비하고 공부할 게 무척 많기 때문이다.

“목표를 정했으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온힘을 다해야 합니다. 설령 나중에 다른 진로로 바꾸더라도 그 노력이 다른 목표를 위해 달려갈 때 도움이 될 겁니다.”

김민배 TV조선 대표와 한성대 '뉴미디어와 글쓰기' 수강생들의 간담회 장면.
김민배 TV조선 대표와 한성대 '뉴미디어와 글쓰기' 수강생들의 간담회 장면.

김 대표는 조선일보사 수습기자 선발 과정에서 느낀 점도 공개했다. 문제도 출제하고 채점도 하고 면접도 보면서 지원자들 실력이 막상막하임을 확인했다.

“각 언론사마다 500명 정도 단골로 지원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누가 더 낫느냐를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변별하는 게 의미도 없어요. 조선일보는 매년 10~14명을 선발하는데 각자 공부한 내용이랑 출제 문제가 맞아떨어지면 합격 확률이 올라갑니다. 거기서 벗어나면 떨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면접장에서 낯익은 지원자들을 계속 만날 정도입니다.”

김 대표는 “100명을 채점하면 75명의 답안지 논리가 비슷비슷하다”면서 “생각을 베낀 흔적이 역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논리를 담은 답안이 많이 나오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생각해 봤다”면서 “언론고시 공부모임을 하다보니 서로 엇비슷한 논리구조가 생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요한 건 지원자들의 생각입니다. ‘나는 누구인지, 내 생각은 이렇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적은 사람이 합격하죠. 그래서 똑같은 내용을 담은 답안지는 채점하지 않았어요.”

김민배 대표는 고려대 언론고시 준비생들의 요청으로 강연한 사연을 들려줬다. 채점을 하다가 ‘오지랖’이라는 단어가 엄청 많이 나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자신은 오지랖이 넓어서 아는 사람도 많고 잘 챙기기 때문에 기자 역할을 잘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적잖은 지원자들이 그런 식으로 답안을 썼어요. 확인해 보니 언론고시 공부모임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자기 생각을 담아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한 겁니다.”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조선일보사 앞에 도착한 한성대 학생들을 TV조선 관계자가 맞이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조선일보사 앞에 도착한 한성대 학생들을 TV조선 관계자가 맞이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터넷 신문이 등장하면서 언론계 범위가 훨씬 더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1970~1980에는 ‘기자’라고 하면 ‘신문기자’였다. 방송국 PD는 언론인에 포함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 TV조선 개국 당시, 예능 PD를 섭외할 때 스카웃비 10억 원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는 일화도 곁들였다.

“어느 매체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언론 관련 직종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김 대표는 “컴퓨터 그래픽만 놓고 봐도 업무 범위가 확장되었듯이 언론도 무척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인문학 전공자가 조선일보 사진기자로 일하다 현재 디지털 방송 전문가로 활동할 정도라고 한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도 좋아요. 하지만 경험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면 됩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언론계 종사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치부 기자 시절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함께 일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 정도로 기자 일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저는 계속 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하셔도 됩니다.”

김 대표는 기자 지망생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단체사진을 함께 촬영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도 할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학생들은 “책을 보면서 공부한 것보다 몇십 배 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학생들 소감.

한성대 학생들이 TV조선 스튜디오를 견학하는 장면.
한성대 학생들이 TV조선 스튜디오를 견학하는 장면.
한성대 학생들이 TV조선을 견학하는 장면.
한성대 학생들이 TV조선을 견학하는 장면.

“풍요롭게 살라고 하신 말씀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목표를 이루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과정을 나만 아는 거니까. 그 과정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이새봄(패션학)]

“기자의 꿈을 품은 뒤 다른 데는 관심 두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했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은 포기할 만큼 절실한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나만의 생각을 갖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구현정(영어영문학과)]

“졸업식과 관련한 일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인간 김민배보다 기자 김민배를 우선시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기자로 활동하는 게 타인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이제 현장 기자 일은 하시지 않지만 여전히 기자의 사명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으로 보였습니다.”[권용석(한국어문학부)]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과의 경쟁을 이겨내며 최선을 다한 대표님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도 시대 흐름을 파악하고 발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저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무한히 노력하겠습니다.”[정채민(기계공학)]

“기자가 되기까지, 방송국 대표이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저에게 큰 자극이 됐습니다.”[노도경(경영학부)]

“신문을 보면 기자는 가장 기계적인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사마다 보도 주제가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자 자신의 시각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김중온(경영학부)]

 

'김민배 TV조선 대표' 약력

언론인(방송), TV조선(대표이사), 전 조선일보 기자(사회부장, 정치부장)

2017.05~ TV조선 대표이사

2015.06~2017.05 TV조선 총괄전무

2015.04~2015.06 TV조선 전무

2013.12 TV조선 상무

한성대 학생들이 TV조선을 견학하는 장면.
한성대 학생들이 TV조선을 견학하는 장면.
촬영기기 화면을 감상하는 장면.
촬영기기 화면을 살펴보는 장면.
기상 캐스터처럼 날찌 정보를 방송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한성대 학생.
기상 캐스터처럼 날찌 정보를 방송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한성대 학생.
TV조선 스튜디오의 시사토론 세트에 앉아 기념 촬영하는 한성대 학생들.
TV조선 스튜디오의 시사토론 세트에 앉아 기념 촬영하는 한성대 학생들.
한성대 '뉴미디어와 글쓰기' 수강생들.
한성대 '뉴미디어와 글쓰기' 수강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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