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정(독일모델연구소 대표)

일제에 대항하여 독립을 쟁취하고자 온 국민이 분연히 일어났던 3.1.독립운동이 벌써 1백 년 하고도 1년을 맞았다. 그런데 이번 삼일절 날 국민들의 관심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에 쏠렸다. 우한폐렴 때문만은 아니었다.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차이나 게이트`가 1위에 올랐고, 지난달 28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중국의 조직적 여론 조작 및 국권침탈 행위를 엄중하게 수사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무엇이 `차이나 게이트`인지는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인터넷상에서 중국/조선족이 문재인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인듯하다. 미국과 대만에서도 불거졌던 중국의 인터넷 여론 조작이 한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9월에 이미 워싱톤포스트지가 사설을 통하여 중국의 인터넷 여론 조작이 '러시아 트롤'(러시아의 인터넷 여론 조작 조직)보다 훨씬 전에 시작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슈미트 전 독일 총리와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사진=장시정 대표)
중국을 방문한 슈미트 독일 총리와 덩샤오핑.(사진=장시정 대표)

과거 광우병, 사드전자파나 우한폐렴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의 뒷배경에 중국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차이나 게이트가 인터넷상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2017.1.25. 동아일보 저널로그에서 이정훈기자는 "중국이 한국 내 6만 중국 유학생들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위에 몰래 참여시켰다"면서 중국 유학생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 볼 때라고 했다. 사실 이 주장은 유투버 김정민 박사에 의해서도 지난 2년여간 꾸준히 제기되어왔는데 이제 김겨출이라는 거대 트위터리안의 폭로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이상하게도 지금은 인터넷에서 '김겨출' 이란 이름이 검색되지 않는다). 모든 국가는 스파이 행위를 엄단한다. 그런데 스파이 행위를 넘어서서 타국의 국내 정치에 직접 뛰어들어 여론을 왜곡하고 데모 집회에 위장 참여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 나타난 정부의 입장은 '중국 바라기' 행태로 비판받고 있다. 사태 초기에 중국으로 부터 입국을 막지 못해서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을 불러왔고 마스크, 방호복 등 필수 물품들을 계속 중국으로 보내면서 정작 우리 국민들은 곤경을 겪고 있다. 지금 중국에 대한 국내 인식은 급전직하 매우 부정적이다. 현 정권에 대하여도 종북정권이란 비판이 친중 더 나아가 맹중/숭중 정권으로까지 번져 나가고 있다. 중국 대통령 하야하라는 시위 피켓도 등장했다. 야당이 차이나게이트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지만 우선은 검찰의 조속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의 개입이란 측면에서 드루킹사건보다 위중하다.

1978년 덩샤오핑이 흑묘백묘론으로 개방 경제를 도입한 이래 중국 경제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여, 한국이 세운 30년간 연평균 8%의 성장이라는 세계경제사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럽이 5세대 만에 이룬 것을 중국은 1세대 만에 해치웠다고도 평가한다. 하지만 여기까지인듯하다. WTO에 가입하여 그 성장 속도를 가속화 시켰지만 2007년 14% 성장을 정점으로 성장 6-7%대의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 단계를 거쳐 급전직하 중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휩쓸고 있는 올해 중국의 성장을 마이너스로 점치고 있다. 그간 시진핑의 중국 굴기 야심이 결국 중국을 결딴낼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지만, 이제 중국은 시진핑의 중국몽과 함께 사라질 판이다. 2016년 여름 내가 만나 격정 토론을 벌였던 베를린의 한 좌파 언론인조차 시진핑을 등소평과 같은 전임자들과 비교하면서 난장이일 뿐이라고 박한 평가를 했다.

독일은 유럽 국가 중 중국 시장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EU의 대중국 수출 중 거의 절반을 독일이 차지하고 있고 중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은 5천개가 넘고 이들의 중국 내 고용인구는 100만 명을 상회한다. 중국 최초의 푸동‑상하이 간 자기부상 열차 프로젝트도 독일 기업이 맡았다. 함부르크 항만에 출입하는 컨테이너 세 개 중 하나는 중국 것이다. 함부르크 상공회의소는 격년마다 서밋 차이나 행사를 주관하는데 여기에 중국의 총리급 인사가 항상 참석한다. 1976년 슈미트 총리가 독일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만난 이래 콜, 슈뢰더, 메르켈 총리에 이르기까지 독일 총리들의 중국행은 꼬리를 물었다.

2015. 8월 중국에서 증시가 폭락했을 때였다. 슈피겔지는 “중국 쇼크”라는 제호로 말러Armin Mahler 경제부장의 기명기사를 실었고, 나는 이 기사가 나온 뒤 얼마 되지 않아 그를 만났다. 그의 말이다.

"중국의 증시 폭락과 경제 현황은 물론 충격적이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예상하기 힘들다. 전문가들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내수시장 수요로의 전환 과정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서 통제를 벗어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향후 거대한 정치적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며, 점차 증가하는 부채로 인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에 가 있는 특파원들은 현장에서 수많은 인터뷰를 했고, 평가를 도출해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중국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서 독일만큼 중국발 쇼크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유럽 국가는 없다.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독일의 수출의존도가 높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총매출액의 50%를 중국과의 거래에서 확보하고 있다."

그는 나에게 중국발 쇼크에 내재된 잠재적 위험은 머리 위에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과 같다며, 그러나 이 칼이 정말 머리 위로 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조심스러웠던 그의 예측은 빗나갔음이 명확해졌다. 개도국에 대하여 중국이 구사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도 2016. 1월 후쿠야마가 독일 경제신문 한델스블라트 기고문을 통하여 예견한 대로 실패작으로 귀결되고 있다. 중국발 쇼크가 전 세계를 삼킬 판이다.

2019년 11월 호주에 망명을 신청한 중국 스파이 왕리창Wang Liqiang (사진=장시정 대표)

그간 중국은 중국판 산업 4.0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면서 차세대 IT, 바이오, 로봇, 항공, 해양 등 10대 핵심 산업의 역량을 강화해 왔고, 국제 경쟁에서 더 이상 임금 경쟁력으로 버틸 수 없다고 보고 전략적 차원에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외국 기업 사냥에 뛰어들었다. 특히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 합병을 견제함에 따라 독일과 유럽의 첨단 기업을 집중 공략하였다. 중국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 중에서 적절한 승계자를 찾지 못하는 가족기업을 타깃으로 하여 기술과 브랜드, 특허를 인수받는 데 초점을 두었다. 독일은 중국 자본을 독일기업의 생존 대안China option으로 인식하면서도 상당한 경계심을 가졌다. 2016년 독일의 대표적 로봇 제조업체인 쿠카Kuka 인수 협상 시에는 엄청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독일 헌법보호청은 독일내 중국 유학생, 연구원, 교수가 산업기밀 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며 그 배후에 중국 정보기관이 있다고 했다.

작년 11월 우리가 주목할 만한 중국 스파이 왕리창 사건이 터졌다. 그는 자신이 대만과 홍콩에서 여론조작과 선거개입, 반체제 인사 감시 등 공작을 벌여왔다고 폭로하면서 호주에 망명했다. 특히 금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 개입해서 여론조작을 벌여 "하나의 중국"정책을 반대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 낙선 운동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군 총참모부의 지휘를 받는 홍콩 국적 기업 중국창신투자 직원으로 위장해 공작 활동을 벌였고 위조하기 어렵다는 한국 여권을 사용하기도 했다.(왕리창이 사용한 한국 여권에 대하여 한국 외교부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아 유감스럽다.)

왕리창은 홍콩에서 대학 학생회와 학생 자치 조직에 침투를 시도했고, 인터넷상의 사이버 공격도 시도했다. 대만에서는 차이잉원 총통을 음해하고 친중 대권주자인 한궈위 가오슝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20만 개의 인터넷 계정으로 민진당을 공격하고 50여 개 인터넷 회사 및 매체를 매수해 언론을 장악하고 선동 활동을 벌여왔으며, 단체관광객까지 보내어 통일전선 전술을 구사했으며 2018년 대만 지방선거 때는 한궈위에게 2000만 위안(한화 약 34억 원 가치에 상당)의 선거 자금을 제공했다. 이 사건을 보노라면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작의 실태가 좀 더 구체적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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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를 통하여 수집된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간다? 미국 등 점점 더 많은 서방국가들이 중국통신장비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사진=장시정 대표)

차이나게이트의 본질은 중국이 한국에 대하여 경제, 통상의 상호 이익 추구를 넘어서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제국주의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지배를 포함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나 정치적 지배를 목표로 하지 않는 미국은 우리에게 제국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그들은 북한에 이어 한국에 정치적 영향력이나 지배력을 갖게 될 때 중화 패권주의 목표에 한층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우리의 대선이나 지방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러한 야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일본의 중국 전문가 가토 요시카즈의 말대로 중국은 지금도 붉은 황제가 지배하는 나라로 그들은 한국을 수 세기 전의 조공 국가로 만들려고 한다. 이번 차이나게이트로 수십세기에 걸친 중국의 끈질긴 한국 침략 의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늦었지만 천만다행이다. 1896년 서재필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부르짖으며 서대문에 영은문을 헐고 독립문을 세웠던 그 당시의 독립정신을 상기해 본다.

어제 미국은 신화사 등 4개 중국 언론사의 주재원 40%를 추방한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2.20. "중국이 아시아의 진짜 병자"라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를 문제 삼아 중국이 미국 주재원 3명을 추방한 데 대한 맞대응이었지만, 중국 주재원 추방 기사 댓글을 읽어보니 대부분 그들이 스파이 짓을 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추방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그간 대학에 침투한 공자학원을 추방하는가 하면 엊그제 상원은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를 제거하기 위하여 10억 불이 투입되는 "rip and replace"법안을 승인했다.

영은문과 독립문.(사진=장시정 대표)
영은문과 독립문.(사진=장시정 대표)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의 경제 침투에 이상 신호가 울리고 있다.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은 세계적으로 이미 악명이 높지만 한국에서도 기업 인수후 기술만 빼가는 행태를 보여왔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스마트폰의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이제 원전 기술이 넘어갈 것이다. 미중무역 전쟁으로 철강제품의 미국 수출 길이 막히자 한국을 경유해서 우회 수출하였고 중국 청산 강철의 부산 공장 설립이나 밍타이그룹의 광양 알루미늄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작년 환경단체들의 고발로 우리 제철소의 유례없는 조업 정지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는데 중국 철강기업이 배후에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미국을 포함 서방국가들이 막은 화웨이 통신장비를 국내 기업이 사용하고 있다. 한전은 완도-제주 간 해저케이블 설치사업에 WTO 정부조달협정상 미자격국인 중국을 입찰에 허용한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문재인 정권은 독립국가의 외교정책이라 볼 수 없는 삼불정책에 이어 이번 우한폐렴 사태에서는 중국과 한국이 운명공동체란 말을 주저 없이 하고 있다. 설령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운명공동체는 아니다. 하물며 어떤 근거로 중국을 우리와 운명공동체라 하는가? 우한폐렴 사태 초기에 중국 차단에 실패함으로써 나라는 목하 엄청난 혼란에 빠졌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현저히 위협받고 있다. 국민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 검찰은 차이나게이트를 신속히 그리고 엄중히 수사하기 바란다. 독립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출처] '차이나 게이트'는 국권 침탈의 전주곡이다|작성자 히든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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