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민용 ‘우리 말글 산책’(27)]

[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엄민용 기자의 우리 말글 산책’을 주 1회 연재합니다. 경향신문의 엄민용 기자(부국장)는 정확한 우리 말글 사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입니다.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글쓰기 바로쓰기 특강 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나의 욱하는 감정이 내 목줄기를 타고 올라오면 그때는 아무도 못 말렸다”나 “오른쪽 어깨, 목줄기, 팔꿈치… 안 아픈 곳이 없다” 따위 예문에서 보듯이 ‘목줄기’는 널리 쓰이는 말입니다.

“길게 이어져 나간 갈래”를 뜻하는 ‘줄기’는 “한 줄기 희망이 보인다”처럼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고, ‘물줄기’와 ‘핏줄기’처럼 복합명사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목의 뒤쪽 부분과 그 아래 근처”를 가리키는 ‘목줄기’는 바른말이 아닙니다. ‘목덜미’의 경상북도 방언입니다. 그게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저는 고등학교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기 전까지 경상도는 근처에도 가 보지도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 경상도 말을 쓰는 친구가 있던 기억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목줄기’라는 말을 썼습니다.

제가 ‘목줄기’를 쓴 것은 ‘등줄기’라는 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등마루의 두두룩하게 줄이 진 부분”이 ‘등줄기’입니다. 그렇다면 뒷목의 그러한 부위는 ‘목줄기’가 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목줄기’를 경상도, 그것도 경상북도 사람들만 쓰는 말로 묶어 놓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죠.

하지만 이것은 제 생각일 뿐 ‘목줄기’는 현재로서는 사투리입니다.

참, 그리고요. ‘목덜미’는 목의 뒷부분을 가리키는 말이고, 목의 앞쪽은 ‘멱’입니다. ‘멱살을 잡다’를 써야 할 때 ‘목덜미를 잡다’로 쓰는 일이 더러 있는데, 목의 앞쪽을 잡았을 때는 ‘목덜미를 잡다’라고 쓸 수 없습니다. 또 남자들의 목 중앙에 툭 불거진 부분을 ‘목젖’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생각 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목젖이 아닙니다. 목젖은 “목구멍의 안쪽 뒤 끝에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민 둥그스름한 살”을 뜻합니다. 여러분이 입을 크게 벌리면 입 안쪽에 보이는 부분이 바로 목젖이지요.

그런데요. 네이버 지식iN에서는 누가 “올해 고3이 되는 남학생인데요. 목젖이 안 나와서 고민입니다”라고 하니까 “목젖이란 남성의 목에 연골이 튀어나와 보이는 것인데요. 이미 성장이 끝나셨다면 더 이상 나오지는 않을 거예요. 목젖이 작다고 별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따위의 답변을 달아놓기도 했습니다. 웃기는 질문에 더 웃기는 답변입니다.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목젖’이 없다고 하고, 거기에 엉뚱한 답을 달아놓은 분이 웃음을 짓게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런 분들이 ‘목젖’이라고 부른 부위의 바른 이름은 ‘울대뼈’입니다. ‘울대’는 ‘성대(聲帶)’의 순우리말이고, ‘울대뼈’는 “성년 남자의 목의 정면 중앙에 방패 연골의 양쪽 판이 만나 솟아난 부분”을 뜻합니다.

성대 근처에 뼈처럼 툭 불거져 있어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겠지요. 이를 한자말로는 후두융기(喉頭隆起) 후골(喉骨) 후불(喉佛) 등 다양하게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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