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효석 전 부천고 교사

공공개발은 절차 만들어 진행되는 사업
이재명은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결과' 만들려 했을 것
야당도 이재명이 돈을 안 받아먹었고
당시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 알 것
그래도 선거니까 이재명이 검은 속내 있는 것처럼
프레임 만들어 공격

한효석 전 교사
한효석 전 교사

제가 90년대 초, 서울대와 연고대에 학생들을 팍팍 집어넣던 인문계 고등학교 국어 선생을 했지요. 그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고 3학년 초기에 얼추 다 진도를 끝내고, 5월쯤부터는 문제집, 참고서를 교재 삼아 수능시험 때까지 문제 풀이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잘 만든 국어문제집 3~4권을 떼면 출제할 수 있는 문제 유형을 웬만하면 모두 다루지요. 고등학생들을 문제 풀이 귀신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때는 교사가 어떤 문제집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채택료"라는 이름으로 그 참고서 취급서점에서 문제집 정가 10%쯤을 국어과 대표에게 주었습니다. 국어교사들끼리 모여서 밥 한 끼 먹으라는 거지요. 그때 우리 학교 국어교사는 여러 참고서를 분석하여 각 반 반장에게 문제집 특징을 설명한 다음, 어떤 것을 원하는지 학생들 의견을 모아오라고 했습니다. 국어 교사가 특정 문제집을 채택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학생들 의견을 좇아 문제집을 채택한 것이죠.

사진 출처=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사진 출처=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그래서 국어교사들이 채택료를 안 받을테니, 그대신 학생들 책값을 10% 깎아주라고 서점에 요구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학교와 형평 문제가 있어서 우리 학교만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수학여행비 또는 수업료를 못낸 학생들에게 서점에서 장학금을 주는 형식으로 타협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채택료라는 관행을 뿌리뽑아야 했지만, 단번에 뿌리뽑지 못할 때는 어떻게든 그 현실을 해결하고 넘어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국어교사 대표로 내 딴에는 채택료 관행을 슬기롭게 해결했어요. 국어교사는 채택료를 안 받아먹은 것이고, 서점은 장학 사업에 동참했고, 집안이 어려운 학생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재명이 성남 대장동 사업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했을지 이해가 됩니다. 공공개발이 어떤 식으로든 절차를 만들어 진행되는 사업이라면 이재명은 차라리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결과를 만들려고 했을 겁니다. 야당도 이재명이 돈을 안 받아먹었고, 그당시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 겁니다. 그래도 선거니까 이재명이 뭔가 검은 속내가 있는 것처럼 프레임을 만드는 것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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