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황효현 시민기자

삼성, 현대, LG가 그랬듯이
이제 제 2의 BTS, 제3의 BTS
나아가 또다른 봉준호가 거듭거듭
나오기를 바랍니다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봉준호의 영광에 온 나라가 떠들썩한 것을 미국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버지니아텍의 총기사고 때도 마치 우리 모두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과는 달리 미국인들은 한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고 반응했었죠. 그러나 그것이 우리 문화이고 정서인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한일전의 극장골에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부르는 것, 그것이 우리입니다. 관객석에 앉아 있던 산드라 오가 일어서서 환호를 지르는 모습이 전혀 생소해 보이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아카데미는 국제 영화제라기보다는 할리우드의 영화축제에 불과합니다. 워낙 할리우드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하다보니 오스카가 마치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자본의 힘입니다. 그런데 대체로 오스카 상을 받는 영화를 보면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마디로 볼만한 영화라는 의미입니다. 연기상, 음악상, 각본상, 의상상 등 각 카테고리별로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분들은 저의 관점이 너무 미국화되어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와의 교류에서 한단계씩 점프했던 시기들이 있었습니다. 홍수환 선수와 카라스키야 선수의 복싱 매치는 제 어린 시절 정말 가슴을 뛰게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몬트리얼에서 양정모 선수가 대한민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을 때, 레슬링이라고는 김일 선수의 박치기만 알던 수준이었지만 또 얼마나 환호했습니까. 올림픽 4강을 거쳐 월드컵 4강 때의 붉은 물결, 저는 우리가 레드포비아에서 벗어난 때가 이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일본이 그나마 세계무대에서 행세하던 피겨에서 김연아 선수가 세계 최고로 등극하는 모습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영화 '기생충' 포스터.

 

이렇게 착착 세계 속으로 나아가던 우리는 '강남 스타일'을 거쳐 'BTS' 에서 마침내 문화에서도 세계와의 교류에 성공합니다. 뉴욕 인근의 한국 식당에 가보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손님의 구성에 놀라게 됩니다. 한국인과 비한국인의 비율이 점점 달라지고 있거든요.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은 우리 문화산업의 세계화에 마지막 점을 찍은 대사건입니다. 우리는 경제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였고, 정치에서 민주화를 이룩한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이제는 문화강국으로도 거듭나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 현대, LG가 그랬듯이, 이제 제 2의 BTS, 제3의 BTS, 나아가 또다른 봉준호가 거듭, 거듭 나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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