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탐색 전문가 인터뷰]
유영경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동작고 1학년 엄동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위대함을 느껴 어릴 때부터 꿈을 의사로 정하였다. 의사들도 정말 다양하다. 의대를 나와 전공으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의사의 삶은 달라진다. 사람들이 매체를 통해 접한 의사들의 모습을 보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 안정적인 직업으로 단정 지어 의사라는 직업을 고깝게 보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그런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희생하여 의술을 베푸는 것이 의사다. 의사들을 만나보면 정말 환자를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의사들도 전공 분야가 다양하다. 사람을 살린다는 같은 목적이지만 다양한 길이 있어 내가 되고 싶은 외과의 외에도 다양한 전공이 궁금했다. 나는 운 좋게 알게 된 소아과 선생님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다음은 유영경 의사 선생님과 나눈 일문일답 인터뷰다. 선생님께서는 질문 하나하나에 아주 상세하게 답변을 해 주셨다.

유영경 의사선생님
유영경 의사선생님

-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동기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유영경입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면 이화여대 의학과 92학번이고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과정과 대학원 석사는 가톨릭대학교에서 받았습니다. 현재는 경기도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약 개업 15년차 원장으로 근무 중입니다.

장차 의사의 길을 가려고 결심하고 의료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니 정말 반갑게 생각합니다. 저는 저희 아버지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6회이십니다. 노벨 의학상을 꿈꾸시던 분이셨는데 의대를 다니시다가 불행히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정말로 등록금을 낼 형편이 안 되서 학업을 중단하셨습니다. 결국 의사의 길을 포기하게 되셨습니다.“

- 그래서 선생님께서 부친의 꿈을 이루시게 된 거군요?

“맞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것이 한이 되어 늘 저희 형제들한테 나중에 커서 의사가 되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못 이룬 꿈을 딸인 제가 이루게 해드리고 싶어서 철이 들기 시작한 중학교 때부터 무조건 가톨릭의대를 가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이미 중학교 때부터 아예 진로는 물론 대학교까지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최선을 다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목표를 정하게 된 것입니다.”

-대학 시절 전공 학과를 선택하신 동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약간 특이한 사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공 선택도 매우 쉬웠습니다. 의사도 전공에 따라 분야가 다양합니다. 크게 내과, 소아청소년과 같은 환자를 직접 보는 파트지만 진료 및 투약을 위주로 하고 수술하지 않으며 중요한 생체증상을 다루는 내과계이 있습니다. 일반외과, 성형외과, 신경외과 같이 환자를 직접 보고 수술을 위주로 하고 위급한 상황을 주로 보는 외과계열도 있습니다. 임상병리과, 진단 방사선과, 마취통증의학과 같이 환자를 직접 보기보다는 진단 및 의사를 위한 의사계열도 있습니다. 피부과, 정신의학과, 안과, 이비인후과처럼 환자를 직접 보지만 응급하고 위험한 상황은 지난 상태로 보는 편인 의사계열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리학, 해부학 같은 기초의학을 다루고 연구하는 의사계열도 있습니다.”

-의대 내에서도 전공 선택이 중요하군요.

“그럼요. 본인이 전공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같은 의사라도 하더라도 생활패턴이라든가 경제적인 수입 같은 것들이 참으로 다를 수 있습니다.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은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 이상으로 신중하게 나를 잘 이해하고 판단해서 자기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몇몇 인기 전공이 있는데 그 인기라는 것도 세월이 흐르면서 좀 바뀌고 내가 적성에 안 맞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중간에 그만두어 다른 사람의 소중한 기회를 뺏기도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그럼 어떻게 전공을 정하셨어요?

“제가 전공을 정하는 데 별로 어렵지 않았던 이유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어린 아기, 어린이들을 좋아해서였습니다. 솔직히 의대를 가지 않았다면 지금 어디선가 유치원 원장님으로 생활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았을 것입니다. 또한 경쟁이 치열한 의사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점이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는 것은 산부인과나 소아과인데 저는 제가 외과계열이 절대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였습니다.”

-소아청소년과도 의미 있고 중요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저는 소아청소년과의 장점도 맘에 들었습니다. 아픈 아기들이 아닌 정상인 아기들도 예방 접종이라든지 영유아 검진을 받기 위해서 병원을 많이 방문합니다. 하루종일 아픈 사람들을 진료하고 하소연을 들어주고 불만을 해결해 주어야 하는 타 전공보다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적을 것이라고 판단해서였습니다.”

-전에도 의대가 그렇게 인기가 있었나요?

“제가 대학교를 들어갈 90년대 초반에는 의대, 약대, 공대 모두 골고루 인재들이 자기 적성과 성적에 따라 골고루 배분되어 의대 들어가는 길이 지금처럼 좁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의사가 되지 않고 다른 직업을 하더라도 직업적 안정이 잘 유지되어서 의대 쏠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 속도가 점차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직업적 안정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전문직 특히 의대로 진학을 희망하는 사례가 매우 급증했습니다.”

-의사를 꿈꾸고 있는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제가 학교 다닌 그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필요합니다. 만일 남학생이고 의학전문대학원 형태로 의사가 된다면 군대까지 포함하여 거의 30대 초반이 되어야 의사가 됩니다. 그때서야 경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동안의 부모님의 절대적인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의대는 아무리 성적이 우수해도 월반이 없기에 유급을 안 당하고 차곡차곡 올라가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의사를 꿈꾸는 학생에게 꼭 의대에 도전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어떤 직업이든지 장단점이 있습니다. 제가 경험해 보니까 의사는 장점이 좀 더 많습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이게 고등학교 때부터 전문의 따기까지 제 좌우명입니다. 노력하고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의사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인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절대로 되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윤리의식과 사명감, 책임감을 갖춘 사람이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과의 특성상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매일 실컷 봅니다. 제가 근무하는 경기도도 당연히 예전보다 저출산으로 인구도 줄고 새로 태어나는 신생아를 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귀한 신생아도 꽤 보고 부모 외에 아무도 못 만질 그 아기들을 이리저리 진찰하면서 포동포동한 뺨도 만져보고 예쁘다고 엉덩이도 두들겨 줄 수 있어서 소아과 의사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사라면 누구나 예쁜 아기들이 좋아져서 부모들이 감사하다고 할 때 가장 뿌듯합니다. 또한 아장아장 걸을 때 진료 본 아기가 어느새 커서 저보다 키가 훌쩍 커질 때까지 저를 믿고 찾아줄 때 내가 그런대로 이 지역사회에서 잘 하고 있고 인정받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보람있습니다.”

-힘드실 때도 있겠지요?

“소위 말하는 진상 환자들을 만날 때 좀 힘듭니다. 소아청소년과이니까 부모들이 진상일 때 힘들고 부모님이 그러시면 그 아기들도 진료볼 때 최선을 다하긴 하지만 다음번에 안 왔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한 적도 솔직히 있습니다.”

-사람 상대가 중요한 일이겠네요.

“환자를 직접 만나는 의사계열은 사람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잘 해결하려면 평소에 독서나 운동, 명상 같은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해 인격을 잘 수양해야 합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한번 더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너무 힘들게 하는 보호자였는데 여러 번의 진료를 보고 차츰 라뽀라고 하는 신뢰감이 쌓여서 나중에는 좋아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상황도 발생할 것 같습니다.

“의사로 일하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진료한 환자가 사망했거나 오진으로 인해 환자 상태가 매우 나빠진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레지던트 2년차였을 때 몸무게 700g인 미숙아가 인공호흡기 기계조작 미숙으로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수련의로서 배우는 단계였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 일이 아직도 가슴에 남습니다. 그 미숙아 부모님께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의사로서 좀 더 똑똑해져야 하고 신중해야 하고 솔직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시대가 온다고 합니다만.

“이제 미래는 4차 산업혁명시대로 AI의사, 로봇의사 같은 인공지능이 곧 세상을 주무르는 시대가 옵니다. 기계가 대치해 주는 영역이 좀 더 많아질 것입니다. 흔히 의사들은 공부만 해서 공부 외의 영역에 대한 무지한 사례가 많습니다. 저 또한 그렇지만 앞으로는 이런 분야에도 꼭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에 맞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도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학과 엔지니어를 연결하는 분야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면서 변호사가 있듯이 의사, 엔지니어 겸업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계는 환자의 아픔을 공감해 주고 저처럼 진심으로 아이들을 예뻐하고 귀여워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여전히 의사의 직업 전망은 나쁠 수가 없습니다. 고도로 전문화된 집단이기 때문이고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계속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대한민국의 영재들이 대거 의사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계의 미래가 더 밝다고 생각합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요.

“의대를 가야 하니까 그 어려운 내신 및 입시공부를 해내야 합니다. 요새는 공부만 해야 하는 게 아니고 비교과 등도 챙겨야 하는 사례도 많아서 이것저것 더 어려운 것을 해내야 합니다.

하지만 성적은 우수하나 너무나 이기적이고 나만 잘 하면 되고 편법을 일삼는 인격수양이 안 된 학생은 제발 의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꿈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틈틈이 심리적으로나 공부로 어려운 친구들도 좀 도와주면 좋겠지요.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좀 넓게 보려고 애쓰면 좋겠습니다.”

-의사의 기본적인 사명감은 무엇인지요.

“의사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공감이 있어야 합니다. 서로 소통해야 하고 그 과정이나 결과를 책임져야 합니다.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엄격한 윤리의식이 필요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과학이 발전되는 속도가 발맞추어 새로운 의학지식을 습득하고 자신을 발전시켜 가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인터뷰를 통해 위대한 의사의 삶을 부분부분 엿본 것 같아 정말 경탄스러웠다.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에 들어가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정말 존경심이 들었다.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너무 남에게 각박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이기적이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의사는 반드시 윤리적이어야만 하고 상대에 공감할 줄 알아야 하기에 평소 내 행실이 친절한 의사 선생님과 거리가 있음을 깨달았고 앞으로 개선해야겠다고 느꼈다.

엄동규 학생기자
엄동규 학생기자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인터뷰 내용에서 평소 내가 걱정하던 것이 해결되었다. 외과의마저 로봇이 대체하면 의사들은 무엇을 해야 될지 고민한 적이 많았는데 새로운 기술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보수적인 의료계에서 나는 개방된 마음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충분히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경쟁력 있는 의사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의 꿈은 외과의인데 남들은 그 힘든 직업을 무엇하러 이렇게도 간절히 원하느냐고 묻는다. 내가 외과의를 꿈으로 한 것은 나를 엄격히 다스려 헌신해야만 하는 이 직업을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할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2년 남았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나의 꿈을 이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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