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엄민용 기자의 우리 말글 산책’을 주 1회 연재합니다. 경향신문의 엄민용 기자(부국장)는 정확한 우리 말글 사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입니다.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글쓰기 바로쓰기 특강 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때입니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는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의 마비, 언어 장애, 호흡 곤란 따위를 일으키는 증상”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흔히 ‘뇌졸증’으로 부르는 것 말입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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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많은 사람이 ‘뇌졸증’이라고 부르는 말은 바른말이 아닙니다. 대개 ‘합병증’이나 ‘통증’처럼 병의 증세를 나타내는 말인 ‘증(症)’이 붙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리 쓰는 듯한데요. 이 말은 ‘뇌졸중(腦卒中)’으로 적어야 합니다. 글자 그대로 “뇌가 졸(죽다)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한방에서 온 말로, 한방에서는 ‘뇌졸중’을 ‘졸중풍(卒中風)’ 또는 ‘졸중(卒中 : 무엇에 얻어맞아서 나가떨어진 상태)’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의학계를 중심으로 ‘뇌졸중’을 대체한 ‘뇌중풍’이란 말이 힘을 얻고 있지만, 아직까지 표준어로 대접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중(中)을 증(症)으로 잘못 알아 ‘뇌졸중’을 ‘뇌졸중’으로 쓰는 것과는 장반대로, 증(症)을 중(衆)으로 잘못 알고 쓰는 말도 있습니다. ‘대중요법’이 바로 그것이지요.

이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중(大衆)이 두루 쓰는 방법”쯤으로 생각하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렇게 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대증요법(對症療法)’이 바른말입니다. ‘대증요법’이란 병의 원인을 찾아 없애기 곤란한 상황에서, 겉으로 나타난 병의 ‘증상’에 ‘대응’해 처치하는 치료법을 일컫는 것이지요.

열이 높을 때 몸에 얼음주머니를 대거나 해열제를 써서 열을 내리게 하는 따위가 다 대증요법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감기에 걸렸을 때 매운 음식을 먹어 땀을 흘리거나 체했을 때 손가락에서 피를 내는 일은 대증요법이 아닙니다. 그런 것을 가리키는 말은 민간요법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흘러 다니는 얘기이지, 의학적 처방은 아닌 것이죠. 이와 달리 대증요법은 분명한 의학적 처방입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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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과 관련해 ‘해소병’도 참 많이 틀리는 말입니다. “가래, 기침, 해소에는 무즙을 드세요” 따위 표현에서 보이는 ‘해소’는 원래 바른말이 아니었습니다. 본래는 ‘해수’로 쓰던 말이죠. 지금의 국어사전에도 ‘해소’의 한자 표기는 ‘咳嗽’로 올라 있습니다. 여기서 ‘嗽’는 ‘기침할 수’나 ‘빨아들일 삭’으로 읽히는 한자입니다. 즉 ‘해소’는 원래 ‘해수’로 쓰던 말입니다. 그런데 일반 언중이 하도 ‘해소’라고 잘못 쓰는 바람에 ‘해소’도 표준어 대접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기침을 심하게 하는 병”을 뜻하는 말로는 ‘해소병’을 쓸 수 없습니다. 이때는 ‘해수병’으로 써야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해소병’은 없고, ‘해수병(咳嗽病)’만 표제어로 올라 있습니다. ‘해소’야 언중이 하도 그렇게 쓰니 어쩔 수 없이 인정해 주지만, ‘嗽’자를 아예 ‘소’자로 바꿔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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