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종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장

서울교육청서 연구 시작하고 제주-대구교육청서 도입하는 IB는 공교육 혁신에 꼭 필요
교육혁신 필요한데 정작 이를 주도해야 할 선생님들은 오히려 현실안주에 급급
열정 갖고 헌신하는 선생님들도 많지만 대다수는 변화에 부정적인 반응

"전교조 선생님들의 노력을 존경합니다. 그 분들의 노력과 (IB에 반대하는) 깊은 뜻을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우종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장이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국내 공교육 도입에 반대하는 전교조 교사들의 처지를 이해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도 국제적으로 신뢰 받을 수 있는 주관식 절대평가 구현에 필요한 제도적, 인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논술형 교육과정인 IB는 2017년 6월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최초로 'IB 정책연구'에 착수하고, 지난해 1월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이 IB 본부(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 IB 한글화 협의요청을 위한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22개월만인 지난 4월 17일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은 '국제 바칼로레아 한국어화 추진 확정 기자회견'을 열고 IB의 국내 공교육 도입 추진을 확인했다.]

우 이사장은 일부 현장 교사들이 IB 도입에 반대하는 원인이 권위주의적인 교육정책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IB 도입을 자율적으로 점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권위적으로 획일화하여 시행하면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그 문제점들만 가지고 반대하는 교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우 이사장은 “이것은 교사들의 문제라기보다 교육현장이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구조와 문화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로 본다”고 밝혔다.

“구조의 맨 꼭대기는 정치권력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아래는 행정 관료조직이, 그 다음은 학교 조직이 위치한 피라미드 구조입니다. 그 주위를 학부모 등 이해 관계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지요. 선생님들께서 자율과 책임 하에 교육의 본질을 추구할 수 없는 숨 막히는 구조입니다."

우종수 이사장은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들이라도 이 같은 구조에서는 현실안주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오히려 저는 혁신학교를 통해 교육혁신에 고군분투하시는 전교조 선생님들을 존경하고, 아울러 IB의 공교육 도입에 반대하는 그 분들의 생각도 이해된다”고 밝혔다.

"숨막히는 교육현장서 전교조 선생님들이 기울이는 혁신노력 존경스럽습니다" 

우종수 디지스트 이사장.
우종수 디지스트 이사장.

우 이사장을 29일 이메일로 인터뷰하여 IB 도입에 관한 의견을 들어 보았다. 그는 최근 3년간 포스코교육재단의 이사장을 역임한 뒤 현재는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장으로 있다. 포스코의 제조현장과 연구소를 두루 거치고 그 후 산업과학기술연구원 원장과 대한금속재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 관계로 과거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세계 최고의 교육열과 우수한 행정관료 조직이 미래로 도약해야 할 지금은 가장 큰 장애물로 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체험했다. 이 때문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교육혁신을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종수 이사장은 대구시교육청과 제주도교육청에서 도입하는 IB가 국내 공교육 혁신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이사장은 “교육재단 이사장 시절 느꼈던 점은 교육혁신이 가장 필요한 상황인데도 정작 이를 주도해야 할 선생님들은 오히려 현실안주에 급급해 하는 것이었다”면서 “물론 열정을 갖고 헌신하는 선생님들도 없지는 않지만 대다수는 변화에 부정적인 반응이었고 IB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우종수 이사장은 “혁신학교 교육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앞서 밝힌 숨막히는 구조와 평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속에서는 교사들의 몸부림에 그치고 말 것”이라며 “IB와 혁신학교의 교육철학은 일맥 상통하고 교육방식 역시 형태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전교조 등 IB 도입에 반대하는 선생님들의 견해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내용 면에서 더 체계화되어 있고 특히 평가 신뢰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IB 교육은 한국 공교육이 도입해서 배우고 정착시킬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우 이사장은 “우리는 자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에 그 많고, 좋은 교육 정책을 모두 무산시켜 왔기 때문에 더 더욱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IB를 도입하면 바로 다음날 대학입시까지 포함해서 모든 교육 시스템이 변해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미리 좌절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 같은 과거 지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한 학교의 한 반이든 두 반이든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IB 교육을 시도하면 됩니다.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면서 기존의 교육제도를 IB 방식으로 대체하고 궁극적으로는 공교육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그나마 가능할 것입니다.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은 바로 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 반이든, 두 반이든 원하는 학생들에겐 IB 교육 착수해야 합니다" 

우종수 디지스트 이사장.
우종수 디지스트 이사장.

우종수 이사장은 실타래처럼 꼬인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율과 책임을 교육현장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한꺼번에 할 수는 없겠지만 점진적으로 권한을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학교로 돌려주어야 하고, 학교는 선생님들과 학생에게 돌려주고 책임도 지도록 해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앞서 밝힌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우고, 학부모들께서는 피라미드의 주위를 활짝 열어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선 대학입시부터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하고, 선발할 것인지를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맡기고 그 책임도 지도록 통제와 관리의 틀을 벗어버려야 겁니다. '3불 정책' 외에는 대학의 자율이라고 합니다만 형식상의 이야기고 실제로 필요하면 정부가 예산권을 통하여 항상 통제와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당국은 학교 감사권과 평가권, 교과서 편찬권까지 갖고 있고 이에 더하여 지역 교육청은 인사권까지 갖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교육현장은 죽어라 가르치기만 하고 평가와 선발권은 국가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죽어라 가르치기만 하고 국가가 평가와 선발권 거의 독점합니다" 

우종수 이사장은 "가르치고 평가하는 권한은 고등학교로, 선발 권한은 대학교로 돌려주어야 한다"면서 "국가는 정책과 제도를 기획하여 실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교육이 정치에서 독립하여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IB를 우리나라 교육혁신의 본보기라 주장하는 이유는 가르치고 평가하는 권한이 교육현장에 있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그 신뢰를 국제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쌓아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교육이야 말로 나라를 미래에 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교육을 안 바꾸면 30년 후 모두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식보다는 지혜가 필요하고, 지혜는 체험을 통해서 습득한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만 한다’고 설파했습니다. 우리는 눈앞의 이득을 위해 논쟁하느라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소홀히 다루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우종수 이사장은 “우리만의 힘으로 처음부터 하기에는 너무 갈 길이 멀고 험하다”면서 “IB와 같은 교육혁신의 본보기를 하루 빨리 배워 정착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더 멀리 뻗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선생님들이여, 우리 힘만으론 처음부터 하기엔 너무 갈길 멀고 험합니다" 

우종수 디지스트 이사장.
우종수 디지스트 이사장.

우 이사장은 교육 양극화에 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교육의 양극화는 국제학교 등에서 영어로 IB 교육을 받을 때 드는 비싼 학비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IB'를 도입하면 학생에게는 단지 시험과 평가를 위해 드는 비용만 추가로 필요할 겁니다. '한국어 IB'를 공교육 틀로서 국가에서 제공한다면 누구나 공평하게 받을 수 있으므로 양극화란 성립할 수 없으리라 봅니다. 지금 국가가 대학입시 등 국가 단위 시험과 평가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한국어 IB'의 시험과 평가제도를 만들고 유지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우종수 이사장은 IB를 도입하면 일류병이 도지고 사교육이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일부의 반론에도 재반론을 폈다.

“급격한 기술 변화로 '스카이(SKY)'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세상, 없어질 직업과 지식을 위해 왜 그리 죽도록 돈을 들이고 공부했는지를 의아해 하는 세상이 조만간에 올 겁니다. 일류병이니 인기학과니 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지루하게 반복하는 추억의 술자리 대사일 뿐입니다. 젊은 세대의 미래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사기꾼 때문이 아니라 빨리 많은 돈을 벌려는 욕심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교육은 교육정책이나 입시제도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녀는 남보다 쉽게 권력과 재물을 갖게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발생하는 겁니다.”

우 이사장은 “사교육은 정도의 문제지 항상 있어 왔다”며 불가피론을 펼쳤다. 그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었던 60~70년대에도 사교육이 있었고 심지어는 고대 로마에서도 자녀를 그리스로 유학 보내거나 아니면 그리스인 노예를 가정교사를 두기도 하였다”고 밝혔다.

“신분상승이나 계층이동이 자유로운 열린 사회에서는 남이 받는 사교육보다 내가 얼마나 더 열심히 하느냐에 관심을 둡니다. 사교육 문제는 사회가 폐쇄화되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생기는 병리 현상이지 교육정책의 결과는 아닙니다. 사교육을 없애려고 그렇게 많은 교육정책을 시행했어도 사교육은 오히려 끊임없이 증가한 것이 이를 간접적으로 입증합니다. 자율과 책임 그리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IB 교육과정은 사교육을 오히려 줄이고 관심 밖의 문제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IB 사교육 극성'은 기우입니다...IB는 오히려 사교육을 관심밖으로 돌릴 겁니다"

사걱세 주최 IB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우종수 이사장.
사걱세 주최 IB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우종수 이사장.

우종수 이사장은 “IB의 교육과 평가 방식은 사교육의 효과를 경제적으로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있더라도 제대로 적응하고 따라가기 위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우 이사장은 IB가 수월성 교육이라는 인식도 반박했다. 수월성 교육은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집중 관리하는 교육인데 IB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IB는 국내에서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 등 특수한 학교에 제한되어 있습니다. 또, 아직은 ‘영어 IB’만 가능하기 때문에 영어 자격이나 선발시험을 보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학비도 많이 들잖아요.”

우종수 이사장은 “하지만 공교육으로 IB를 도입한다면 수월성 교육이라는 오해는 없어질 것”이라면서 “이것이 공교육에 정착되기 전에는 공립이든 사학이든 먼저 도입하는 경우 비용이 더 소요될 수도 있지만 이는 새로운 영역에 진입할 때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무 노력없이 공짜로 되는 것은 없다는 아주 간단한 진실부터 이해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님은 교육청들의 IB 도입 작업을 외면하면 안 됩니다"

제주시교육청이 2017년 12월 개최한 IB 교육과정 국제 심포지움 장면.
제주시교육청이 2017년 12월 개최한 IB 교육과정 국제 심포지움 장면.

우종수 이사장은 교육부가 잡고 있는 대학 신입생 선발 방식도 자율로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 이사장은 “평가와 선발 권한을 대학 자율로 돌려야 한다”며 “그에 따른 책임도 모두 대학이 맡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다양성이 요구되는 미래 세대를 정부 주도의 획일적이며 권위적인 방법으로는 제대로 평가하기가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 이사장은 그 대신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의 한국어 IB 도입'을 외면하지 말고, 국가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한 방향 설정이라고 제시했다.

“평가과 선발은 대학에 맡겨야 합니다. 그 대신 정부는 국제적으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주관식 절대평가 방식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인적 인프라를 지원해야 합니다. 이것이 국가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 이사장은 “교육에 한해서는 정부 정책이 단기 성과주의, 권위주의를 벗어나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교육부는 학생 평가와 선발을 대학 자율과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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