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 문학박사

[편집자 주] 5월 18일 김두루한 교사(서울 경기고)의 인터뷰에 이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김두루한 교사가 이끄는 참배움연구소에서는 국제 바칼로레아(IB)의 공교육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진=김두루한
사진=김두루한

다음은 김두루한 교사 일문일답.

- 혹시, 국제바칼로레아 도입 자체를 반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도입의 시기가 이르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첫째, 도입의 시기가 이르다고 생각 하냐고요? 국제바칼로레아(IB) 도입 자체를 반대합니다. 왜 국바(IB)를 도입해야 하죠? 수능이나 학교 정기고사에서 보듯이 일제히 ‘고르기(선택형)’ 지필 시험을 보는 잘못된 현실을 지적하고 그 틀을 버리자는 뜻은 같이 해요.”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란 것은 대한민국을 매우 해롭게 한 문장이라 할 수 있어요. 왜 “※다음 글을 읽고~” “요약한 뒤 제 생각을 말하시오. 쓰시오”를 하지 않죠?”

사진=김두루한
사진=김두루한

- 또 어떤 점을 지적할 수 있을까요?

“둘째, 그동안 실제로 배움 현장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곧잘 물어요. 21세기 맞춤 배움이 필요한 시대에 왜 줄 세우기 시험을 봐야 하는지를. 변별과 객관, 공정이란 미신에 젖어서 말입니다. 더욱이 학생들은 줄곧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란 형태로 5지 선다형 고르기 시험지를 받는 것에 싫증을 느끼고 있어요. 이런 시험 행위에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상당수 학생들은 답안지(OMR)를 받자마자 이런저런 이유로 ‘한 줄 찍기’나 ‘다이아몬드 그리기’를 하고 있고요.”

- 국바(IB)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서술형-논술형 교육 평가방식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첫째, 요즘 제가 하는 고3 수능 국어 독서 수업의 사례를 소개하며 말씀 드릴게요. 고3을 맡은 국어 교사들은 수업에서 ‘수능 국어’를 대비합니다. ‘수능 국어’의 경우 화법작문문법(15), 독서(15), 문학(15) 영역이 있는데, 80분 동안 45문제를 풉니다. ‘수능 국어’는 교육방송(EBS) 교재와 연계가 되어 출제하는데, 영역마다 한 권씩 모두 세 권 책이 나와 있습니다. 올해 제가 맡은 것은 ‘독서’라서 수능 특강 <독서> 교재로 매주 한 시간씩 수업합니다.”

사진=김두루한
사진=김두루한

둘째, 수능국어의 <독서> 시험지는 보셨죠? 어떤 모습으로 되어있는지 잘 아실 겁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16~20)란 문장 아래로 5개 문단을 전후한 분량의 바탕글(지문)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발문 문제입니다.

예컨대, 윗글에서 다루어진 내용이 아닌 것은? 윗글을 읽고, <보기>를 이해한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의 입장에서 ‘미시사’를 평가한다고 할 때, 그 내용을 추론한 결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과 같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선택지 5개가 주어집니다. 학생들은 이런 형태로 된 시험지를 받고 컴퓨터답안지(OMR) 해당 번호의 답란 칸마다 선을 그어 표시하는 방식이죠.“

사진=과학 문제(김두루한)
사진=과학 문제(김두루한)

- 또 어떤 점을 지적하실 수 있을까요?

“셋째, <독서>의 경우 바탕글(지문)을 활용하여 ‘서술형-논술형 교육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사진 참고)

‘수능 국어’는 독서의 경우 다양한 바탕글(지문)을 읽게 됩니다. 대체로 인문․사회․과학․기술․예술․융합 제재로 크게 구분합니다. 이 글을 읽고 어느 학생이 쓴 배움장을 덧붙였습니다. 먼저 올린 수능 국어 독서 배움 설계안을 참고하시고요. 우리는 제재마다 글읽기를 하고 이런 배움장에 글쓰기를 합니다. 어느 학생이 해 본 사례를 참고용으로 올립니다. 읽기(독서) 수업은 1주일 1시간씩이면 모두 6 제재를 한 묶음으로 두세 번 정도 소화해내면 한 학기입니다. 이처럼 같은 방식을 되풀이하기보다 다양하게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사진=과학 바탕글(지문) 읽기(김두루한)
사진=과학 바탕글(지문) 읽기(김두루한)
사진=과학 지문(김두루한)
사진=과학 지문(김두루한)

- 국바(IB)를 도입하기 전에 어떠한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당장은 국바(IB) 도입보다 찍기(선택형)시험부터 버려야 합니다! 국바(IB) 도입론을 펴는 이들은 말합니다. 초중학교까지 현장에서 토론 형식의 수업을 진행해도 결국 고등학교에서 대학 입시에 막힌다고요. 문제의 본질은 대입인데, 대입 제도가 꿈쩍을 안 하니 초중등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이 평가 부분에 막히니 평가를 바꿀 틈을 뚫자고요. 그래서 ‘교육’이 도로 아미타불 되지 않도록 에둘러 국바(IB)를 도입해야 한다고요.”

- 그런데 그것이 문제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대입 제도’를 바꾸어야 문제가 풀리고 국바(IB)를 도입하자는 것은 오류라고 여겨요. 학생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성장과 배움을 돕는 관점입니다. 중고등교육을 토론하는 배움 현장으로 바꾸자면 ‘대입 제도 타령’을 하며 에둘러 국바(IB)를 도입하려는 시도보다 헌법이나 교육기본법에 담긴 뜻을 되새겨야 합니다.

사진=김두루한
김두루한 교사.

- 보충설명을 하신다면?

“21세기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배움의 시대 정신을 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 자기실현을 포함한 학생 배움권(자유롭게 읽고 발표토론하며 글쓰기, 겪음(체험, 실험)을 누리도록 한다는 원리를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학교 틀도 바꾸고 수업 지원에 제대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죠. 이제껏 통제와 관리 차원의 교육과정-교과서-주입식수업-일제고사-등급석차기록을 해 온 틀을 바꿔 학생과 교사의 참배움 실현을 도와야 합니다. 이제라도 참 학력인 이해, 표현력, 상상력,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죠.”

-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를 위해 당장 할 일은 공교육에서 정기고사(중간, 기말)와 국가주도 수능고사와 같은 일제고사를 없애는 것입니다. 국바(IB) 도입보다 찍기(선택형)시험부터 버려야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낮의 학교 교실에선 자고 밤의 학원 사교육을 받는 입시 교육 의 이중적 구조를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두 달에 한 번 꼴의 긴장 상태로 시험 치르며 고통 받는 모든 이들에게 절망스런 ‘교육 문제’의 본질은 ‘획일’과 ‘억지’, ‘관리’와 ‘통제’란 관점에 있으며 이제 시대 정신에 따라 ‘배움’이란 관점의 ‘배움 혁명’이 필요한 때라 여깁니다.”

- 추가하고 싶은 말씀은?

“국바(IB)를 도입하려는 분들은 일단 도입을 하게 되면 일반 학교 현장에서 전면 실시할 것인지, 부분 실시할 것에 그치는지 등을 밝혀야 합니다. 또, 도입 후 어떠한 문제가 생길까란 물음이나 교육 재정의 비용 문제, 또 국제수준에 따라 모든 공교육을 영어로 진행하자는 파생된 이야기 등도 설명력 있는 정보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향후 ‘무책임’한 논의를 전개하고 추진한 것이란 지적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김두루한
사진=김두루한 제공

- 그밖에 또….

“국바(IB) 도입이 무용하다고 보는 제 관점에서는 당장 바칼로레아와 국바(IB), 현행 대학입학 수시논술전형 등 학생들이 겪게 될 ‘대입 전형’ 문제를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급선무라 여깁니다. 또 현행 대입특례전형 실태와도 연관 지어 살펴봐야 하고요. 대입특례전형이야말로 본디 국바(IB) 도입과 관련해 정작 다루어야 할 분야에요.

-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그래서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현행 대입전형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일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뜻에 비추어 배움 과정에서부터 모든 학생의 맞춤 배움 실현이란 큰 방향의 전환이 전제되어 학교 정기고사(중간, 기말고사) 폐지 / 주제통합수업과 상시 수행평가-학생부의 세부능력 특기사항 기록-고교졸업 자격고사 / 대입수능 및 대입논술 계열별 전형폐지 등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은 폐지해야 합니다. 초중고교, 대학에 이르기까지 학생들 모두 ‘수학능력’을 쌓으며 배움 과정에서 ‘참배움의 즐거움’을 누리게 도움으로써 1970년대를 전후하여 내세웠던 ‘평준화(보편화)’ 제도를 내용면으로도 완전히 실현해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사진=과학 문제풀이(김두루한)
사진=과학 문제풀이(김두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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