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고위공직자의 부패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적이 오래되었습니다. 그 결과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막기 위한 다수의 법률이 만들어져 있고, 다수의 기구가 설치되었고, 다수의 제도가 만들어져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과거에 비해 고위공직자들의 부패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제도로도 부족하다면 그것을 더 정치하게 만드는 것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재로 갈 길을 열 위험이 있는 공수처를 설치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막기 위한 법률, 기구, 제도

고위공직자의 부패나 범죄를 막아야 하고 이들에 대한 독립된 수사기관에 필요하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되었습니다. 1998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고, 2012년에는 새누리 당 의원들이 발의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공수처 같은 독립된 수사기관이 설치되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에 고위공직자들의 범죄를 막기 위한 다수의 법률, 기구,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공직자 윤리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공익신고자 보호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특별감찰관법 등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실행하기 위한 위원회나 기구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양성평등기본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고위공직자가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하거나 성폭력하는 범죄를 저지르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고위공직자가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폭언을 하거나 부당하게 과다 업무를 부과하는 괴롭힘을 하기 힘들게 되어 있습니다. 부패를 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 금융 실명제, 부동산 실명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및 등록, 고위공직자의 주식 백지신탁, 고위공직자 퇴직 후 취업심사 등의 제도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필자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다고 했더니 검사들의 범죄 행위 사례를 제시하면서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페친들이 꽤 있었습니다. 검사장까지 했다가 최근에 변호사가 되신 분, 현직 부장검사 등에게 물어봤습니다. 예전에는 검사가 힘이 있었고, 외부인들에게 접대나 향응도 받았고, 변호사를 개업하면 전관예우도 받았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검사들은 청렴하게 자신의 본분을 다 했다고 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검찰 조직이 상당히 부패해 있다고 보는 이유는 일부 부패한 검사들의 범죄 행위가 언론에 보도되고 일반 국민들이 과도한 일반화로 모든 검사가 다 그런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마치 극히 일부의 교수들이 지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을 보고 모든 교수가 다 그런 것처럼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이 대부분 없어졌답니다. 검사들이 김영란법이라고 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때문에 외부인을 만나 식사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고 합니다. 지금도 검찰에서 아주 높은 지위에 있다가 변호사 개업을 하면 사건을 많이 맡는데 그것은 피의자들이 높은 지위에 있던 분들을 변호사로 선임하면 유리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높은 지위에 있던 분이 변호사를 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을 가능하게 할 수도 없고, 가능한 것을 가능하지 않게 할 수도 없답니다. 요즘은 변호사 개업을 해서 수임하기가 어려워서 고등검찰청 부장검사로 남아 있고자 하는 검사들이 많다고 합니다. 요컨대 검사들의 부패와 범죄를 막는 법, 기구, 제도가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검사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옛날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전관예우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상급자로 모셨던 분이 변호를 하거나 검찰에서 명망이 높았던 분이 변호하는 경우 약간의 편의는 봐 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구속 수사를 할 만한 것을 불구속 수사를 받도록 해 준다든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생활상의 편의를 봐 준다든지 하는 것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까지 다 잡으려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겠지요. 그런 것까지 막기 위해 독재로 갈 길을 열 위험이 있는 공수처를 만들자는 것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공수처보다는 현재의 제도 내에서 검찰에 대한 통제를 정교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들의 부패나 범죄는 사회문화의 변화, 법과 제도의 변화로 인해 10여 년 전에 비해 현격하게 줄었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악용될 위험이 높은 공수처보다는 현재의 제도 내에서 검찰에 대한 통제를 정교하게 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전관예우의 폐해를 막기 위해 고위직에 있던 검사들이 수임하는 사건의 처리 결과를 공시하도록 하거나, 검사들이 변호사를 사적으로 만나는 것을 어렵게 하거나, 검사들에 대한 평가와 승진 제도를 엄격하게 해서 해임 당하지 않을 정도의 작은 부패에 대해서도 엄하게 벌을 내리도록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정 믿지 못하겠다면 검사들의 중대 범죄 혐의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기소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685645479

모든 범죄를 다 막기 위해 사거리마다 경찰을 24시간 배치할 수는 없습니다. 고위공직자들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전문가적 입장에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기존의 고위공직자 부패 기구와 제도를 정교하게 하는 것이 독재로 갈 위험이 있는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대안입니다.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