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모이마당] ‘말집’이란 말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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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이라는 말을 한자로 쓰면 ‘國語辭典’이다. 그런데 이 사전(辭典)이라는 한자말은 우리말이 아니고 일본 강점기부터 쓴 일본 한자말이다. ‘사전’이란 한자말을 우리 말광에서 찾아보면 “事典 事前 史傳 史前 四傳 四殿 寺典 寺田 辭典 師傳 梭田 死前 死戰 沙田 社奠 社錢 祀典 祀田 私戰 私田 私箭 私錢 私電 肆廛 詐傳 謝箋 謝電 賜田 辭箋 赦典 赦前 私轉”로서 32가지나 된다. 그러니 그 말을 ‘사전’이라고 우리말로 말하거나 한글로 쓰면 32가지 말 가운데 어떤 말인지 그 문맥으로 짐작해야 한다. 이 말을 한자로 쓰려면 말광에서 골라서 쓰긴 하더라도 몹시 불편하다. 그러나 “말모이, 말광”으로 바꾸면 이런 불편이 사라진다.
이 “사전(辭典)이란 말은 일본 강점기 때 쓰이고 뿌리내렸다. 그 이전인 1911년부터 주시경이 그의 제자인 김두봉,권덕규,이규영들과 ‘말모이’란 이름으로 우리말 말광을 만들다가 1914년에 주시경이 갑자기 이 땅을 떠나고 김두봉이 상해로 망명하면서 ‘말모이’가 출판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그 때 주시경이 한 이 일을 이어받아 조선어학회에서 우리말 말광을 만들던 이야기를 ‘말모이’란 이름으로 영화가 나와서 이 ‘말모이’란 말이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1945년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해방되었을 때 서울사대 이기인 교수는 ”이제 해방되었으니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 한자말을 버려야 진짜 독립한다.“고 외치면서 일본 한자말로 된 생물학 용어 5000 낱말을 우리말로 바꾸어 냈다. 1948년에 ‘사전’이란 일본 한자말을 버리고 ‘말광’이란 말을 새로 만들어 ”새 사리갈말 말광(생물학술용어사전)“이라 한 것이다. 이 때 이기인 교수는 ‘생물’이란 한자말을 ‘사리’, ‘동물’이란 한자말은 ‘옴사리’, ‘식물’이란 한자말은 ‘묻사리’라고 하고 ‘학술용어’란 한자말도 ‘갈말’이라고 우리 토박이말로 바꾸었다. 또한 ”편집인, 인쇄소, 출판소“란 한자말도 ”엮은이, 책박은, 책낸데“라고 바꾸어 썼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분이 6.25 동란 때에 북으로 끌려갔다.
주시경 선생과 그 제자들이 우리말 ‘말모이’를 만들고, 이기인 교수가 ‘사리갈말 말광’을 만든 것은 세종대왕이 우리 글자인 한글을 만든 정신과 같다. 이는 참된 개혁이고 자주정신 실천이고 혁명이었다. 오늘날 ‘서울’이란 땅 이름도 이때에 쓰기 시작하여 뿌리가 내린 것이다. 이제라도 이 분들처럼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를 버리고 우리말을 살려서 쓰거나 없으면 새로 만들어 써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전’이란 말을 ‘말광’이라고 자주 쓰고, ‘事前’이란 말을 ‘미리’로, ‘寺田’이란 말은 ‘절 땅’이라고 우리말로 바꾸면 쓴다.
김수업 교수는 그 제자들과 우리말 ‘말집’이란 이름으로 말광을 만들다가 돌아가셨다. ”말광, 말모이“란 말은 전에 쓴 일이 있지만 ‘말집’이란 말은 아직 쓴 일이 없다. 그라나 이 말도 좋다. 우리 모두 ‘사전(辭典)’이란 한자말을 “말모이, 말광, 말집”가운데서 저마다 좋은 말을 골라 쓰면 좋겠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쓰는 말을 표준말로 정하자. 많은 사람이 가면 없던 길도 난다고 했다. 이 일은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고 우리 모두 마음먹고 하면 쉽게 될 일이다. 또 이 일은 우리말만 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겨레와 겨레 얼을 살리고 빛내어 힘센 다른 나라에 짓밟히지 않고 어깨를 펴고 살 수 있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