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찾아가는 경상도 지역 이순신 유적 답사기
통영, 한산도, 거제, 진해, 부산, 고성, 사천 , 진주, 남해 등지의 역사문화관광서
이순신의 인성과 혼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

 

'국민 멘토' 이순신 유적답사기1
'국민 멘토' 이순신 유적답사기1. 표지사진은 국내 최초로 세워진 진해 북원로터리의 이순신 장군 동상.

‘국민 멘토’ 이순신 유적 답사기1

도서출판 화인. 가격 20,000원.

 

작가 김동철
작가 김동철

 

작가의 말

나는 이순신 장군을 만나러 갈 때면 소년시절 소풍 전날처럼 가슴이 설렌다. 특히 도심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삶이 피폐해져 감을 느낄 때 이순신을 찾아 떠나는 생각만 해도 활력소가 솟아난다. 기쁘거나 슬플 때 그를 찾아다닌 지가 벌써 10년이 지났다.

나는 엔돌핀이 핑핑 도는 이런 체험의 효과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동안 수차례 경상도, 전라도, 서울, 충남 아산 등 이순신 유적지를 답사했지만, 이렇게 세세하게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전국의 유적지를 답사하고 책을 쓴다는 게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일인가. 답사는 탐방이나 여행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세밀해야 하는 정밀작업이다. 하지만 인생 2막에서 내가 만난 이순신을 찾아다니고 그에 관한 글을 쓴다는 자체는 나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주었다.

우선 역사관련 책을 내자면 우선 역사사실과 고증, 지역 정보 등 취재 범위를 넓혀서 꼼꼼히 다루어야 한다. 게다가 답사기인 만큼 사진이 중요한데 이번에는 드론을 띄워서 조감도를 담음으로써 현장의 생생한 감동이 전해지도록 했다.

이번 답사기는 경상도 편이다. 경상도 지역은 통영, 한산도, 거제, 부산, 진해, 창원, 마산, 사천, 고성, 진주, 남해 등이 포함됐다. 이순신 장군의 23전의 전승지 가운데 거의 대부분을 포함한다. 10년 전 어느 날 나는 배낭에 카메라 한 대를 넣고 아산 현충사를 찾았다. 그곳에는 이순신 생가와 묘소, 기념관 등 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기념관에서 두 자루의 칼에 새겨진 검명(劍名)을 보는 순간, ‘바로 이 분이다.’라는 생각에 전율을 느꼈다.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삼척서천 산하동색(三尺誓天 山河動色) 석자 되는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물이 떨도다.

아! 이 얼마나 장쾌한 서사인가.

이렇게 인생의 사표(師表)를 만나고 나서 본격적인 남해안 답사가 시작되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나의 행진은 계속되었다. 서울, 아산, 부산, 통영, 거제, 진해, 마산, 창원, 진주, 사천, 고성, 남해, 의령, 합천, 산청, 함양, 정읍, 여수, 순천, 해남, 진도, 목포, 구례, 광양, 보성, 완도, 강진, 고흥 등이 주요 순례지였다. 답사는 수차례씩 이어졌다.

통영의 고 박경리 선생의 생가와 묘소, 문학관을 갔을 때 그녀가 남긴 말이 기억난다.

“이순신 장군은 시대가 도달해야 할 인격의 전형이다.”

역사학자가 아닌 나는 ‘문무겸전’ 이순신에 대해서 인문학적 요소를 찾아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로 대변되는 인문학적 접근법이다. 사람의 생각은 말과 표정으로 나타나고 말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그 사람의 운명을 정해주기 때문이다. 우선 이순신 장군의 생각(철학)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남긴 난중일기, 임진장초, 서간첩(이상 국보 제76호), 시조 등을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평생 멘토’였던 류성룡의 징비록과 선조실록, 행장, 행록 등은 필수이다. 거기서 우리는 이순신다운 형상(形像),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통영에서 이순신 장군의 보물이 숨겨진 한산도 들어가는 페리호.
통영에서 이순신 장군의 보물이 숨겨진 한산도 들어가는 페리호.

내가 하는 강의의 제목도 ‘이순신의 인성 리더십’ ‘이순신의 충, 효, 애민, 창의, 실용, 소통 리더십’ ‘이순신의 시조에 나타난 인성’ ‘이순신의 청렴리더십’ ‘이순신과 원균 리더십’ 등 인문학 분야이다.

한 사람의 정신을 집중 연구함으로써 비로소 그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고 현재 상황에 맞게끔 활용할 수가 있다. 이른바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히고 비로소 새로운 것을 앎)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매스콤을 통해 비쳐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쪼개지고 깨진 분열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서로의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고 편을 가른다. 나라 안팎의 여러 걱정거리가 쌓여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상황이건만 우리는 분열되어 있다. 국가 리더십마저 실종된 느낌이다.

이 때 급하게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이순신 장군은 문무(文武)를 겸전한 사람이다. 한양과 아산의 어린시절, 서당에 다닐 때는 사서오경을 공부했고 20대 청년시절에는 장인의 권유로 무과를 준비했는데 완력단련, 활쏘기, 말타기 및 전략 병법서인 무경칠서를 외우다시피 했다. 이런 공부를 바탕으로 그는 나라사랑 충, 부모사랑 효, 백성과 부하사랑 애민, 거북선 창제의 창의 실용정신으로 무장됐다. 그는 이와같은 정신 바탕 위에 초극(超克) 리더십인 선공후사, 솔선수범, 신상필벌, 임전무퇴, 살신성인 등을 금자탑처럼 세웠다.

이순신 장군은 이같은 인성과 리더십으로 온갖 수모와 역경을 헤치면서 오로지 나라와 백성을 살리려고 한 몸을 던진 채 살신성인으로 마감했다. 그는 지금 여기 없지만 그의 혼과 넋은 전국 그의 유적지에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즉 ‘필히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요령을 피우면 죽을 것이다.’

1597년 정유재란 때 명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은 13척의 판옥선밖에 없었다. 그러나 왜수군 함대는 330여척, 그 가운데 31척의 선봉대를 총통과 불화살로 분멸시켰다.

생각해보라. 수적으로 절대 부족한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상황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립무원 이순신 장군의 당시에 답답한 심정을 떠올리면 오늘날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비교할 바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 생각지 않게 맞닥뜨리는 어려운 상황이 있을 때 ‘필사즉생’을 주문처럼 외워보자. 뜻밖에 힘이 솟고 해결의 방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다.

통영 강구안 문화마당 바닷가에 떠있는 거북선.
통영 강구안 문화마당 바닷가에 떠있는 거북선.

나는 그동안 대학과 기업, 단체 등에서 이순신 인성과 리더십을 강의했고 또 광화문 부근 교육장에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이순신, 광화문에 상륙하다’라는 시민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순신 정신을 널리 전파하기 위함이었다. 이와같은 일련의 행동이 이론에 머물었다면 이번 답사기는 현장 곳곳에 대한 역사적 해설과 지역 문화예술가 소개 및 축제 등 다양한 정보를 담아서 마치 그곳을 여행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이순신 장군은 22년의 관직생활 동안 세 번의 파직과 두 번의 백의종군을 하는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나는 이 답사기에서 이순신을 군신(軍神)이니 성웅(聖雄)이니 영웅(英雄)이니 하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로 그리는 것을 삼가고 있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 이순신’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그의 행적과 유적을 살펴보면 그가 왜? 보통 사람을 훨씬 넘어서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인성은 실종되어 ‘인성불모지’가 됐다는 탄식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오죽했으면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것을 만들었을까. 그 인성교육진흥법의 핵심인성 8개 요소는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력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이 8개 핵심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가리켜 ‘국민 멘토’라고 주장한다.

나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을 담은 인문학서인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 두고자 한다.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자유학년제와 자유학기제가 실시됨에 따라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서 임진왜란 당시 동북아(조선, 명나라, 일본, 여진) 역사와 조선의 대응 전략, 이순신의 문무겸전 인성과 사상, 그리고 리더십을 제대로 배웠으면 좋겠다. 또 사회에서 리더가 되려는 사람들 및 교사, 공직자, 군인, 직장인들도 이순신 장군의 훌륭한 리더십에서 자신이 바라는 바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답사를 하면서 느낀 점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 남해안 한려수도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이다. 곳곳에는 이순신 장군의 자취와 숨결이 배어있다. 그 천혜의 자연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객들에게 보다 상세한 정보를 많이 전하려고 애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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