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민용 ‘우리 말글 산책’(27)]
[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엄민용 기자의 우리 말글 산책’을 주 1회 연재합니다. 경향신문의 엄민용 기자(부국장)는 정확한 우리 말글 사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입니다.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글쓰기 바로쓰기 특강 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나의 욱하는 감정이 내 목줄기를 타고 올라오면 그때는 아무도 못 말렸다”나 “오른쪽 어깨, 목줄기, 팔꿈치… 안 아픈 곳이 없다” 따위 예문에서 보듯이 ‘목줄기’는 널리 쓰이는 말입니다.
“길게 이어져 나간 갈래”를 뜻하는 ‘줄기’는 “한 줄기 희망이 보인다”처럼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고, ‘물줄기’와 ‘핏줄기’처럼 복합명사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목의 뒤쪽 부분과 그 아래 근처”를 가리키는 ‘목줄기’는 바른말이 아닙니다. ‘목덜미’의 경상북도 방언입니다. 그게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저는 고등학교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기 전까지 경상도는 근처에도 가 보지도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 경상도 말을 쓰는 친구가 있던 기억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목줄기’라는 말을 썼습니다.
제가 ‘목줄기’를 쓴 것은 ‘등줄기’라는 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등마루의 두두룩하게 줄이 진 부분”이 ‘등줄기’입니다. 그렇다면 뒷목의 그러한 부위는 ‘목줄기’가 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목줄기’를 경상도, 그것도 경상북도 사람들만 쓰는 말로 묶어 놓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죠.
하지만 이것은 제 생각일 뿐 ‘목줄기’는 현재로서는 사투리입니다.
참, 그리고요. ‘목덜미’는 목의 뒷부분을 가리키는 말이고, 목의 앞쪽은 ‘멱’입니다. ‘멱살을 잡다’를 써야 할 때 ‘목덜미를 잡다’로 쓰는 일이 더러 있는데, 목의 앞쪽을 잡았을 때는 ‘목덜미를 잡다’라고 쓸 수 없습니다. 또 남자들의 목 중앙에 툭 불거진 부분을 ‘목젖’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생각 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목젖이 아닙니다. 목젖은 “목구멍의 안쪽 뒤 끝에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민 둥그스름한 살”을 뜻합니다. 여러분이 입을 크게 벌리면 입 안쪽에 보이는 부분이 바로 목젖이지요.
그런데요. 네이버 지식iN에서는 누가 “올해 고3이 되는 남학생인데요. 목젖이 안 나와서 고민입니다”라고 하니까 “목젖이란 남성의 목에 연골이 튀어나와 보이는 것인데요. 이미 성장이 끝나셨다면 더 이상 나오지는 않을 거예요. 목젖이 작다고 별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따위의 답변을 달아놓기도 했습니다. 웃기는 질문에 더 웃기는 답변입니다.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목젖’이 없다고 하고, 거기에 엉뚱한 답을 달아놓은 분이 웃음을 짓게 합니다.
이런 분들이 ‘목젖’이라고 부른 부위의 바른 이름은 ‘울대뼈’입니다. ‘울대’는 ‘성대(聲帶)’의 순우리말이고, ‘울대뼈’는 “성년 남자의 목의 정면 중앙에 방패 연골의 양쪽 판이 만나 솟아난 부분”을 뜻합니다.
성대 근처에 뼈처럼 툭 불거져 있어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겠지요. 이를 한자말로는 후두융기(喉頭隆起) 후골(喉骨) 후불(喉佛) 등 다양하게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