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식 글쓰기(구결, 이두, 향찰) 창안한 분들이 첫 한말글 독립운동가
세종대왕과 김만중과 주시경이 그 뒤를 이어 큰 역할
오늘날 한글나라 만들려고 애쓰는 우리가 그 다음 독립운동가

이대로 대표.
이대로 대표.

우리 겨레는 5000년 전에 단군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지금까지 이 땅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어쩌면 이 땅에 수 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을 것이지만 그 전의 이야기는 없다. 5000년 전부터 삼국시대 이전까지 역사 기록도 드물다. 글자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2000여 년 전 삼국시대 중국 한자를 빌려다 쓰면서부터 기록한 발자취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문자는 없어도 5000년 전부터 말은 하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에 우리말이 있었을 것이란 것도 짐작일 뿐이고 그 때에 쓴 말을 오늘날엔 알 수 없다. 오늘날처럼 녹음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떤 기록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5000년 전부터 우리말은 있었으나 우리 글자 없이 살다가 기원전 2세기인 2200여 년 전 고조선 때부터 중국과 접촉이 있었다고 하니 그 때에 중국 한자가 들어왔을 거로 보지만 삼국시대 이전에 한문으로 쓴 책이 없다. 삼국시대부터 한자를 썼다는 기록이 있는데 세 나라 가운데서도 고구려가 먼저 한자를 들여다 썼으며 그 다음에 백제가, 가장 뒤늦게 신라가 한자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삼국시대에 쓴 역사책이 없고 고려 때인 1145년에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와 그 뒤 고려 때인 1281년에 ‘일연’이 썼다는 ‘삼국유사’가 가장 오래된 역사책이다. 그러나 거기 기록된 그 시대 이전 이야기도 뚜렷하지 못해서 옛 일을 미루어 짐작하거나 어쩔 수 없이 그 전에 쓴 중국이나 일본 역사책을 보고 우리 한아비들의 삶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남아있는 기록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기에 그걸 근거로 말하는 것은 아주 헛소리는 아니다. 아무튼 삼국시대부터 한자를 쓰기 시작했다는 기록은 있고 고려 때 쓴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도 한자로 써 있다. 그런데 이 한문이 우리말과 다른 중국말을 쓴 글이기에 우리에겐 매우 불편했다. 중국말투로 적은 한문은 우리말투와도 다르고 한자는 배우기도 힘들지만 쓰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삼국시대부터 우리 한아비들은 한자를 쓰더라도 “구결, 이두, 향찰”이란 우리식 글쓰기를 만들어 썼다. 한자를 빌려서 우리말을 적는 표기법으로서 한자를 읽는 소리나 한자의 뜻(새김)으로 우리말을 기록하던 방식이다.

나는 이 때 이런 글쓰기를 창안하고 실천한 분들이 첫 한말글 독립 운동가들이라고 본다. 한문이 얼마나 불편하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심정을 이해하면서 그 분들의 노력을 알아주고 그 정신을 이어받고 살려야 한다고 본다. 이 이두나 구결 같은 글쓰기는 한자를 주로 쓰던 조선시대까지 쓴다. 그런데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세종실록들에 이두는 설총이 만들었다는 기록은 있으나 구결이나 향찰식 글쓰기는 언제 누가 어떻게 만들었다는 기록은 없다. 그런데 이두와 구결이 설총 이전에도 쓴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설총이 처음으로 이 글쓰기를 만든 것이 아니고 제대로 쓸 수 있는 방식을 정리 완결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래서 “구결, 이두, 향찰”이란 우리식 글쓰기를 창안한 분들이 첫 한말글 독립운동가들이고 ‘설총’이 우리말 독립운동가들 가운데 첫 한아비요 시조라고 보고 그 다음에 우리 글자를 만든 세종대왕이 그 다음 한말글 독립운동가요, 그리고 조선시대 우리 말글로 쓴 글이 우리 문학작품이라고 한 김만중이 그 다음, 한글을 쓸 수 있는 길을 닦은 주시경이 그 다음, 오늘날 한글나라를 만들려고 애쓰는 우리가 그 다음 한말글 독립운동가들이라고 본다.[이대로 /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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