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배석규(전 YTN 사장)
'아침을 여는 음악' 단상 [단풍 이야기]

◉단풍의 南下가 시작됐습니다.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여러 찬란한 색의 단풍이

산을 타고 물감처럼 흘러 내립니다.

녹색으로 단조롭게

치장됐던 여름 숲은

다양한 색깔의 가을 숲으로

바뀌면서 눈이 부십니다.

이번 주 치악산과 월악산을

지난 단풍은 주말쯤에

가야산과 지리산 근처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의 눈에는

아름답게 비치는 단풍입니다.

하지만 나무에게 단풍은

살기 위해 버려야 하는

아픔입니다.

여름철 나뭇잎은

푸르름을 지켜줄 뿐 아니라

나무가 살아갈 영양분을 만들어

공급하는 일등 공신입니다.

빛 에너지와 공기 중 이산화탄소

그리고 뿌리에서 올라오는 물로

광합성을 해서 탄수화물을

끊임없이 만들어 냅니다.

그 영양분을 나무 구석구석까지

보내줍니다.

배석규 전 YTN 사장[사진 제공=배석규]
배석규 전 YTN 사장[사진 제공=배석규]

▲ 단풍(丹楓) 이야기 ‘화려한 작별’

캐나다 미국 북부 단풍 장관

◀파훨벨 Canon in D Major Autumn in Quebec

◀My Name is Lincoin

*스티브 재브론스키

Autumn in New England

◀비발디 가을 Allegro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Autumn in Saint Petersburg

◀Moonlight Sonata

*베토벤

내장산 2021.11.5.

◀Dancing Star

*Aakash Gandhi

[사진 제공=배석규 전 YTN 사장]
[사진 제공=배석규 전 YTN 사장]

◉하지만 가을 끝자락이 되면

나뭇잎은 나무에게

버거운 존재가 됩니다.

뿌리를 통해 빨아들이는

수분이 줄어들면서

광합성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나무가 빨아들이는 수분보다

증산 작용으로 잎을 통해

잃어버리는 수분이 더 많아집니다.

그 때문에 어느 한계가 지나면

나무 전체가 말라죽을 수도 있습니다.

살기 위한 비상 작전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나무는 줄기와 상의해

잎과의 인연을 끊어버리기로 합니다.

잎자루와 줄기 사이에

코르크처럼 단단한 떨켜(離層:이층)를

만들어 잎으로 가는 물길을

막아버립니다.

자연히 잎의 엽록소들은

공장 문을 닫아 버립니다.

그렇게 되니 잎은 여러 색소로

물들었다가 얼마 후

낙엽으로 땅에 떨어집니다.

미리 만들어 놓은 떨켜 덕분에

잎자루가 떨어져 나가도

나무는 상처를 입지 않습니다.

나무는 내년에 잎과 꽃이 나오게 할

겨울눈을 숨겨 키우면서

올해 수고한 나뭇잎과

그렇게 작별을 고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빛으로

마지막을 단장하는 것이

바로 단풍입니다.

광합성이 멈추면서

녹색의 엽록체는 파괴돼 사라집니다.

그러면 여름에 엽록체에 가려

보이지 않던 색소들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나뭇잎에는 70여 가지의 색소가

있습니다.

나무의 배설물 주머니인

액포(液胞)에 담겨 있는

색소의 종류와 함유량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을 드러내게 됩니다.

 

◉원래 잎 속에 들어 있던

카로틴이나 크산토필 같은 색소는

주로 잎을 노랗게 물들입니다.

은행나무를 선두 주자로 생강나무

뽕나무, 이팝나무, 상수리나무 같은

나무들입니다.

참나무류와 너도밤나무는

주로 갈색으로 포장하고 나옵니다.

탄닌이라는 갈색 색소가

그렇게 만들어줍니다.

느티나무처럼 한 나무에서

여러 색의 단풍이 드는

친구도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단풍은 역시

붉은색이 한 수위입니다.

그 여러 가지 붉은색의 단풍을

만들어 내는 색소는

안토시아닌입니다.

화청소(花靑素)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원래 잎 속에 있던 색소는 아닙니다.

탄수화물이 분해되면서

생겨난 색소입니다.

안토시아닌은 탄수화물, 즉 당분이

많을수록 많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안토시아닌이 만들어지는

조건에 따라 붉은 단풍의 색이

진하고 연하게 결정됩니다.

날씨가 건조하고 맑으면서

온도가 차츰 떨어지는

우리나라 가을은

안토시아닌 생성에 적당한 곳입니다.

우리나라 가을 단풍이

예쁜 이유입니다.

단풍의 명소로 불리는 곳은

대부분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배석규 전 YTN 사장]
[사진 제공=배석규 전 YTN 사장]

◉단풍나무라고 해서 모두

붉은 단풍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안토시아닌과 카로틴이 함께

작용해 화려한 주황색의 단풍이

드는 나무도 있습니다.

노란색 단풍나무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풍나무는

짙고 연한 붉은 색으로 물들면서

화려한 장관을 만들어 냅니다.

단풍은 어차피 갈 날을 받아 놓은

시한부 인생입니다.

안쓰럽기는 해도 마지막 빛나는 모습을

사람들이 함께 즐겨도 괜찮습니다.

나뭇잎은 땅에 떨어져도

아직 할 역할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음악과 함께

단풍 구경에 나서 봅니다.

캐나다는 단풍을 국기(國旗)로

내세우고 있는 나라입니다.

The Maple Leaf Flag입니다.

그러니 단풍이

유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캐나다 동부의 8백 Km에 이르는

고속도로는 단풍나무로 뒤덮인

숲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그 대부분이 설탕 단풍나무들의

잎들입니다.

여기에서 메이플 시럽이 나옵니다.

당이 많으니 단풍색이 짙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토론토 북쪽 3시간 거리의

알곤퀸(Algonquin) 주립공원과

몬트리올과 퀘벡 사이의

몽 트랑블랑(Mont Tremblant)

공원의 단풍도 독특한 단풍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너서

미국 뉴욕주로 넘어와도

화려한 단풍경관이 계속 이어집니다.

미국에서 단풍으로 가장 유명한

버몬트(Vermont)주,

단풍과 함께 랍스타로 유명한 메인주,

보스턴과 뉴햄프셔주의 단풍까지

캐나다와 미국 동부의

단풍경관을 즐겨봅니다.

 

◉대부분 지역이

예전에 다녀온 곳이지만

방문했을 때가 주로 여름이어서

이처럼 화려한 단풍은 만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 지역 단풍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파휄벨의 캐논 변주곡

Canon in D가 단풍 여행길을

인도합니다.

https://youtu.be/DIzoql2J13I

 

◉전 세계 메이플 시럽의

70%가 캐나다 퀘벡주에서 나옵니다.

설탕이 단풍의 색깔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니까

그곳 단풍이 얼마나 짙고

아름다운지 짐작 갑니다.

그 퀘벡주의 가을로 가봅니다

버클리 출신의 영화음악 작곡가

스티브 재브론스키의 장엄하고 웅장한

‘My Name is incoin’이

퀘벡의 아름답고 화려한

단풍 속으로 안내합니다.

영화 ‘아일랜드에’ 삽입됐던

스코어입니다.

https://youtu.be/UgzfxlYs--w

 

◉앞서 버몬트와 뉴햄프셔, 메인

매사추세츠 등 뉴잉글랜드지역의

멋진 단풍을 만나봤지만

이 지역과 코네티컷, 로드 아일랜드를

포함한 뉴잉글랜드지역의 단풍을

다시 한번 만나봅니다.

미국의 탄생지라고 할 수 있는

이 지역은 아름다운 숲을 지닌

유서 깊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가을이 더욱 깊고 화려하고

눈부신 곳입니다.

비발디의 사계 ‘가을 3악장’

Allegro가 잘 맞아떨어지는

뉴잉글랜드의 화려한 가을입니다.

Ozawa가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입니다.

https://youtu.be/sgh5xjjgS_A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운하와 호수, 숲이 우거진 공원으로

엮어진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18세기 초 러시아의 표트르(뾰뜨르)가

유럽으로 창을 낸다며

인공적으로 만든 도시입니다.

가을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러시아 제2의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특히 늘 푸른 상록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을이면 단풍 든 갈잎나무와

상록수가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Moonlight Sonata)가

먼 북쪽 물의 도시로 안내합니다.

https://youtu.be/icqVfGFUPXk

[사진 제공=배석규 전 YTN 사장]
[사진 제공=배석규 전 YTN 사장]

◉우리나라 가을 단풍도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합니다.

금수강산, 화려강산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그 가운데 정읍 내장산은

첫손가락 꼽히는 단풍 명소입니다.

남하 중인 단풍은 11월 5일쯤

내장산에 도착해 절정기를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합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보너스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5일 절정기의

내장산 단풍을 만나봅니다.

인도계 미국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아아카쉬 간디의

음악 ‘Dancing Star’가 흐릅니다.

현재 인도 뭄바이에서 살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HtAEpiIe1ok

 

◉겨울에도 녹색 잎을 달고 있는

상록수들은 ‘늘 푸른 나무’ 입니다.

그런데 살펴보면 상록수라고 해서

잎을 떨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소나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가을에 초록 잎과 갈색 잎을

함께 달고 있습니다.

광합성의 성능이 떨어지면

이처럼 보내 버립니다.

 

◉겨울에 녹색을 유지하는

상록수도 수분 증발을 최소화해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 노력합니다.

바늘 모양 뾰족하고 가는 잎은

바깥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에서 생긴 모양입니다.

활엽상록수는 다른 나무보다

두텁게 잎을 만듭니다.

그리고 잎의 표면에 기름 막을

만들어 수분 증발을 막습니다.

사철나무나 동백나무의

반질반질한 잎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상록수가 무슨 특권이 있어

단풍도 지지 않고

잎과 이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그들이 그런

특권을 받았다고 하면

다른 나무들이 특검하자고

난리쳤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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