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 공교육 도입 추진하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 "일본은 공교육에 IB 교육과정 이미 도입"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1일~2일 ‘2017 제주교육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하여 일본의 IB 도입 사례를 소개하고 한국의 IB 교육과정 적용 가능성을 논의했다. 특히 IB 의 일본 공교육 도입을 선도한 츠보야 뉴우에루 이쿠코(坪谷ニュウエル郁子) IB 일본 대사(IBJapan Ambassador)를 연사로 초청하여 도움말을 들었다.  ⓒ 제주도교육청 제공
▲ "일본은 공교육에 IB 교육과정 이미 도입"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1일~2일 ‘2017 제주교육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하여 일본의 IB 도입 사례를 소개하고 한국의 IB 교육과정 적용 가능성을 논의했다. 특히 IB 의 일본 공교육 도입을 선도한 츠보야 뉴우에루 이쿠코(坪谷ニュウエル郁子) IB 일본 대사(IBJapan Ambassador)를 연사로 초청하여 도움말을 들었다. ⓒ 제주도교육청 제공

[편집자 주=기록 차원에서 2017년도 기사를 한번더 싣습니다.]

"전국에서 문의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교육혁신을 갈망하는 거센 여론을 확인했습니다."

12월 5일 기자와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눈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이틀 전(3일) <오마이뉴스>에 '제주도교육청, 국제 바칼로레아 논술형 교육과정 국내 첫 공교육 도입' 보도가 나가자마자 "전화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가 대한민국 공교육의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격려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교육과정의 공교육(초등, 중학, 고교) 도입을 추진해온 제주도교육청은 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IB 시범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는 교육과혁신연구소(소장 이혜정)에 연구용역을 의뢰하여 IB 교육과정을 제주도 공교육에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내년 2월에 나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도입 지침을 만드는 등 후속 조처를 할 예정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1일~2일 '2017 제주교육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하여 일본의 IB 도입 사례를 소개하고 한국의 IB 교육과정 적용 가능성을 논의했다. 특히 IB 의 일본 공교육 도입을 선도한 츠보야 뉴우에루 이쿠코(坪谷ニュウエル郁子) IB 일본 대사(IBJapan Ambassador)를 연사로 초청하여 도움말을 들었다.

제주도에서 IB 논술형 교육과정을 도입하면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주입식․암기식 교육과 선택형(객관식) 시험문제에서 벗어나 독서와 토론과 논술에 초점을 맞춘 선진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공교육과 국제학교 가까운 거리에 공존... 양극화 굴레 벗게 해야

이석문 교육감은 '현재 제주도 교육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까운 거리에 공교육과 국제학교가 공존한다"면서 "지금의 교육 구조가 그대로 가면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부터 양극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육감은 또 "세계적으로 검증된 IB 도입 등을 통한 교육과정 운영 제도를 혁신하여 제주 공교육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제주도교육청이 IB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교육부)와 각 대학들이 협력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 세종시교육청, 충남도교육청에서 IB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충북도교육청과 대구교육청에서도 IB 교육과정을 알아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중앙정부(문부과학성) 주도로 IB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한 데 반해 한국에서는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먼저 나서는 상황이다. 시도 교육감들이 연대하여 중앙정부 및 대학들과 협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IB 교육과정은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을 본떠 스위스의 한 비영리재단에서 만든 초·중·고 국제 표준 교육과정 및 시험이다. 정형화된 해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해답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IB에서 'Primary Years programme'은 초등학교용 국제 표준 교육과정을 의미하며 'Middle Years programme'은 중학교용 국제 표준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또한 'Diploma Programme'은 진학계 고교용 국제 표준 교육과정을 의미하며 'Career-related programme'은 취업계 고교용 국제 표준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국제 공인 고교 교육과정인 IBDP를 채택한 국가는 올해 8월 기준 147개이며 IBDP를 채택하고 있는 학교는 3,252개다. 한국에서 IBDP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2017년 8월 기준 총 8개교다. 외국인학교 5군데, 제주국제학교 2군데, 특목고 1군데다.

한국에서 IBDP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

①Seoul Foreign School(외국인학교, 서울 서대문구, 1980.11 IBDP 인증)

②Taejon Christian International school(외국인학교, 대전 유성구, 2004,12 IBDP 인증) ③Gyeonggi Academy of Foreign Languages(특목고, 경기도 의왕시, 2010.12 IBDP 인증) ④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 Jeju(국제학교, 제주도 서귀포시, 2012.6 IBDP 인증) ⑤Branksome Hall Asia(국제학교, 제주 서귀포시, 2013.5 IBDP 인증)

⑥Dwight School Seoul(외국인학교, 서울 마포구, 2013.5 IBDP 인증)

⑦Gyeongnam International Foreign School(외국인학교, 경남 사남면, 2015.3 IBDP 인증) ⑧Dulwich College(외국인학교, 서울 서초구, 2015.4 IBDP 인증)

*출처='IB 교육과정 및 평가제도의 제주교육 적용방안'(제주도교육청 자료집)

▲ "전국서 문의 전화 빗발쳤습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지난 3일 오마이뉴스에 ‘제주도교육청, 국제 바칼로레아 논술형 교육과정 국내 첫 공교육 도입’ 보도가 나가자마자 “전화가 빗발쳤다”면서 “제주가 대한민국 공교육의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격려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 제주도교육청 제공
▲ "전국서 문의 전화 빗발쳤습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지난 3일 오마이뉴스에 ‘제주도교육청, 국제 바칼로레아 논술형 교육과정 국내 첫 공교육 도입’ 보도가 나가자마자 “전화가 빗발쳤다”면서 “제주가 대한민국 공교육의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격려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 제주도교육청 제공

내년 1학기 중 IB 교육과정 도입 위한 단계별 계획 수립

다음은 이석문 제주도 교육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전자우편(이메일)로 질문답변을 주고 받았다.

- IB 교육과정을 제주도 공교육에 적용하기 위해 현재 어떤 단계를 밟고 있나요?

"IB 교육과정 도입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입니다. 용역 결과가 나오고, 국내외 다양한 운영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내년 1학기 중에 구체적으로 단계별 진행 계획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제주도교육청에서 IB 논술형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하는 건 국내 제1호입니다. 어떻게 이런 선택을 하시게 된 건가요.

"고교 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등 새 정부가 교육혁신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육 본질에 맞는 평가와 수업이 안착해야 합니다. 그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IB 교육과정 도입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 IB 논술형 교육과정에 관심을 둔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주에 국제학교가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이미 IB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의 수준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입니다. 국제학교 교사들과 비교해도 우리 교사들이 훨씬 우수합니다. 다만, 우리 공교육의 미흡한 점은 25명이 넘는 다인수 학급과 오지선다형인 수능 문제에 맞춘 수업과 평가방식, 국가 주도 교육과정의 경직성에서 비롯한다고 봅니다.

IB 교육과정은 2015 개정교육과정과도 맞닿아 있어

- 제주도 상황에서도 영향을 받았군요.

"제주도에는 가까운 거리에 공교육과 국제학교가 공존합니다. 현재의 구도를 그대로 두면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부터 양극화 굴레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제주에 국제학교와 공교육이 공존하는 현실에서, 저는 교육양극화 해소를 위해 공교육의 교육과정을 국제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IB 교육과정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특히 2015 개정교육과정과 과정평가 등이 도입되면서 교육혁신의 흐름이 매우 빨라지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이러한 흐름에 대비하기가 벅찬 상황입니다. 그에 비해 IB 교육과정은 비교적 구체적인 모형과 경험, 성과를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명확한 평가 모형이기 때문에 IB 교육과정이 교사들의 미래 대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IB 교육과정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답이냐 오답이냐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강조합니다. 논리적 사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측면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학생들의 배움중심, 과정평가, 학생 맞춤형 지원과도 상당히 맞닿아 있습니다.

제주교육 철학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입니다. IB는 한 명의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교실을 실현하는 교육과정으로 평가하고자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질문의 힘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과정이라고 봅니다."

핵심은 대입과 연결되는 고교 과정... 교육부 및 대학과 협력해야

- IB를 도입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장벽으로 어떤 게 있다고 보십니까?

"진학에서 제도적으로 교육자치가 실현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시도 교육청에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은 된다고 봅니다. 장벽이라고 한다면 역시 대학입시 제도입니다. 지금의 대입 제도와 충돌하면 IB 교육과정 도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고교학점제 등 대입 제도를 전제로 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입 제도 개편과 IB 교육과정 도입이 같은 흐름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IB 교육과정을 초등학교부터 적용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IB 교육과정 자체를 도입하는 방안과 교육과정 운영방식을 참고하는 방안을 모두 고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도입한다면 읍면 지역 초등학교에서부터 점차적으로 도입할 것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자연스레 연결할 계획입니다."

- IB 교육과정, 특히 고등부 과정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교육부) 및 각 대학들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봅니다만.

"IB 교육과정의 핵심은 고등학교 과정입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대입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운영하려면 교육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합니다. IB 교육과정을 인정하는 서울대, 카이스트 등의 경험을 다른 대학에서도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일본에서 IB를 공교육에 도입한 경험 사례 공유하겠다" 츠보야 IB 일본 대사는 1일 제주에서 열린 교육심포지움에서 "일본에서 IB를 공교육에 도입한 경험 사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 제주도교육청 제공
▲ "일본에서 IB를 공교육에 도입한 경험 사례 공유하겠다" 츠보야 IB 일본 대사는 1일 제주에서 열린 교육심포지움에서 "일본에서 IB를 공교육에 도입한 경험 사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 제주도교육청 제공

 

4차 산업혁명시대에 선택형(객관식) 시험문제는 '곤란'

- IB 논술형 교육과정을 도입할 때 예상되는 부작용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 내용이 연구용역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섣불리 판단할 건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수업일수 2/3 이상의 '출석'을 하면 학업성취도와 무관하게 졸업장을 줍니다. 하지만 학점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다수의 OECD 국가 고등학교에서는 '학점이수'를 중심으로 졸업자격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없던 새로운 평가방식이 도입되는 것이기에 과도기적인 혼란은 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연구용역 결과를 본 뒤에 어떤 문제점이 있을지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 IB 교육과정은 논술형 교육과정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논술 답안을 공정하게 채점해야 할 겁니다. 채점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할 생각입니까.

"평가기준의 객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충실히 설득하겠습니다. 다른 나라의 IB 교육과정 평가기준 경험을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건, 채점을 쉽게 하기 위해서 지금과 같은 점수 중심, 서열 중심 평가를 존속시킬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지금, 선택형(객관식) 위주의 기존 평가방식을 고수하는 것을 학부모들이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혁신의 당위성을 부모님들이 먼저 체감하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 IB 교육과정 도입을 위해 교사 연수도 해야 할 것입니다.

"제주는 전국 처음으로 올해부터 교장들과 교사들, 교육 전문직들이 핀란드, 캐나다, 미국, 영국, 아일랜드, 호주 등의 학교 및 국제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체험하는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과정 중심 평가'에 안정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겁니다. 교사들의 역량을 '인 아시아(In Asia)', '인 더 월드(In the World)'로 넓히는 데 무엇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습니다."

제주 공교육을 국제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교육과정이 바로 IB

- 학부모들에게 IB 교육과정을 한마디로 무엇이라고 소개하시면서 설득하시겠습니까?

"IB는 제주 국제학교에서 이미 운영하는 교육과정입니다. 제주 공교육을 국제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교육과정입니다."

- 2017 제주교육 국제심포지움의 성과는 어떤가요.

"올해 두 번째인데 규모나 질적 내용, 참석 열기 등 모든 면에서 지난해에 비해 진일보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2년 만에 심포지움이 안착했음을 확인했습니다. IB 교육과정 등 평가혁신을 위한 미래 지향적인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도 매우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공론장의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 제주도교육청에서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교육자치 확대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제주는 특별자치 지역입니다. 제주가 교육자치 확대의 시금석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제주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교육을 앞장서서 이끄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제주 교사들의 능력 역시 매우 뛰어납니다. 이를 한 자리에 결집하여 미래 교육 혁신의 물결을 제주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만드는 자리가 제주교육 국제심포지움입니다."

- 제주를 교육 측면에서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습니까?

"제주는 세계 평화의 섬, 세계 자연 유산의 섬을 넘어 '세계 교육의 섬'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평가 혁신을 통한 새로운 교육의 역사를 제주에서부터 만들어가겠습니다. 출산율 저하로 아이 한 명이 소중한 이 때에, 아이들의 꿈과 끼, 가능성을 미래의 행복으로 키우는 맞춤형 평가 및 지원 방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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