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의 '대사관 이야기'(12)]

[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정범구 대사의 ‘대사관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정 대사는 대사관 주변 이야기와 한독 관계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외교관의 소소한 일상과 깊이 있는 사색,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를 담고 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쓰기’의 모범사례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현장 사진을 곁들여 국민들에게 외교관이 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범구 대사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16대, 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해 1월 독일 대사로 부임했습니다.

사진=정범구 대사
사진=정범구 대사

* 사회가 점점 복잡해 지고 인간 관계가 다양해지면서 자기 안의 여러가지 모습에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역할에 따라, 예를 들면 아버지로서 써야 하는, 남편으로서, 혹은 대사로서, 친구로서, 그외 다양한 관계에 따라 그때 그때 갈아껴야 하는 가면을 고대 그리스 인들은 이미 페르소나(Persona)라는 개념으로 정리해 뒀다.

그런데 인간 본연의 이런 내적 갈등 외에도, 여러 가지 문화가 섞여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시적으로 겪는 갈등들이 있다. 아마 그런 갈등을 가장 심하게 겪는 이들이 해외로 입양됐던 동포들 아닐까?

독립운동 당시 분위기를 살려본다고 당시 의상을.(사진=정범구 대사)
독립운동 당시 분위기를 살려본다고 당시 의상을.(사진=정범구 대사)

* 지난 주말 본(Bonn)에 다녀왔다. 유럽지역 한인 입양인 및 교민 대상으로 "3.1 운동 100년의 의미"란 제목으로 특강을 맡았는데, "민주평통 북유럽 협의회(김희진 회장)"가 주최하고 우리 대사관 본 분관이 후원한 행사다.

독일 거주 입양인들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도 왔다. 얼굴은 다 우리 평범한 이웃들 모습이었지만 사용하는 언어가 다 다르다. 내 강연은 독일어로 진행됐는데, 비 독일어권에서 온 입양인들은 독일 거주자가 뜨문뜨문 영어로 번역해 주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독일 거주 입양인은 현재 2,350명 정도로 집계되는데 대부분 7-80년대에 입양되었다. 입양인들 나이도 4-50대가 많아, 종래 우리가 부르던 "입양아"라는 표현은 조심해야 한다. 한독입양인협회가 2018년 1월 부터 정식 등록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정범구 대사
사진=정범구 대사

* 두 개 이상의 문화권을 겪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독일 말에 "두 개 의자 사이에 걸터앉다 (Auf zwei Stühlen sitzen)"란 표현이 있다. 이게 참 적절한 표현이다. 나 역시 일상적으로 두 개 문화권 속에서 살면서 공감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170여개국 이상에 700만 이상의 우리 동포들이 흩어져 살아가고 있다. 현지에 삶의 뿌리를 굳건히 내리기까지, 또는 그 후에도 얼마나 많이 스스로에게 물었을까? 
"나는 누구인가?"[2019년 4월 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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