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연 '트럼프, 김정은', 조연 '문재인'은
시기 질투에서 나온 깎아내리기
이 정도 연출 솜씨면 '봉준호급'
- 일본이 공들인 20개국 정상회담 묻혀버려
우리 경제의 가장 아픈 지점 골라서 보복
더이상 한국의 성장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
- 남북 함께 일본에 맞서면 일본에겐 최악 시나리오
일본의 보복이 가슴 뜨끔하지만 견뎌내야 할 일

황호윤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일부에서는 주연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조연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말을 하는 모양이다. 우리 땅에서 벌어지는 이 대 이벤트에 우리 대통령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다는 것이 그런 시각의 배경일 것이다. 나는 이것이 시기 질투에서 비롯된 회담 깎아내리기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은 조연이 아니라 연출, 감독이었다. 고집 세고 안하무인인 두 명의 최고 배우를 어떻게든 무대로 끌어내서 카메라 앞에 서게 만든 것이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 지도자를 다른 곳도 아닌 우리 땅에서 말이다. 그 결과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다. 이 정도면 연출 솜씨치고는 봉준호급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남북미 판문점 회담 뉴스를 보고 놀랐지만 사실은 그 뉴스에 이어 보도된 일본의 보복조치에 더 놀랐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주말 내내 내 머리속에서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속좁은 아베의 복수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일년 내내 공을 들여 20개국 정상을 초청하고 잔치를 베풀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 소식으로 G20은 순식간에 묻히고 말았다. 내가 아베라도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를 것 같기는 하다. 훼방꾼 문재인 대통령을 어떻게든 응징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보복 카드를 꺼냈다고 하는 것은 그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대일본국 총리대신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6.2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6.29/뉴스1

아베는 판문점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매우 진지하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밀고 나갈 것이라는 감을 잡은 것 같다. 혹은 미국에서 어느 정도의 언질을 받았을 수도 있다. 비핵화가 진행되면서 대북 제재가 해제되고 남북 경협이 시작된다고 상상해 보라. 이런 초대형 변화가 빠르면 금년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시작된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남북이 서로 싸우는 와중에서 가장 손쉽게 상호간 협력할 수 있는 정치 외교 분야가 대일본 문제다. 남북이 연합하여 일본에 맞서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어떻게든 남북을 갈라 놓아야 하고 그것이 안 되면 남북의 힘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일본의 과제다.

나는 일본이 우리 경제의 가장 아픈 지점을 골라서 보복에 나선 것이 작게는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 문제에 협조하지 않는 우리 정부를 응징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크게는 더이상 한국이 커지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일본의 통일 방해는 이런 경제 보복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판문점 3국 정상회담에 때맞춰 나온 일본의 보복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끔하지만 만약 그것이 남북 경제 공동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가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황효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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