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임종금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

임종금 전 기자
임종금 전 기자

저는 더불어민주당원도 아니고 2010년 이래 기자고 공무원이었고 해서 당적도 없습니다. 페북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같은 성향의 사람들만 보게 됩니다. 제 페친 중에 민주당 성향 형님들이 많으신데, 페북만 보면 민주당이 질 일은 없지요. 최소한 '설마 윤석열이나 홍준표에게 정권 넘어가겠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경남도민일보 기자 시절 미디어팀장 보직을 오랫동안 맡았습니다. 미디어팀장은 홈페이지와 SNS를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우리 기사가 온라인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 늘 추적하고, 보고해야 하는 보직입니다. 몇 명이 이 기사에 어느 링크를 타고 들어왔는지 싹 다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는 게 일과였습니다.

당연히 커뮤니티를 분석하는 것도 업무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10~40대 초반이 주류였습니다. 물론 노사모, 서프라이즈 같은 곳은 50대 이상도 많았지만 대부분 아무래도 젊은 세대들이 다수였고 별도로 아주머니들 맘카페가 있습니다. 거긴 당시엔 30대가 주류였고, 지금은 30~40대가 주류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잘 살펴보면 최소한 20~40대 초반까지 표심은 어디로 흐를 지 보입니다. 제가 기자 시절 선거 맞추기 술 내기를 해서 져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배경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흐름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50대 이상 표는 고정된 표가 많으니 움직일 표는 커뮤니티가 많은데 나머지는 커뮤니티 흐름을 보면 이게 4:6인지 5:5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걸 토대로 계산하면 크게 틀리지는 않습니다.

출처=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출처=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2016~7년 민주당을 지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참으로 많았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2~3곳 빼놓고는 대부분 반대 진영으로 넘어갔습니다. 이건 작전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민심이 완전히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젊은 당원들 중에 제가 아는 사람도 몇 있습니다. 모두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민주당을 확실하게 지지하던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과거 진정성은 제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그렇게 됐습니다. 홍준표 게시물이 올라오면 득달같이 좋아요를 누릅니다.

아니 그럼 2020년 총선은 뭐냐? 사실 저는 이게 아직도 민주당이 오판을 하도록 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봅니다. 2020년은 바람도 아니라 그냥 축제였습니다. 코로나 대응을 보니 이제 우리도 선진국이다. 그 자체를 인증하는 선거였습니다. 속으로 불만이 끓고 있어도 그냥 우리끼리 자축연처럼 민주당에 표를 준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선거는 다시는 오지 않습니다. 그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됩니다. 숨은 민주당표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럼 대통령 지지율은 뭐냐?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5~20%입니다. 나머지 비응답자 80~95%의 속내는 모릅니다. 저는 나머지 비응답자에게서 30% 이상 현 정부 지지가 나오기 어렵다고 봅니다. 여론조사 응답하고 정부 잘한다고 찍어주는 사람도 정부 정책에 답답한 거 많습니다. 그래도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잘한다고 눌러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문재인도 노무현처럼 잃기 싫거든요. 그래서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귀찮아서 끊으려다가도 눌러주는 것입니다.

출처=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출처=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그럼 왜 젊은 친구들이 돌아섰나? 여러 요인이 있지만 부동산이 가장 큽니다. 젊은 친구들은 부동산 보유비율이 낮지만 거의 다 주식을 하고 재테크에 관심이 엄청 높은 세대입니다. 본인이 부동산을 직접 해서 피해를 본 사람도 많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부 말 믿고 몇 달 참았는데, 이렇게 올랐다. 나 어떡하냐'는 글을 보고 ‘아, 민주당 믿고 있다가 나도 저 꼴 나겠구나’ 싶은 것입니다.

솔직히 지금 젊은 세대 입장에서 보면 박근혜, 최경환 말이 옳았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땡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

문재인 정부는 ‘내릴 것이다.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더 올랐습니다. 정책과 시장이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순진하게 믿고 있던 사람이 바보된 것입니다. 나랑 같은 대학 나왔고, 비슷한 기업에 들어가, 연봉도 비슷하게 받지만 부동산 몇 달 미뤘다가 그 친구랑 돌이킬 수 없는 계급이 갈린 것입니다. 아파트를 볼 때마다 천불이 나는 것입니다. '내가 왜 그랬을꼬' 자책도 들 것이고, '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분노도 있습니다.

아니 과거보다 청년들에게 많이 지원해 주지 않느냐?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젊은 세대는 돈을 받아도 불안합니다.

‘이거 나중에 우리한테 폭탄되어서 돌아올건데….’

‘무능하고 거지 같은 놈들한테 내 돈이 다 나가네.’

‘하향평준화 하네.’

‘다 같이 거지 만들고자 하는 거네.’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이렇게 생각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저라고 무슨 대단한 비방이 있겠습니까? 다만 두어 가지 힌트는 있습니다. 일단 부동산은 무조건 석고대죄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로 부동산 오르는 거 일상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서 부동산의 비중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부동산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입니다. 어느 아파트에서 몇 평에서 사느냐가 본인이 그간 살아온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다 똑같은데 부동산 매수 타이밍 갈려서 인생 자체가 갈리게 된 것, 이거 분명히 사과해야 합니다. 정부는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기다린 사람 바보됐습니다. 사과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젊은 세대는 공약집을 봅니다. 저는 여기서 정말 놀랬습니다. 여기 계시는 형님들은 선거 공약집 보고 후보 판단해 보신 적이 없을 것입니다. 공약집은 그냥 하나마나한 소리 적어놓거나 이미 후보를 결정하고 '우리 후보가 무슨 공약 했나 보자'고 확인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공약집을 매뉴얼 보듯이 읽습니다. 그리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젊은 세대들에게 합리적이고, 내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될 만한 공약이 있다면, 그리고 그걸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마음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삶에 직접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입니다. 북미평화협정보다 수술실 CCTV가 훨씬 가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나 IT 트랜드에도 민감합니다. 이제 그건 삶과 떼어놓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저 내 삶입니다. 따라서 이쪽 IT정책만으로도 족히 수십만 표는 움직입니다.

좋은 공약도 정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자세하게 해야 합니다. 예시로 저는 애플 홈페이지를 듭니다. 애플 홈페이지에 그냥 아이폰 시덥잖게 소개한 게 아닙니다. 새로운 기능은 어떤 기술적 기반 아래 됐는지, 이 기능으로 IT 라이프가 어떻게 변하는지, 실례를 들어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상품을 소개하는 것처럼, 정책도 상품입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는 이념도 아닙니다. 정치는 신념도 아닙니다. 정치는 비전도 아닙니다. 단지 나에게 더 좋은 상품을 고르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포장도 중요합니다.

과거 이재명 후보 지지하는 젊은 친구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이재명 후보의 상품성은 저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구체적인(디테일한) 정책 역량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상품 겉 포장지에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조폭, 독재자, 무서운사람, 사회주의자, 총통….’

이렇게 포장돼 있습니다. 이 걸 지워야 합니다.

‘나 이재명도 너네들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나도 여러분과 똑같이 살다보니 왜 이럴까? 고민하다가 나온 것들이다. 답도 없는데 돈 들여 억지로 하겠다는 거 아니다. 큰 돈 안 들이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

또한 '이런 것을 하겠다'보다는 '이런 것을 하지 않겠다'가 더 먹히는 세대일 수 있습니다. ‘내가 대통령 되어서 세상천지를 개벽시킬 힘은 없지만 이런 건 하지 않겠다. 이런 실수는 저지르지 않겠다.’ 그게 먹힐 수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여론을 물어볼 때, 직접 물어보지 마십시오. '아빠는 이런데 니는 어때?' 이렇게 물으면 천 번을 물어도 소통이 안 됩니다. '니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니?'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와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종만 호모사피엔스고, 한국인일 뿐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무엇이 옳다고 말할 필요 없습니다. ‘요즘 뭐가 가장 힘드노? 요즘 뭐가 가장 핫하노?’ 묻는 게 모든 소통의 시작이어야 합니다. 소통하며 정답을 정할 필요 없습니다. 세상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며, 무수한 해법만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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