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기석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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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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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언제 끝나는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기 시작한 지 두달여가 지났다. 그나마 성공적으로 상황이 관리된다고 해외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는 한국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몇 주 지속되자 서서히 한계가 드러난다. 물론 한국의 상황이 안전해진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점점 더 많은 보도들이 국내 상황은 경계심을 놓으면 안되는 위험상태임을 지적한다.

그럴수록 이 사태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오리무중인 것이 모두의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다. 그것은 마치 미지의 영역, 좀 기다리면 당연히 올 미래, 아니면 언젠가는 왔으면 하는 희망 사항(wishful thinking)쯤으로 다루어지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결정은 매우 어려운 사회적/정치적 결단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높은 전염성, 조건에 따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치명율, 증폭된 공포의 수준, 향후의 경제사회적 충격 등을 감안할 때 ‘이제 안전하니 일상으로 복귀하자’는 결정은 모두가 바라지만 매우 어렵다.

그래서 그 결정의 성격을 이해하고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향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는 어떻게 끝나는가?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백신/치료제가 개발되고 충분히 보급되어 바이러스의 위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최소 1년에서 1년 반이 걸린다고 한다. 임상실험을 통해 안전성이 증명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보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국가, 지역, 사람 간 교류중단 상태가 내년 봄까지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끔찍하다. 일단 그리 오래 걸리는 결과는 할 수 없이 주어질 수는 있어도 우리가 원하는 선택지는 아니다.

과거처럼 일정 시간 바이러스가 유행하다 제풀에 꺾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강력한 전염성을 가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돌연변이를 일으켜 전염성이 약해지지 않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이 바이러스는 210개국에서 확진자를 냈다. 사실상 전세계다. 140만명 이상의 확진자와 8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형편에 모든 나라가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여 감염자가 급감하는 것은 먼 훗날에나 가능한 일이다. 인도나 남반구 국가들은 사실상 이제 시작단계다. 대부분 취약한 방역 및 의료체제를 가진 그 나라들이 상당수의 확진자 및 희생자를 내고 안정적 상태에 이르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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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종식은 메르켈 총리가 언급했고 사실상 스웨덴이 실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집단적 면역화이다. 이것은 전국민의 60퍼센트가 감염되어 면역의 막이 형성되면 바이러스가 종식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60 퍼센트가 감염될 때까지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가능성을 검토하던 독일도 영국도 결국 적극 검사(test), 추적(trace) 그리고 치료(treatment)로 구성된 한국식 모델의 채택으로 전환했다. 스웨덴 역시 사망자 급증으로 사회적 압력이 커지자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것도 우리 선택지는 아니다.

어차피 안전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생활방역으로 전환하여 바이러스의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여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방법이다. 한국은 어느 정도 상황이 나아지거나 여러 이유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기 어려워지면 이 방식을 채택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사태 종식의 결정은 언제 가능한가?

세계 언론과 정책결정자들의 찬사를 받는 한국 방역의 성공요인은 민주성, 개방성, 전문성, 창의성, ICT기술, 자발적 시민의식 등을 잘 접목하여 중국은 물론 대부분 선진국들조차 피하지 못한 국내외적 제한조치를 최소화하면서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이 사태의 종식과 관련해서도 한국이 뭔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대안으로 고려되는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은 한국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기준은 안전인데 이 바이러스는 어떤 상태여야 안전한지 모른다. 잠복기 동안 무증상이거나 경증이어도 전염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가장 치명적이다. 그러니 국내 확진자 수가 하루 50명 미만 혹은 10명 미만이면 안전한지, 국내에 확진자가 한 명도 없어야 안전한지, 전세계에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야 안전한지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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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단계의 공식을 역으로 적용하면 지역감염 상태 이전으로 되돌아가 확진자가 발생해도 그 경로가 파악되어야 하는데 한번 지역감염으로 진전했다 다시 방역당국의 통제상태로 복귀할 수 있을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어떤 상태가 되면 학교도 열고 예배도 보며 극장, 공연장, 스포츠 구장에 가서 소리치고 응원해도 재확산 가능성이 없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니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은 재유행의 위험을 각오하되 두 가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나는 언제, 다른 하나는 어떻게 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가 생활방역이 가능한 조건인지 정해져야 언제부터 시작할지 결정할 수 있고 그 결정 속에는 집단감염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병원, 요양소, 종교시설은 물론 학교나 스포츠 시설, 대중집회 등의 위험 요인들 중 어디까지 일상으로 돌아가고 어디까지 제한을 지속할지도 포함돼야 한다.

범위의 지정이 잘못되면 과도한 완화의 시그날로 해석되어 사회 분위기가 급속히 이완될 수도 있고 또 섣불리 결정했다 재유행하면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도, 그대로 방치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스페인 독감처럼 봄에는 좀 나아졌다 금년 가을에 다시 대유행이 올 수도 있다.

게다가 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국가 간 이동제한의 상호 해제는 각기 다른 조건을 가진 국가들이 문호를 재개방하는 것이므로 어렵겠지만 우리가 입국 시 규제를 푸는 것도 간단치 않다. 국내 감염이멈춰도 해외 유입까지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우리 국민은 전세계에 나가 있고 각국의 사정 상 혹은 한국의 상황관리가 성공적일수록 국내가 더 안전하다는 판단으로 교민과 유학생의 귀국은 이어질 것이며 그들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은 계속될 것이다. 외국인의 경우 예컨대 A국은 안전하다고 판단해도 아직 안전하지 않은 B국과 C국에 다녀온 A국 사람을 국적만 보고 입국허가 할 수 없다. 바이러스는 국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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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가 급증하는 미국과 유럽, 정보의 투명성을 의심받는 중국, 의도적으로 검사를 통제하여 감염자 수를 낮추는 것으로 의심되는 일본 등이 우리의 가장 활발한 교류대상이며 이들이 전부 안전해졌다는 판단에 더해 이제 시작에 불과한 인도,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모두 안전한 상태 그것은 분명 지극히 까다로운 조건이다.

게다가 많은 제 3세계 국가들의 확진자 통계는 감염자 숫자가 아니라 감염을 확진할 수 있는 능력의 반영이라는 것도 문제다. 결국 국내외 모두 확진자가 없는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되어야 비로소 안전을 확신할 수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생활방역의 결정은 사회적 논란을 포함하는 상당한 부담을 동반하며 신중할 수밖에 없다.

결정의 정치적 성격은 더욱 미묘하다. 사실 셧다운이나 록다운 같은 조치들은 위급한 상황 속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쉽고 단순한 논리로 정당화가 쉽다. 여건이 어렵고 심각할수록 사회적 지지는 더 얻기 쉬워진다.

반면 해제는 부담스럽다. 그것은 의료체제 및 방역 이외에 경제적 계산(경제위기, 기업파산, 실업 등), 사회적 신념(민주성, 인권, 개방성 등), 심리적 상태(시민들의 스트레스 등) 등 여러 요소들이 함께 고려되는 만큼 복잡하고 사회적 설득도 어렵다. 증폭된 사회적 공포를 넘어야 하고 재유행의 위험성을 무릅써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의 한국처럼 선거라는 직접적 압박에 직면하기도 한다.

결국 그 결정은 전문가 집단의 판단과 제언에 따라 대통령의 책임 하에 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전문가 TF를 구성하는 등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가 주축이 된 그 전문가 집단은 가능하면 높은 수준의 안전을 확인한 후 결정하려 할 것이고 대통령은 한층 더 안전을 확신해야 결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세계의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해 정상화 메시지를 냈다가 상황이 악화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상황변화를 위해 감수할 정치적 대가를 높인 셈이다. 역설적으로 메르켈, 존슨, 마크롱처럼 사태의 심각성과 최악의 상황을 경고한 지도자의 인기는 상승하였다. 그쪽이 정치적으로는 더 안전한 것이다.

이처럼 꼼꼼히 따져보면 생활방역으로 전환을 비롯한 정상화의 결정은 도처에 지뢰가 널린 험난한 결단일 수밖에 없다. 뭔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러니 희망보다 훨씬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무한정 결정을 미룰 수도 없다. 아무리 안전과 건강이 목표지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파생할 문제들은 엄청날 것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임계점을 넘을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감염자/사망자 급증에 놀란 상태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둔감해질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충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며 도산과 파산에 직면한 기업 및 개인들은 이판사판의 심정에 빠질 수 있다. 아이를 맡길 곳 없는 맞벌이 부모의 곤경은 가중되고 입시에 대한 불안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방역이 성공적이어서 신규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면 사회적 경계심은 급속히 약화될 것이다. 말하자면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형태로 결정을 압박하는 사회적 압력이 커질 것이 틀림없다. 그 압력이 시민적 경계심의 수준을 넘어가는 순간 우리의 방역망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어차피 미지의 바이러스와 초유의 경험을 하는 만큼 상황변화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1-2주 지나면 사태가 끝나거나 상황이 자연스럽게 호전되겠거니 하는 막연한 희망이나 근거없는 바램에 기초해 단기 처방으로 한 두 주씩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하는 것은 국민을 희망고문으로 내모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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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솔직한 논의와 사태 장기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미 의료 및 방역 전문가들이 매스컴 등을 통해 그런 역할을 시작한 듯 보이지만 결국 정부가 행동에 옮겨야 한다.

이제 사태의 기본 역학은 정상적 삶과 바이러스의 위험 두 요인 사이의 함수관계이다. 개인적, 사회적 위생수칙을 지키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은 필수지만 0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거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식 방역이 성공적일수록 그 기간은 길어져야 한다는 역설을 이해하고 백신/치료약이 나올 때까지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총선거 직전에 모험적 결정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차차 논의를 본격화해 1) 사태가 장기화될 것임을 솔직히 밝히고, 2) 대안들을 소개하며, 3) 대안별 계획을 제시하고 4)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가 해왔듯이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높은 시민적 자율성을 담보하는 방법으로 적기에 결단해야 한다. 그것이 이 사태와 관련하여 한국이 또 한 번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 못지않은 세계적 히트작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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