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갑수 선생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그때나 지금이나 무엇이 문제인가

김갑수 선생
김갑수 선생

몇 달 전에 읽은 책인데, 오늘의 정치 현실을 생각하다가 문득 떠올라 소개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신념들이 실제 결과로는 얼마나 나쁘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그렇다면 애초 우리가 지녔던 신념이란 것은 아예 옳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조선 역사 중 동서 분당과 선조 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도와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조선역사에 대해 함부로 재단해 왔는지도 생각하게 해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저자 이정철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대동법에 관한 그의 책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는 수작입니다.

서평은 저자의 서문과 결어를 제가 임의로 재편집하여 제시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오늘날은 조선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치인(治人)’의 기회를 갖는다. 굳이 자신이 직접 치인할 기회를 못 가져도,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투표와 엄청난 양의 정보가 공개되는 SNS를 통해서 수기(修己)와 치인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뽑는 사람이 좋은 정치를 하리라고 믿는데 사실 이런 믿음의 현실적인 증거는 미약하다.

조선시대 당쟁은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부정적인 측면에서 조명된다. 그러한 당쟁 이해는 대부분 정확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 이 책에서 우리는 그 시대가 지향한 가치와 그 시대의 정치제도 및 관행 속에서 그 시대의 정치제도인 당쟁을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알듯이 정치행위는 권력 획득을 목표로 한다. 이것은 갈등이 없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당쟁은 보편적인 정치현상이다. 조선시대도 오늘날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은 임진왜란 이전의 선조 대에 주목했는데, 사실 이 시기는 섬세한 주목을 받아야 마땅하다.

선조 대는 정치의 시대였다. 이 시대는 정치세력의 다양성 면에서 넓은 스펙트럼을 가졌다. 흔히 선조 대를 당쟁이 발생한 시기라고 한다. 정확한 말은 아니다. 당쟁이 없던 시대가 어디 있었겠는가? 조선시대 전체를 통틀어 이 시대만큼 정치에서 이상(理想)이 드높이 외쳐진 시대도 드물었다. 그럼에도 그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선한 의지가 나쁜 정치로 이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곤혹스런 일이다. 그런데 그런 경우가 드물지도 않다. 또한 이런 상황은 정치 영역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좋은 사람인데 그가 속한 조직 안에서의 역할이나 그가 속한 조직 자체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우리는 흔히 본다.

선조 대 정치세력 간 분열은 정치적 욕망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다른 일부는 도덕적 확신에 따른 행동의 결과이기도 했다. 도덕적 확신에 찬 사람은 결국 그것보다 더 강력했던 권력에 대한 욕망의 자장(磁場)으로 빨려들고 마침내 함몰되었다.

그들은 정치세력 간의 시비가 아닌 민생개혁에 대한 추구가 자신들도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그들 중 극소수가 살아남아 그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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