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단행본 발간
36년간 외교 현장 경험 바탕, 외교안보 제언

장시정 전 대사
장시정 전 대사

장시정 전 카타르 대사가 외교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에 대한 단상과 제언을 담은 단행본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를 발간했다.(렛츠북, 15,000원)

이 책의 특색은, 독일 경제와 언론의 수도라는 함부르크에서 총영사를 할 당시 저자가 직접 만난 수백 명의 독일 전문가, 지성인들의 논평을 직접 인용하면서 대한민국 외교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국내외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기본 배경을 곁들여 설명함으로써 통섭적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역작이다.

저자는 한국이 언젠가부터인지 ‘그네(swing) 외교’를 하기에 분주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전체주의 국가들(중국, 러시아, 북한)과 미국, 일본 간의 대립 구도에서 나름의 외교적 생존 방안이라고 생각한 이 양다리 걸치기 외교가 오히려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균형자론이다 삼불정책이다 심지어는 초월외교다 하는 것들이 듣기에는 매력적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험한 정책들이며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like-minded 한 우호 세력 또는 동맹과 기존의 협력관계를 배가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냉전의 한복판에서 아데나워 총리가 단호한 서방정책을 추진해 나감으로써 서독의 번영을 지켜내면서 추후 통일의 기초를 닦은 사례를 우리의 모델로 제시하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4강 외교와 대유럽 외교 그리고 대북한 관계로 대별하여 각각에 해당하는 구체적 외교안보 사례를 적시해 가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지속적 강화를 위하여 한일관계의 개선, 더 나아가 한일간 동맹관계를 지향함으로써 북방세력의 침략 위협을 안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한국전쟁에서 사실상의 한미일 3국동맹으로 북한과 중공, 소련의 침략을 막아낸 역사적 사실을 그 실증적 사례로 제시한다. 김일성은 한미일 관계에서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를 이간질하여 한미동맹을 파탄내려는 소위 ‘갓끈전략’을 추동하여 왔다. No Japan 같은 철지난 민족주의 감정에 올라타려는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일본과의 과거사에 대한 역사인식의 입장차를 극복하고 단순히 미래지향적임을 넘어서서 미래로 연결되는 구체적이고도 생산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일본과의 선린, 협력관계를 뛰어넘는 동맹관계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2020년 3월 불거진 ‘차이나게이트’를 기점으로 한·중 관계의 전반적 리셋이 시급해졌음을 전제로, 중국이 북한에 이어 한국에 정치적 영향력이나 지배력을 갖게 될 때 중화 패권주의 목표에 한층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한국에 대하여 경제, 통상의 상호 이익 추구를 넘어서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음을 경계하고 이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소신이다.

교보문고에 진열된 장시정 전 대사의 저서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교보문고에 진열된 장시정 전 대사의 저서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쟁을 불법화한 현대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서 한·러 관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하며 중·러의 확장적 대외정책과 베스트팔렌체제에 대한 도전을 현대 국제정치가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대유럽 외교와 관련하여서는 유럽을 경제 통상의 파트너로서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외교 행위자로 간주하여야 한다며,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의 만주 폭격과 같은 전쟁의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영국과 프랑스가 나서서 좌절시킨 사례를 제시하였다.

저자는 1990년 냉전 종식 뒤 잠시 나타났던 미국의 단극체제가 와해되고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강력한 전체주의 세력이 부상했으며 중, 러 세력은 냉전 시절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음을 경고하고 있다. 시진핑과 푸틴은 서구 민주주의를 좌절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고, 인권에 대한 서방적 시각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유럽의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군비 확충의 길로 내달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전체주의 세력의 동시다발적 도발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며, 바로 이 전장의 최전선에 위치한 한국의 코앞에는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3대 세습왕조, 북한까지 버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태생적으로 군사국가인 북한과의 평화통일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 이유로 북한이 남북한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해상에 표류 중이던 우리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한 것을 들며 "그나마 피상적이었던 관계마저도 끝났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주장한 종전선언은 국민의 ‘일반의지’를 도외시한 것으로 미군철수의 빌미가 될 뿐만 아니라, 최종적인 승리를 추구하는 전쟁의 본질상 의미가 없다가 지적한다.

영풍문고에 진열된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영풍문고에 진열된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통일정책과 관련하여서 저자는 1990년 동서독 통일보다는 한세기 반 전의 독일제국 통일을 우리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바로 비스마르크에 의한 소독일 통일정책이다. 이것은 통일의 주체를 강조하는 것으로 당시 오스트리아보다 나라가 작은 프로이센이 통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부득이 오스트리아를 통일에서 배제한 채, 즉 ‘분리를 통한 통일’을 추진한 비스마르크의 혜안을 주목한다. 저자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이 중심이 되는 통일은 물론, 연방제 같은 중도적이며 타협적인 통일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자유대한민국이 주체가 되는 통일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소독일주의’로 독일제국의 통일을 이룩한 비스마르크의 통일 정책과 ‘그네 외교’를 벗어나 서방과의 관계 강화에 힘쓴 아데나워 총리의 서방 정책은 신냉전기의 어려움에 처한 한국 외교에 슬기로운 방향타를 제시하고 있다.

튼튼한 정당제 아래에서 제대로 된 정치 엘리트를 육성, 충원하는 독일의 정치제도를,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한국 정치가 참고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개진하고 있다.

저자 장시정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고 1981년 외무고시를 거쳐 지난 36년간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주 카타르 대사와 주 함부르크 총영사를 역임했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두고 관찰했고 2017년 9월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해당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그간 독일과 국내 대학, 중·고교, 협회, 연구소 등에서 ‘독일과 한국 경제’ 등을 주제로 수십 차례에 걸쳐 강연했다.

차례만 훑어보아도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소개해 본다.

Part 1. 강대국의 경유지, 한국과 국제정치

다가오는 한국의 위기와 지정학 · 017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 021

마키아벨리의 ‘조바심하는 통찰력’과 한반도 · 025

“미국이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첫 국무부 연설 · 028

‘초월외교’와 동맹 외교 · 031

G20를 넘어 D10으로 · 036

빌헬름 2세의 ‘훈 연설’과 바이에른호의 중국해 항행 · 039

종전선언 주장은 국민의 ‘일반의지’를 도외시한 것이다 · 043

나토의 ‘이중결의’가 우리의 핵무장 논의에 갖는 함의 · 046

중국의 불쏘시개로 전락한 한국 대통령의 호주 국빈 방문 · 054

5가지 우크라이나 전쟁 시나리오 · 056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안보질서 재편 · 061

‘겉보기 거인’ 러시아와 전범자 푸틴 · 067

유럽 지정학의 지각 변동-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 071

 

Part 2. 북한과의 평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정은과의 평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어적 민주주의’ · 079

세기의 스캔들, 국군 포로 문제 · 084

엽기적인 북한, 인민들의 웃음을 금지하다 · 086

바이콧, 멸공! · 088

핵보유는 말이 아닌 핵구름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 091

북한 핵문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095

 

Part 3.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인가?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인가? · 103

6·25 동란인가, 조국해방전쟁인가? · 105

정보는 평가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 107

“일본 없이 한국을 방어할 수 없다”- 아시아판 나토 · 112

“맥아더가 옳았다”- 제한전의 비극 · 117

한국전쟁의 첫 교훈과 그 마지막 교훈 · 122

다시 써야 할 『징비록』 · 128

 

Part 4. ‘차이나게이트’는 국권 침탈의 전주곡

중국몽과 시진핑의 야망 · 137

미·중 무역전쟁과 한국 · 142

‘차이나게이트’는 국권 침탈의 전주곡 · 150

세계 질서를 바꾸려는 중국 공산당의 ‘조용한 정복’ 시도 · 153

세계의 신(神)이 되려는 중국 공산당 · 158

지옥으로 가는 ‘일대일로’ · 163

중국의 민주화는 가능한가? · 167

기자조선과 소중화 · 171

 

Part 5. 한·일 분쟁, ‘헤드라인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마도는 우리 땅이 아니다 · 179

한·일분쟁, ‘법률적 분쟁’으로 풀어야 한다 · 184

한·일분쟁, ‘헤드라인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 190

무역 분쟁의 승자는 없다 · 196

일본은 정녕 ‘가깝고도 먼’ 나라인가? · 203

“청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 209

“일본(한국) 사람은 다 그래”- <한일 간 시민사회와 언론인 심포지엄> · 212

국가적 진퇴양난을 자초한 한국 법원 · 219

독도와 서양 고지도의 증거력 · 222

과거사를 대하는 독일과 일본, 어떻게 다른가? · 225

천황을 부인한 리버럴리스트, 마루야마 마사오 · 232

 

Part 6. 독일의 힘은 정치로부터

독립과 중립- 독일 연방헌법 재판관들의 행동준칙 · 239

탱자가 되어 버린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 243

독일의 성공 신화는 정당 정치로부터 · 251

독일은 전자 선거도, 사전 선거도 하지 않는다 · 255

올라프 숄츠의 부상과 메르켈 시대의 종언 · 259

게노쎄(동무) 슈뢰더와 전관예우 · 266

독일 중심의 EU, 지속가능한가? · 270

한국 안보, 유럽과 무관한가? · 274

왜 독일모델인가? · 278

 

Part 7. 비스마르크의 소독일주의와 한국통일

브란트 총리의 무릎 사죄는 독일통일의 출발 · 285

독일통일은 ‘자기해방’ 모델이다 · 287

전후 조국의 분단을 막은 오스트리아 ‘국민교사’ 카를 레너 · 290

“We shall overcome”- 독일통일의 교훈 · 295

재통일이 아니라 새로운 통일이다 · 301

브렉시트는 남북한 통일의 반면교사 · 305

분리를 통한 통일, 비스마르크의 소독일주의에서 배운다 · 311

참고 문헌 ·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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