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사 追慕辭]

대전시티즌 서포터즈 대장 '권혁대'를 추모하며

[편집자 주=프로축구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이 1997년 창단했을 때부터 서포터스로 맹활약한 권혁대 씨(57)가 지병으로 지난 5일 별세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린 유운호 전 대전시티즌 사무국장의 추모사를 싣습니다. 축구 불모지였던 대전을 '축구특별시'로 발전시키는 데 큰몫을 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빈 하늘로 진군하는 너를 보낸다. 축구의 이름으로 시티즌의 열망과 대전의 역사인 대전의 아들이었던 ‘권 혁 대’, 너를 빈하늘로 보낸다. 허망하다 하면서도 이리 허망한 줄 몰랐고 참담하다 하면서도 이다지 참담한 줄 우리는 도무지 알지 못했다.

사랑하는 혁대야! 너는 전사였고, 혁명가였고, 시인이었고, 사랑이었다. 축구의 전장에서는 타협 없는 전사였고, 독재의 심장에 민주의 화살을 꽂아 버리는 혁명가였고 예민한 관찰과 유려한 글솜씨의 문학가였고 너자체로 우리에겐 사랑이었다.

너를 처음 만났던 37년전 봄날을 잊지 못한다. 암울하고 칙칙했던 그 시절 화려한 옷차림과 하이코드의 유머로 우리에게 다가와 순수가 무엇인지, 열정이 어떤 건지, 몸으로 보여주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니? 다시 갈 수는 없는 거니?

다시 가자 혁대야. 늦가을 찬바람이 불어오던 한남대 호숫가에 대전시티즌 서포터가 처음으로 만나던 그 순간 기억하니? PC통신 하이텔 축구동호회 게시판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고향팀 대전시티즌을 위해 일당백의 필력으로 적진을 부수는 우리들의 히어로 권혁대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등장하던 그 순간이 시티즌의 역사였고 전설이었다.대전시티즌의 엠블럼 작업을 할 때 백제기마병과 금동향로, TCFC 네 글자로 대전의 정신을 만든 너! 대전시티즌 서포터즈 울트라스로 죽어도 대전의 심장에 큰숨을 불어 넣었던 대전서포터 너!

수원을 부수고, 울산을 떨게 하였고 전북과 서울을 우숩게 알았던 자줏빛 붉은 전사 퍼플크루 대장 권혁대! 대한민국 최초의 한 선수만을 위한 태국 치앙마이 원정을 꾸렸던 행동가! 유로 2000을 캠핑카로 떠돌며 행복해 하였던 너! 축구의 성지 잉글랜드 축구 여행을 이끌었던 낭만적 여행가였던 너! 미라클 대전으로 대전을 축구특별시로 만들었던 최고의 마케터였던 너! 너와 내가 사랑했던 금강 위 열기구에서 해맑은 소년 같았던 문화기획가 였던 너!

어깨에 검붉은 대전시티즌의 엠블럼을 새기면서도 새로운 구단, 제대로 된 축구를 꿈꾸며 대전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너를 이제 빈들로 보낸다.

이제 우리가 권혁대가 되어 네가 그렸던 아름다운 축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가 너를 대전의 심장 대전월드컵 피치에서 영원히 기억되는 우리의 전설로 만들어 갈 것이다.

혁대야! 너의 정신을 이곳 월드컵 경기장에서 발현할 것이다. 너의 손때가 묻은 경기장 곳곳에 4만 3천의 대전의 전사들이, 11명의 자줏빛 전사들이 이어 받아 승리의 깃발을 권혁대의 이름으로 들어 올릴 것이다.

우리는 너를 보내지 않는다. 결코 이 피치에서 너를 보낼수 없다. 영원히 축구와 대전, 시티즌을 죽어도 사랑하는 경기장에 남겨놓을 것이다.

사진 출처=대전하나시티즌 홈페이지
사진 출처=대전하나시티즌 홈페이지

사랑한다.

동지였고, 친구였고, 동반이었고 사랑이었던 내 형제여!

잘 가라 형제여!

네 이름을 울면서 남몰래 쓰는 오늘을 기억하마.

굵은 글씨로 네 이름 석자를 여기에 새길 것이다.

네가 사랑하는 서포터즈 동생들이 지워지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우리 대장 권혁대를 월드컵 경기장에 새길 것이다.

잘 가라 혁대야! 사랑한다 혁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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