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 교수

"성적은 피드백 위한 도구...상대평가는 인권침해"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는 불필요"
"성적표에서 등수를 없애면 좋겠다"

조기숙 교수
조기숙 교수

1년 간의 연구년을 마치고 엊그제 개강을 했다. 처음 해보는 화상 강의가 잘 될지 걱정스러웠지만 학생들은 기대를 담은 밝은 표정으로 나를 정면으로 응시했고, 제법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첫 시간을 무사히 마쳤다.

1시간 반 정도의 강좌 소개만 했을 뿐인데 벌써 학생들과 정이 흠뻑 들었다. 화상으로 처음 만난 사람과도 감정의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게 신기했다.

인도에서 온 한 학생이 질문했다.

"이 과목은 상대평가입니까?"

내 대답은 이랬다.

"저는 상대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오래 전 학부에서 리더십을 가르치려고 했는데 몇 해 전만 해도 이화여대 학부는 상대평가가 규칙이었습니다. 그래서 절대평가로 전환해달라고 학교에 청원을 했는데 거절 당해서 강좌를 포기했습니다. 그건 내 철학에도 맞지 않지만, 리더십 철학에도 어긋나기 때문이지요."

나는 이어서 말했다.

"부모님이 여러분을 친구와 비교하면 당당히 맞서 항의하세요. 여러분은 존재만으로도 귀하고 소중합니다. 왜 남하고 비교를 당해야 하나요? 미국에서 만일 상대평가를 실시한다면 그 대학과 교수는 학생들로부터 인권침해로 소송을 당할 겁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사람에 의해 내 운명이 결정된다면 그건 공정하지 않아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인도학생이 말했다.

"한국에 온 지 5년째인데 지난 4년간 저는 너무나 경쟁에 시달려서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끝으로 성적에 대한 내 생각을 밝혔다.

"제가 절대평가한다고 모두에게 A를 주는 일은 없습니다. 저의 역할은 여러분이 필요한 학습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고, 여러분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과 능력에 맞는 보상과 피드백을 주는 겁니다. 여러분은 원래의 나에서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그걸 위해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불필요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바라봄으로써 자신을 객관화하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그게 자의식(self awareness)을 높이는 성찰이고, 그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자신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성적표에서 등수부터 없애면 좋겠다. 등수가 없었다면 나도 어렸을 때 공부도 많이 하고 잘 했을 것이다. 1등 했다고 당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한 인간은 아니다!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