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수 직접민주연구원장 / 전 서울노회 청년연합회장

명성교회 등 큰 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이 문제다. ‘세습’이란 말 자체가 좋지 않은 뜻을 가지고 있다. 봉건적이란 뜻이다. 북한의 김씨 왕조도 세습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와 관련해 말글 자체가 주는 상징조작이 있다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틀거리(프레임) 전략이다. 누군가를 밉게 보고 비난하기 위해 말글을 만든다. 그 말글이 퍼져 나가면 굉장히 큰 위력을 갖는다. 예를 들면 전광훈 목사 앞에 붙여진 ‘빤스 목사’가 그 격이다. 반대자들이 그를 비난하기 위해 만든 말글인데, 그 파괴력은 수많은 논문보다 더 크다. (전광훈 목사 언행의 적절성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러나 나쁜 뜻의 ‘세습’이 좋은 경우도 있다. 스웨덴 발렌베리 재벌이다. 이 재벌은 우리 삼성재벌보다 더 경제력 집중도가 높다. 스웨덴 주식시장에 상장된 전체주식 총액의 40%를 이 재벌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가전제품회사 에릭슨, 전투기와 자동차회사인 사브, 트럭 만드는 스카니아 등이 이 재벌 소유다. 그런데도 스웨덴 국민은 5대째 세습하고 있는 이 재벌 총수를 구스타프 국왕만큼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한다. 그 이유는 이번 문재인 대통령 스웨덴 방문 때 방송에서 잠깐 소개된 적이 있는데, 1938년 샬트셰바덴 대협약에서 비롯된다.

본래 발렌베리 재벌도 악독자본이었다. 그런데 당시 외국 자본의 적대적 합병에 노출된 발렌베리 회사들이 주축이 된 자본 측이 사민당 정권과 노총등과 함께 사회대타협을 한다. 사민당정권과 노총이 기업소유주의 경영(승계)권은 지켜주되, 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을 하는 사회 대타협을 한다. 이때 기업경영권 보장을 위한 황금주 제도가 나오는데, A형 주식이다. 이 주식은 주로 기업소유주들이 가진다. 황금주는 회사마다 의결권 효력이 다른데, 발렌베리 재벌 계열사들은 적게는 10주, 많게는 1000주의 의결권을 갖는다. 그러니까 황금주 1주가 10주~1000주의 권한을 갖는 것이다. 대신, 이 황금주는 이익배당을 금지한다. B형은 일반 의결권주로서 소액투자자들이 갖는 배당주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반면 발렌베리 재벌은 사회책임경영을 한다. 노동자들 좋은 일자리를 부지런히 만든다든지, 1년 단위로 지출하는 국가나 지자체, 혹은 당장 돈이 되는 응용과학분야만 연구개발비 투자하는 데 반해, 발렌베리 재단은 중장기 국민 먹거리기술인 기초과학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 또 계열사별로 내는 법인세도 다른데, 최고 법인세를 80%까지 내는 계열사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세습 재벌이 국민지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찬사를 받는다.

또 세습이 좋은 경우가 있다. 독일과 스위스, 일본 등 장인(마이스터)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물려받는다. 가업을 세습받다보니 이른바 기술 노하우가 대를 이어 쌓인다. 수백 년 동안 이어온 세습직업문화가 이들 나라를 오늘날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대기업은 물론, 강소기업(히든 챔피언)의 나라로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하는 일을 익히는 자식과, 성인이 되어 노동자로 채용되어 기술을 익힌 이들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다.

교회담임목사 세습문제로 돌아가 보자. 담임목사 세습은 왜 나쁜가? 좋은 것은 없을까? 대다수 목회자들이 먹고 살기 힘든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시기질투가 나는 것은 아닌가? 교인들 다수가 원하는 아들목사를 담임목사로 하는 것은 민주적이고 자연스런 과정이 아닌가? 아버지 목사 설교와 목회활동에 젖어 있는 교인들이니 당연히 그 체질을 가진 아들 목사가 다른 목사들보다 낫지 않을까?

모든 사물현상이 그러듯이 세습에도 명암이 있다. 좋은 점과 나쁜 점. 여기서 좋은 점은 이미 말한 대로, 교인들이 익숙한 설교와 목회활동이어서 다른 설교와 목회활동을 하는 목사를 초빙하는 것이 교회안 갈등과 분란을 일으킬 소지를 최소화한다는 점이다. 그런 교인들의 생각을 교인들이 아닌 제3자가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부당한 개입이다.

그럼 나쁜 점은? 바로 이권세습이다. 아들목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아버지 목사가 만든 부가가치(업적)에 편승한다는 사회적 부정의가 있다. 아버지 목사의 목회 노하우를 전해받는 것은 좋지만, 아버지 목사가 만든 목회가치(가격)가 별 노력도 하지 않은 아들 목사에게 그대로 이전되는 불로소득이 (이권경제)이 된다. 여기에 사회불의가 있어 목사세습에 좋지 않은 생각을 갖는다.

따라서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교인들이 다수결로 원하면 목회세습은 허용해 주어야 한다. 교인도 아닌 남이 하라마라 할 꺼리가 못된다. 그게 개교회주의를 채택한 개신교의 특징이고 장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권세습인데 이 부분은 합리적인 잣대를 만들면 될 듯하다. 예를 들면 아버지 목사가 월 500만원을 받았다면 이권세습을 방지하기 위해 담임목사를 물려받은 아들목사는 200만원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점차 급여를 올려가다가 아버지 목사가 500만원 받았을 때 즈음의 나이가 되면 500만원까지 올리면 된다.

아울러 고액 임금도 문제다. 일부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월 수천만 원 받아가는 것은 사실 도둑놈 심보다. 하나님 앞에 모두 평등한 존재인데 자기만 시장가격 받겠다면 그건 목사가 아니라 목회 장사꾼이 된다. 그런 장사꾼은 교인들이 존중해줄 이유가 없다. 목사는 보통사람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아무리 많아도 월 500만 원 가량 받는 중산층 수준을 받는 것이 좋다. 그 수준을 넘어가면 그 순간부터 귀족이 되어 보통 시민인 교인들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대형교회목사들 급여를 줄이되, 그 돈으로 형편없는 급여를 받는 전도사나 부목사, 혹은 선교사들에게 나눠 주면 목회자 안에서의 양극화도 그만큼 해소할 수 있다.

대형교회 담임목사 세습건이 문제가 되는 것을 계기로, 올바른 세습문화가 만들어지고, 목회자 사이 양극화도 해소하는 방법이 모색되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이런 기준들을 교단 헌법이나 윤리강령으로 규정하는 시도를 해봄직도 할 것이다.

(이 글은 인터넷신문 ‘예장뉴스’와 ‘글쓰기’ 신문에 동시에 기고한 글입니다. 글 내용은 ‘글쓰기’ 신문의 편집 방향과 알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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