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전문신문 ‘글쓰기’는 일상을 담은 생활문(수필, 산문)도 기사로 채택합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경험한 사연을 진솔하게 글로 담아 보내 주시면 됩니다. 기고자들에게는 '시민기자' 자격을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글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글쓰기마라톤’ 등 각종 글쓰기 행사에도 무료로 초대합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마음껏 보내 주셔요.[편집자 주]

이윤도 시민기자
이윤도 시민기자

난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내 형도, 아빠도, 할아버지도 모두 강원도 태생이다. 게다가 우리 할아버지는 3,000평이 넘는 밭을 갖고 철마다 옥수수, 고구마, 배추 등을 심고 걷기 때문에 난 어렸을 때부터 농작물들과 친숙하게 자라왔다. 아직도 밭을 떠올리면 밭 가운데 있던 오두막에 누워 찐고구마를 먹으며 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정도로 나에게 있어 '토종 농산물'이란 추억이자 좋은 먹거리였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밭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물 주면 자라고, 자라면 수확하고, 수확하면 먹고, 먹고 나면 다시 심는 간단한 수고가 아니었다. 토질의 성분, 벌레 기피 방법, 그리고 잘 자라는 농작물과 같은 부가적으로 알아야 할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는 이런 과정들을 성실하게 해 나가셨다. 주변 밭을 가꾸는 이웃에게도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초등학생 시절 여름날 할아버지의 옥수수가 거의 다 썩어버린 일이 있었다. 벌레들이 잎부터 시작해서 옥수수 안 쪽을 파고 들어가 갉아 먹었기 때문이다. 1년을 준비하며 상심이 컸을 할아버지는 평소 과묵한 성격처럼 그저 조용히 텔레비젼 수상기를 보시며 혼자 앓고 계셨다.

그렇게 하신 이유를 얼마 뒤에 알게 되었다. 이웃이던 황할아버지는 다른 옥수수밭들과는 달리 옥수수가 무척 잘 자랐다. 그 이유로 황할아버지가 옥수수 씨앗을 GMO 즉 유전자 변형이 이루어진 것을 사용했다는 말이 들렸다. 그러자 이웃 모두 강원도 옥수수밭의 유행이라도 돈 것처럼 너나 할 것 없이 GMO 옥수수를 쓰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 초등학교, 중학교가 끝나가고 이웃들은 여전히 GMO 옥수수를 사용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그 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건이 터졌다. 원주 단계동 지역 주민들의 당뇨병 수치가 5년 전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는 통계가 나왔다. 더불어 그 이유가 GMO라는 사실이 지역신문에 실리면서 주민 모두 혼란에 빠졌다. GMO를 없애자는 사람, GMO가 원인은 아니라 사람, 좀 더 두고 보자는 사람들이 서로 목소리를 크게 낼 뿐이었다. 어쩌면 자식 같은 옥수수밭이 풍작일수록 아들 자랑처럼 기뻐하던 이웃 주민들이 다시 예전 옥수수밭으로 돌아갈 때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이 깨달았다. GMO라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은 글리포세이트라는 성분과 연관되어 우리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말이다. 또,  자신이 가꾸던 밭이 풍성해진 배경도 GMO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나는 현실을 부정하고 합리화해온 이웃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GMO는 1차원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욕심과 욕망이라는 심리를 자극하고 있었다.  결국 GMO는 사람들을 점점 더 망가지게 만드는 악마의 늪과 같은 존재였다.

"이 옥수수는 어떻게 재배한 걸까."

오늘도 나는 길가에서 파는 옥수수들을 보면서 할아버지의 '토종 옥수수'가 생각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