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재벌 기업의 총수들에게 하나의 권한만 남기고 다 포기하라고 하면 무엇을 선택할까요? 인사권입니다. 감사를 할 수 있는 권한, 대규모 투자의사결정을 할 권한, 사업을 매각하거나 인수합병을 할 권한 등 다른 모든 권한을 포기해도 인사권만 있으면 조직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 그것을 잘 수행한 사람을 승진시키고 잘하지 못한 사람을 좌천시키거나 내 보면 조직 장악이 가능합니다.

어제 글에서는 공수처가 현재의 검찰보다 정권의 시녀로서의 역할을 더 충실하게 수행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공수처를 설치하려는 법률안이 악법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현재의 검찰도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678636709

대통령이나 집권당이 검찰을 장악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도 검찰총장과 검사에 대한 인사권입니다. 우리나라가 현재 그런 상태입니다. 정치권력이 검찰을 장악하면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검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송기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수처 법률안의 제안 이유로 밝힌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 기구"가 필요합니다. 공수처를 만들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의 검찰 조직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검찰총장과 검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인사권을 대폭 약화시켜야 합니다. 검찰에 대한 인사제도를 바꿔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 검찰 개혁의 최우선과제입니다.

현재의 검찰 지배구조가 어떤지, 그것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해 보았습니다.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드는 현재의 검찰 지배구조

우리나라 검찰총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3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하고, 법무부 장관이 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여 검찰총장 후보자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후보자 중에서 1인을 선정하여, 국회 인사청문회에 넘긴 후 다시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습니다. 국회에서 임명에 동의해 주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습니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는데,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게 되어 있습니다. 검사의 인사는 법무부 검찰국에서 초안을 만들고 청와대와 검찰청에서 밀고 당기는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이런 지배구조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생각나는 것 4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재 검찰 지배구조의 문제점 1: 정치적 중립의 훼손

이런 지배구조하에서는 검사들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일하기가 어렵습니다. 정권의 뜻에 반하는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하는 검사들이 인사에서 좌천당하기 십상입니다. 지난 정권에서 대선 댓글 수사를 맡았던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 난 바 있습니다. 이번 정권에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번 정부에 칼을 겨눈 검사들이 검찰 인사에서 불이익을 봤고, '윤석열 사단'이 대거 요직에 임명되었다고 하지요.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540753

검사는 검찰청법 제43조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본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중립을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를 열심히 해서 정권의 미움을 받았고, 정권에서는 혼외자 스캔들을 만들어 사퇴시켰다고 하지요. 살아있는 권력의 말을 듣지 않으면 검찰총장까지도 물러나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일하기가 어렵겠지요.

현재 검찰 지배구조의 문제점 2: 거악 척결의 어려움

이런 지배구조에서 검사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기가 어렵습니다. 검사들은 정년이 보장되어 있으니 법률안으로 제시된 공수처 검사들보다는 눈치를 덜 보긴 하겠지만 그래도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권력형 비리는 비리의 규모도 매우 크고 국민들에게 끼치는 손해도 매우 큽니다. 권력을 잡은 자들이 검찰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규모 권력형 비리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런 비리가 저질러져도 수사하지 않거나 대충 수사한 후 기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거악(巨惡)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어렵고 발생한 후에도 범죄의 크기에 맞는 벌을 내리지도 못합니다.

현재 검찰 지배구조의 문제점 3: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어려움

검찰이 정권의 시녀가 되면 정권 유지나 정권 재창출에 방해가 되는 주체들에게 큰 벌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추진하는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려 큰 문제가 있는 정책이 좋은 정책인 것처럼 둔갑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의 친구들은 사적으로 만나면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지만 페이스북 같은 공적인 공간에서는 "좋아요"도 누르지 못합니다. 그로 인해 자신 혹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기업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발전에서 일하는 관리자들도 사적으로는 탈원전 정책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을 말하지만 공적인 공간에서는 말하지 못합니다. 수자원공사에서 일하는 관리자들도 사적으로는 4대강 보를 해체하는 것이 말도 안되는 정책이라고 말하지만 공적인 공간에서는 말하지 못합니다. 교수들도 정부의 나쁜 정책을 자유롭게 비판하지 않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에 서명했던 교수들 중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검찰 등을 통해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자신 혹은 자신이 일하는 조직을 핍박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최고의 과학철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에서 좋은 사회라고 보는 "개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개인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인 열린 사회가 되지 못하고 닫힌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부에서 중요한 정책을 내도 찬성하는 사람들만 목소리를 내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해 그 정책에 대해 여론이 찬성하는 것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주 나쁜 정책이 좋은 정책으로 둔갑하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검찰 지배구조의 문제점 4: 검사 수준의 하향 평준화와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저하

작년까지만 해도 청와대에서 손을 대는 검찰의 자리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청의 보직 중에서 중요한 자리 몇 개에 대해서만 청와대에서 관여했고 나머지는 검찰 내부의 기존의 인사 고과, 보임, 승진 관행을 따랐다고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수사에서 성과를 낸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가고 높은 직위로 승진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의 인사에서는 위의 중앙일보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윤석열 사단이라고 하는 과거의 중수부 (현재는 특수부) 출신들이 대거 발탁되고 청와대에서 손댄 자리도 많았다고 합니다. 성실하게 일하면서 성과를 낸 검사들이 아니라 특수부 인맥에 들어갔느냐 아니냐에 따라, 현 정권과 코드를 맞추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많은 자리가 좌우되었다고 합니다. 정권이 바뀌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번 정권에서 혜택을 본 검사들이 물을 먹고, 다음 정권에 코드를 맞춘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할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MBC나 KBS에서 일어난 일을 검찰이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MBC나 KBS에서 정권에 따라 인사 결정이 크게 바뀌면서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589356137

검찰은 경쟁 조직이 없기 때문에 MBC나 KBS처럼 몰락의 길을 걷진 않겠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출세를 원하는 검사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집권 세력을 봐주고 반대 세력에게는 큰 벌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민들이 검찰을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둘째, 정권이 바뀔 때마다 승자와 패자가 뒤바뀌기 때문에 검사들이 성실하게 자기 직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정치권에 줄을 대는데 신경을 많이 쓸 수 있습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높은 성과를 냈다고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사의 질이 떨어집니다. 검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겠지요.

셋째, 승자와 패자가 정권 교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직장 생활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에도 줄을 서고 싶지 않은데 줄을 서라고 하니 힘듭니다. 변호사로 개업해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검사들이 검찰을 그만두고, 상대적으로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검찰에 남아있게 됩니다. 검사들의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뛰어난 법률가들이 검사라는 직업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대부분의 검사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권 교체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뒤바뀌는 일이 반복되면 그런 검사들의 비율이 계속해서 줄어들 것입니다.

해결 방안 1: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최고사법평의회' 유사 조직 설치와 운영

송기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수처 법률안의 제안 이유로 밝힌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 기구"가 필요합니다. 공수처를 만들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의 검찰 조직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검찰 지배구조에서는 검사들이 정치권력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검찰총장에 앉힐 수 있고, 검사들의 인사를 제청하는 법무부 장관도 정치인들이 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력에서 인사권을 쥐고 있는 한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 기구"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이태리나 프랑스는 판사와 검사의 인사, 징계, 감찰을 관장하는 헌법상 기구인 "최고사법평의회"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판사들의 인사에 관여하는 법원 분과는 대법원장을 위원장으로 판사 5명, 검사 1명, 국사원 위원 1명, 대통령/상원의장/상원의장이 각 2명씩 지명하는 6명 등 15명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검찰의 인사에 관여하는 검찰분과는 검찰총장을 위원장으로 검사 5명, 판사 1명, 국사원 위원 1명, 대통령/상원의장/상원의장이 각 2명씩 지명하는 6명 등 15명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검사 5명, 판사 1명, 국사원 위원 1명은 해당 조직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고 합니다. 대법원 검사회의에서 선출된 고위직 검사 1명, 고검장 회의에서 선출된 고검장 1명, 검사장 회의에서 선출된 검사장 1명, 검사 회의에서 선출된 검사 2명, 판사 회의에서 선출된 판사 1명, 국사원 전체 회의에서 선출된 위원 1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법원 분과 소속의 국사위 위원 1명, 대통령/상원의장/상원의장이 각 2명씩 지명하는 6명이 검찰 분과에 소속된다고 합니다.

검찰총장과 고등검사장의 임명이 각료회의 의결사항이지만 이들의 인사에서 최고사법평의회의 의견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답니다. 평의회에서는 법무부가 추천한 후보자뿐만 아니라 법무부가 추천하지 않은 검사까지도 후보자로 조사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당사자를 불러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평의회의 의견이 검찰총장과 고등검사장의 임명에서 권고적 효력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것과는 천양지차입니다.

해결 방안 2: 검사 인사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대통령령으로 정한 <검사복무평정규칙>에 근거하여 검사들의 근무 성적과 자질 평정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평정 항목은 규칙에서 정한 다섯 가지(1. 인권옹호·청렴성, 2. 적시성·추진력, 3. 합리성·균형감·성실성, 4. 친절·소통·인화·자기절제, 5. 리더십·조직운영)를 포함하여 법무부 장관이 정합니다.

검사가 일하는 지방검찰청 또는 지방검찰청 지청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가 참여하는 평정회의에서 전체 복무평정 대상 검사에 대해서 복무평정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급자가 평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평가를 해야 하는데 등급별 비율이 지방검찰청이나 지청이라는 기관마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최종 등급은 기관장이 정합니다. 관리자 역할을 하는 고검 검사급 검사에 대해서는 다면 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상급자, 임용 동기, 부하검사, 검사가 아닌 직원들의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검찰청법 제35조의2에 따라 평정 결과를 보직, 전보 등의 인사관리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검찰청법과 검사복무평정규칙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별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검찰총장부터 정치권력에 의해 임명되고, 검사들도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법과 규칙이 정한 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평정 단계에서 정치권력의 시녀 역할을 잘한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그것을 활용해서 보직, 전보 결정을 할 때도 평정 결과를 무시하고 정권과 코드를 맞춘 사람을 좋은 자리에 앉힐 수 있습니다. 정치권력이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검찰총장의 임명에서 프랑스와 같이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약하게 만들어 놓았다면 검사들의 전보 결정은 검찰총장에게 맡겨 둬도 별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검사들의 승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승진심사위원회>를 만들어 결정하면 좋을 것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승진심사위원회가 20명으로, 대법원장을 위원장, 검찰총장을 부위원장으로 하고 법무부 감사실장, 법무국장, 직급별 검사회의와 판사회의에서 선출된 사법관 16명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프랑스와 유사하게 검찰총장을 위원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부위원장으로 하고 각 직급별 검사회의에서 선출된 다수의 검사로 승진심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검찰에 대한 인사제도를 바꿔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 검찰 개혁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검찰 개혁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입니다. 다른 제도를 아무리 잘 설계해도 정치권력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면 검찰이 정치권력으로 독립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제시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치권력이 검찰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참고자료>

프랑스의 사례는 지청장까지 하셨던 김종민 변호사님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블로그를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magist418/220653706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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