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리스티안 바이어 교수
독일 괴팅엔 출신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 크리스티안 바이어 교수(서울대 독어독문학과)
▲ 크리스티안 바이어 교수(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글을 잘 쓰려면 다시 고쳐쓰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습니다. 크게 소리내어 읽어보면서 느낌을 확인해보고 수정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의 크리스티안 바이어 교수는 "라틴어에 'nulla dies sine linea'(매일 한 문장씩 써보아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이것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그렇게 하면 좀 더 명확하게 생각을 정리해 좋은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전에 미국 하버드대의 글쓰기 담당 교수에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을 잘 고쳐쓰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하자 "좋은 방법"이라면서 "맨 처음부터 완벽하게 글을 쓰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설득력 있는 글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바이어 교수는 독일 괴팅엔 출신으로 2012년에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에 부임했다. 바이어 교수에게 독일 글쓰기 교육에 관해서 들어본다.(편집자 주=2015년 작성한 기사)

- 독일에서는 글쓰기가 교육 활동에 어떻게 포함됩니까?

"별도로 글쓰기 강좌는 없다고 보는 게 좋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과제를 주고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됩니다. 대입 시험인 아비투어도 모두 글쓰기로 치릅니다. 대학에서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자면 '요약하기', '비평하기', '이야기 만들기', '찬반토론하기', '주장에 논거를 곁들여 글쓰기' 등의 방식이 있습니다. 물론 대학에 가면 논문과 보고서 등 다양한 글을 써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김나지움이든 대학에서든 다 이렇게 교육합니다."

- 글쓰기가 왜 중요하다고 봅니까?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글을 조리있게 쓰는 게 필요합니다. 단어 선택부터 문장 구성, 그리고 중심적인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과정까지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학자들도 연구 결과를 글로 작성해 발표해야 합니다. 이공계에서 실험을 하더라도 결국엔 그 결과를 글로 잘 표현해야 세상에 소개를 할 수가 있습니다. 사실 학문적 측면에서는 각각의 전공과목과 글쓰기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쓰기와 책읽기 자체가 서로 구분된 것이 아니라는 듯입니다. 경계가 없습니다."

- 글쓰기 과제에는 어떻게 첨삭을 주나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문법적, 단어적, 그리고 내용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첨삭 받았습니다. 마지막에는 길든 짧든 간에 선생님의 총평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 교수가 된 뒤에도 비슷하게 첨삭을 해줍니다. 서울대에서도 한국 학생들의 과제나 논문에 총평을 달아줍니다."

- 미국처럼 독일 대학에도 글쓰기 센터가 있습니까?

"10~15년 전부터 글쓰기 센터를 신설하는 대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글쓰기 센터는 독일의 제도가 아닙니다. 하지만 창의적으로,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지도하는 기관이나 프로그램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 혹시 학창 시절에 인상 깊었던 글쓰기 문제로 어떤 게 있습니까?

"아비투어(독일 대입 시험) 때 4분 동안 토마스 만이란 작가에 관해서 쓰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토마스 만이 쓴 에세이의 내용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4분이란 아주 짧은 시간에 적는 것이었습니다."

- 독일에서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누구를 들 수 있나요?

"토마스 만, 카프카, 귄터 그라스 등 3명을 추천합니다. 귄터 그라스는 현재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작가도 글을 잘 씁니다."

- 한국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모두 성실합니다. 어학 강좌를 담당하면서, 한국 학생들이 금방 배우고 바로 실력이 느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기 초에는 낯선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실수를 두려워해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분위기가 딱딱합니다. 그렇지만 3주 정도 지나면 수업에 익숙해지면서 분위기가 좋아집니다. 질문을 안 하거나 수줍게 질문하던 학생들도 달라집니다.

한국 학생들은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질문이 있냐고 하면 눈치를 보곤 합니다. 혹시라도 나 혼자만 이해하지 못했을까봐 걱정해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독일어를 잘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저는 독일어를 잘 못합니다'라고 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실수를 할까봐 겁을 먹은 것 같은데, 이런 걱정을 없애주기 위해 '저는 독일어를 잘 못합니다'라는 표현을 아예 쓰지 못하도록 금지해 보기도 했습니다."

- 한국 학생들의 과제나 시험 답안에서 부족한 점은 무엇입니까?

"대체로 잘 하는 편이지만, 이따금 관사에서 실수를 합니다.(정관사가 성, 수, 격에 따라 총 16가지 형태로 바뀌는 데 거기서 실수를 한다는 뜻) 그 외에는 가끔 어순에서 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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