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던 친구가 검찰 중앙수사부(현재의 특수부)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답니다. 당시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할 때 비서실장까지 했던 여당의 핵심 국회의원이 있었답니다. 이 의원의 후원회장을 하는 사람이 필자 친구가 하는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었는데 청와대에 힘을 써서 내사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내사인데도 조용히 뒷조사한 것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사람 오라 가라 하고 압수 수색 영장도 없이 회사 회계자료와 금고 안에 있는 물건을 다 가져갔고 1년간 뒷조사를 했답니다. 검찰 조사 결과가 잘못한 것이 없어서 내사를 종결하는 것으로 끝났답니다. 만약에 당시 검찰과 사법부가 정권의 시녀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하는 곳이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필자의 친구는 유죄를 받고 감옥에 가 있을 것이고, 경쟁 기업이 공정하지 않게 승자가 되었을 것이고, 필자의 친구가 하는 회사는 망했을 것이고, 그 국회의원은 후원금을 굉장히 많이 받았겠지요.

착취적 정치제도 → 착취적 경제제도 → 낮은 경제 성과

도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 줄을 잘 댄 기업이 살아남고, 그 나라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그들과 가까운 사람들은 부자가 되지만,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먹고살기가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쓴 애스모글루와 로빈슨 교수가 주장한 핵심 내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착취적 경제제도가 왜 나쁜지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432884644

위의 블로그 글에서 설명하지 않은 내용이 있습니다. 왜 어떤 나라는 착취적 경제제도를 가지고 있고, 다른 나라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가지고 있느냐입니다. 애스모글루와 로빈슨 교수는 그 근원을 정치제도에서 찾았습니다. 포용적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에서는 포용적 경제제도가, 착취적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에서는 착취적 경제제도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포용적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는 다원주의에 기반한 자유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공정한 법을 세우고 질서를 확립하는 중앙집권적 정부가 있는 나라입니다. 착취적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는 전체주의를 바탕으로 독재가 이루어지거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중앙집권적 정부가 없어서 폭력을 휘두르는 단체가 힘없는 사람들을 착취하는 나라입니다. 공산주의 국가나 정부의 힘이 약해 마약 카르텔이 활개치는 멕시코, 페루 같은 나라가 이에 속합니다.

착취적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에서는 착취적 경제제도가 만들어져 경제가 발전하지 못합니다.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큰돈을 벌고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가난하게 삽니다. 중국, 러시아, 북한 같은 독재국가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착취적 정치제도를 가졌던 나라 중에서 집권 세력이 부를 독점하지 않고, 그나마 포용적 경제제도를 만들어 국가 경제를 성장시킨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우리나라가 그랬습니다.

공수처: 권력 있는 사람은 부자로 살고, 권력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게 살게 하는 기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합니다. 공수처는 대통령이 독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에 착취적 정치제도를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같은 아주 예외적인 통치자가 나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공수처 같은 곳을 만들지 못하게 해서 착취적 정치제도로 이행할 위험 자체를 없애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착취적 정치제도를 만들어지면 권력이 없는 일반 국민들은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재산을 갈취당할 가능성이 크고, 경제가 성장하지 못해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일반 국민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해야 하는 세 번째 이유입니다.

<참고문헌>

Acemoglu, Daron, and James A. Robinson. Why nations fail: The origins of power, prosperity, and poverty. Broadway Business,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