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 보면서 느낀 점' 묻자 "주장은 강하지만 그 이유 제시에 소홀"
독일 교사 교수들은 '남이 공감할 수 있는 논거를 제시하라' 수없이 강조
"창의력 도움되는 글쓰기(논술) 비중 한국 대학입시서 축소돼 안타깝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특별 인터뷰를 통해 '글쓰기 교육'에 대한 깊이 있는 견해를 밝힌 다니엘 린데만
▲ 특별 인터뷰를 통해 '글쓰기 교육'에 대한 깊이 있는 견해를 밝힌 다니엘 린데만 ⓒ독서신문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독일) 특별인터뷰서 지적]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자기 생각을 열심히 전달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왜(Why)'를 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종합편성채널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 중인 독일 출신 다니엘 린데만의 지적이다. '한국의 신문과 책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주장을 펼칠 때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거(논리적인 근거)를 생략하곤 한다는 것이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를 내세우는 것 외에도, 이런 생각을 왜 하게 되었는지 밝히는 데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타당한 논거를 준비하는 게 무척 필요한 것입니다. 재미도 없고 좀 건조하겠지만, 통계 수치나 설문 자료, 명사의 발언 등이 좋은 논거가 될 수 있습니다."

7년째 한국에서 지내는 다니엘은 12세 때 태권도장을 다니면서 한국에 관심을 둔 계기로 본 대학교 동양학과에서 한국사와 한국어를 배웠다. 2008년 고려대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수학했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한국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한국의 헤드헌트사에서 3개월 근무한 뒤 지금은 방송 출연 일을 하고 있다. 5월 14일 경희대에서 열리는 '제18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됐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다. 제12회 대회에서는 대상을 받았을 정도다.

다니엘은 '독일학교에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게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고 묻자 "글에 따라서 다르지만 논리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배웠다"면서 "교사와 교수들은 '나의 생각을 알리고 싶으면 남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수도 없이 강조한다"고 밝혔다.

"나한테 당연한 생각이 남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생각을 먼저 알리고, 그 다음에 그것을 떠받들어주는 논거로 증명을 해야 합니다. 반대로 논거를 여러 개 밝힌 뒤에 주장을 뒤에 배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은 한국에서 논리적 글쓰기를 지도하는 것과 크게 다른 점은 없어요."

다니엘은 글을 잘 쓰기 위한 개인적인 비결을 이렇게 소개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쓴 다음에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한테 그것을 읽어보게 합니다. 그 다음에 그가 글 내용을 다 이해했는지 물어봅니다. (글의 핵심이 전달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글을 점검하는 것이 효과가 있습니다."

다니엘은 "독일에서는 글이나 논문을 쓸 때 표절하지 않도록, 즉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도록, 철저하게 교육한다"면서 "그것 때문에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인용한 자료의 각주를 다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고, 교수마다 원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출처를 밝히는 방법을 아주 세밀하게 배웠다고 한다.

다음은 다니엘 린데만에게 들어본 '독일 글쓰기 교육' 인터뷰 내용이다. 지난 2015년 4월 10일 이태원에서 1차로 만났고, 5월 3일 이메일로 2차 인터뷰를 했다.

▲ 다니엘 린데만
▲ 다니엘 린데만 ⓒ독서신문

- 독일의 김나지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합니까?

"수업 방식은 교사마다 다르지만 토론과 글쓰기를 많이 합니다.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설명한 뒤 토론하고 글로 적게 합니다."

-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교육학 수업에서 인간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배운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선 읽기자료를 분석한 뒤 교사와 학생이 토론을 합니다. 토론은 학생들이 자기 주장을 다른 친구들에게 설득하는 방식으로 합니다. 주장을 제시하고 논거를 밝히는 순서로 토론하도록 교사들이 이끌어줍니다."

- 다른 과목도 예로 들어주시겠습니까?

"독일어 수업에서는 시인이 시(詩)를 쓰게 된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설명해 주고, 시를 해설해 줍니다. 그 다음에 그 시를 감상한 의견을 글로 적게 합니다."

- 이런 방식이 좋다고 보십니까?

"어느 방식이 좋다고 정답을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독일 방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방식도 절반 정도는 괜찮습니다. 한국은 배경지식을 이해하게 하는 데 많은 비중을 두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그 배경지식에 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 토론 수업은 어떻게 하나요?

'고교 시절에 교육학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야기한 것을 비판하고 반대 의견을 내놓아도 된다. 내가 선생이라고 해서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단, 여러분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거를 곁들여 토론하면 된다.' 주장을 하려면 기본적인 논거가 있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기본적인 지식을 먼저 습득하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토론을 시키는 것입니다. 나의 주장과 논거가 옳은지 점검하면서 토론하면 논리력과 사고력이 향상됩니다."

- 고등학교에서 시험문제는 어떻게 나오나요?

"교육학을 예로 들겠습니다. 우선, 제시문 여러 개를 15분 동안 독해한 뒤 중심생각(요지)이 무엇인지 적어야 합니다. 그 다음, 지금까지 배운 교육학 이론과 연결지어 글을 씁니다. 심리학 제시문이라면, 심리학자 프로이트와 관련지어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술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시문에 담긴 주장에 찬성을 하는지, 반대를 하는지 그 이유를 포함하여 글을 쓰면 됩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프로이트의 심리학을 공부했으면, 그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 글로 설명하게 합니다. 아니면 프로이트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여 글을 쓰게 합니다.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고 대인기피 증세가 있는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프로이트가 그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시험문제 출제자는 바로 이것을 글로 작성하게 합니다. 아울러, 프로이트의 주장 중 일부를 제시하고 이것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유를 적게 합니다. 답안 분량은 6~7쪽입니다. 문항 형식은 무조건 주관적입니다. 객관식은 아예 없습니다."

- 다른 형식으로는 어떻게 출제될 수 있나요?

"문항을 세 개 낸다면 이렇게 나올 수 있습니다. 첫째 프로이트 심리학의 핵심을 설명하라, 둘째 피아제(Jean Piaget, 스위스 심리학자)의 뇌발달 7단계를 기술하라, 셋째 위의 두 가지 이론을 비평하라."

- 글을 잘 쓰려면 독서도 중요합니다. 독서지도를 어떻게 합니까?

"고등학교에서는 독일의 유명한 작품인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대부분 읽습니다. 카프카나 뒤렌마트와 같은 작가들이 쓴 책도 즐겨 봅니다."

- 대입 시험에서 독서가 중요하게 작용합니까?

'책을 읽지 않으면 대입 시험을 치를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대입 수능시험을 하루에 끝내지만 독일에서는 며칠 걸립니다. 집중과목을 4개씩 선택하게 하고, 4일에 걸쳐 대입 시험을 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과목에 4~5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집중과목으로 독일어와 스페인어, 수학, 교육학을 택했습니다. 독일어 시험에 4시간이 걸렸으니 답안지 분량을 채우려면 얼마나 많은 독서가 필요했겠습니까?"

- 평소 얼마나 책을 즐겨 읽는지요?

"독서를 좋아하지만 요즘은 너무 바빠서 많이 읽지 못합니다. 우리 집에 독일어 책도 있고, 한국어 책도 있습니다. 두 종류를 섞어서 보는 편입니다. 법륜 스님의 주례사를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독일 작가가 쓴 『모모』는 한국어로 읽었습니다."

- 글쓰기가 왜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글쓰기는 창의력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왜냐 하면 문장을 직접 만드는 일 자체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객관식은 단순하게 암기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주관식으로 답변하려면 논리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논거도 제시해야 합니다.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글쓰기는 두뇌에 훨씬 더 많은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논리성도 키워줍니다."

- 글쓰기의 또다른 효과는 없을까요?

"글쓰기는 학업 능률도 더 올려줍니다. 글로 쓰면서 공부를 하면 암기가 잘 됩니다. 글을 써보고 읽어보기까지 한다면 효과가 커집니다. 여러 가지 감각을 사용할수록 암기가 더 잘 되는 것입니다."

- 한국 대학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서 논술고사를 완전히 폐지하거나(서울대와 고려대, 서울교대 등), 아니면 논술고사로 선발하는 합격생 수를 점점 줄이고 있습니다만.

"글을 쓰면서 창의력과 논리성, 표현력, 비판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대학입학 전형에서 글쓰기를 활용한 논술시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조금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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