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 헤살꾼 “안확과 박승빈”

리대로(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주시경(1876~1914) 선생은 대한제국 때부터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만 적는 말글살이를 하는 꿈을 이루려고 애썼는데 그 뜻을 가로막은 사람들이 있었다. 국학자요 독립운동가라는 안확(1886~1946)과 국어학자요 법률가라는 박승빈(1884~1941)이다. 안확은 주시경이 지은 ‘한글’이라는 우리 글자 이름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우리 글자를 ‘언문’이라면서 주시경을 헐뜯었고, 박승빈도 주시경이 우리 글자이름을 ‘한글’이라고 새 이름을 지은 것을 반대하고 ‘정음’이라면서 조선어학연구회를 만들고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맞춤법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 두 사람도 우리말과 겨레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를 가로막고 일본식 한자혼용을 했다. 주시경은 외국 유학을 가서 언어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나라 안에서 서양인들로부터 문법을 배우고 스스로 깨달은 토종 국어 학자였다. 그러나 안확은 1914년 일본에 건너가 일본대학 정치학과에서 공부를 했고, 박승빈은 대한제국 때 관비유학생으로 일본에 가서 법학을 공부하면서 일본 물이 든 사람으로서 이들 주장과 학문은 일본에 뿌리를 둔 일본 지식인들이었다. 이들 일제 지식인들은 세종정신을 바탕으로 스스로 깨우친 주시경 정신과 학문을 무시했다.

왼쪽부터 안확, 박승빈이 만든 조선어학연구회 회지 ‘正音’ 겉장, 박승빈과 이희승.
왼쪽부터 안확, 박승빈이 만든 조선어학연구회 회지 ‘正音’ 겉장, 박승빈과 이희승.

주시경은 대한제국 때 우리 국어를 연구하고 고민한 우리 토종 우리말 전문가요 운동가였지만 그 두 사람 모두 일본 유학을 다녀오고 주시경이 이 세상을 뜬 뒤 일본 강점기에 주시경의 이론과 주시경의 자주정신을 살리려는 조선어학회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주시경은 한자는 배우고 힘들기 때문에 한글 전용을 주장했는데 오늘날 일본 한자말을 한자로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주시경 주장과 조선어학회 한글맞춤법에 반기를 든 안확과 박승빈이 대단히 훌륭한 사람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것은 세종정신과 자주 정신에 바탕을 둔 주시경과 조선어학회 활동을 짓밟는 것이다.

안확은 한글운동을 하는 주시경을 “썩은 선비”라면서 우리 글자에 ‘한글’이란 우리말 새 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을 비난하였다. 박승빈은 1931년 조선어학회와 이름도 비슷한 조선어학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조선어학회가 1927녀부터 내는 ‘한글’이라는 회지에 대항해서 ‘正音’이라는 회지를 내면서 친일파 윤치호와 뜻을 같이하는 무리들의 후원을 받고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맞춤법을 가로막다가 1941년에 스스로 해산했다. 1942년 일본이 조선어학회 사람들을 잡아가기 전에 이들이 그렇게 한 것이 일본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박승빈이 이끈 조선어학연구회는 조선어학회를 죽이려는 것이 목적이고 목표였는데 실패하니 일본이 나서서 조선어학회를 죽였기 때문이다.

박승빈은 보성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에 그 학교 선생으로 있던 조선어학회 회원 이윤재를 못살게 굴기도 했다. 이윤재는 조선어학회에서 우리말 말광을 만드는 일을 주도한 사람이었으며 함흥형무소에서 일제의 모진 고문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오늘날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이희승과 그 제자들이 중심이 되어 국어연구소를 만들고 한글맞춤법에 흠집을 내더나 국립 국어연구원으로 승격시켜서 한글학회가 내는 ‘한글 새소식’을 모방해서 ‘새국어생활’이란 잡지를 내고 한글전용을 반대하고 일본식 한자혼용을 꾀했는데 박승빈이 조선어학연구회를 만들고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조선어학회를 괴롭힌 것과 닮았다.

안확과 박승빈, 그리고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경성제대 출신 이희승과 이숭령은 세종이 우리 글자인 한글을 창제하는 것을 반대한 집현전 학사들과도 닮았고 조선어학회를 짓밟은 일본과도 통한다. 이희승은 일제 때 조선어학회 간사까지 지내고 한글맞춤법을 만드는 일을 한 사람인데 대한민국 시대에 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를 방해하고 일본처럼 한자혼용을 해야 한다고 설쳤다. 이희승은 본래 그런 사람이었거나 독립협회 활동을 했던 이완용처럼 변절자로 보인다. 만약에 안확과 박승빈, 이희승과 이숭녕 들 주장대로 일본처럼 혼용하고 있다면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는 꿈도 꾸지 못하고 아직도 한문이 주는 고통 속에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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