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교사들, 감사일기 쓰면서 학교를 감사 공동체로 전환
인격적 성장에도 도움되고 글쓰기 훈련까지 있어 '일석이조'

“내 안경을 깨끗하게 닦아준 타올아! 정말 고마워.”

"포근한 이불과 베개야! 너희들 덕분에 잠을 푹 잘 수 있었어." 

“아빠! 야근 다음날도 저를 등교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구광역시의 경상고등학교(교장 권효중) 학생들은 날마다 감사일기를 쓴다.

경상고는 지난 3월부터 1학년 전체 학생, 2·3학년 인문과정 학생들과 교사들이 하루에 한 번 감사일기를 쓰면서 학교 공동체가 감사 공동체가 되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일상생활의 경험을 감사와 연결지어 일기를 쓰고 발표하는 것으로, 감사 대상은 부모나 교사, 친구, 이웃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감사일기를 쓰면서 글쓰기 훈련도 하고, 인성도 순화하는 대구경상고 학생들.(사진=대구경상고)
감사일기를 쓰면서 글쓰기 훈련도 하고, 인성도 순화하는 대구경상고 학생들.(사진=대구경상고)

경상고 김기환 교사는 2008년부터 학교의 논술 교육을 담당해 오면서 시험을 위한 글쓰기가 아닌 일상 속 삶 쓰기를 어떻게 교육현장에 정착시킬지 고민하였다. 객관식 평가보다는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을 확인하는 평가방법이 강조되는 시대적 변화에 주목한 것이다. 김 교사는 또 윤리 교사로서 학생들이 선(善)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참된 수업 방안을 연구하게 되었다.

세 가지 고민을 융합한 끝에 나온 해결책은 감사일기였다. 감사일기 쓰기는 일상을 습관적으로 담아내는 글쓰기 훈련이었다. 과정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과정 중심 평가의 방법도 될 수 있었다.

감사일기를 쓰는 학생들의 사회과 수업은 감사일기를 쓰고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감사의 주제는 매일 다양하며 거창한 것이 아닌 일상적이다.

2학년 장호원 군은 “감사일기를 쓰기 위해서 제 삶과 일상을 자세히 살펴보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면서 “눈을 뜨면 짜증나고 귀찮다는 생각보다는 포근한 이불과 베개에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생각이 변하면 행동과 습관이 변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경상고 학생이 자신의 감사일기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대구경산고)
대구경상고 학생이 자신의 감사일기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대구경산고)

김기환 교사는 자신의 머릿속에도 ‘감사’라는 단어가 깊게 박히게 되었다면서 감사의 눈으로 학생을 대하고 수업을 하니, 학생들 역시 감사와 존경의 눈빛을 보내주었다고 밝혔다. 감사일기가 가져다 준 놀라운 변화를 체험했다는 것이다.

경상고 권효중 교장은 “감사일기 쓰기는 교실에서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훌륭한 인성교육이며 동시에 창의적 글쓰기 교육”이라면서 “결과가 아닌 과정을 통해 학생의 인격적 성장을 꾀할 수 있는 훌륭한 과정중심평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권 교장은 또 “내년부터는 경상고 모든 학생과 교직원에게로 감사와 글쓰기의 문화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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