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평 / 정중헌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공연 ‘늙은 부부 이야기’
재미 있고 감정의 울림도 있지만
연극의 본령과 거리감이 있어 아쉬움

정중헌 이사장
정중헌 이사장

황혼의 로맨스와 가슴 먹먹한 이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늙은 부부 이야기> 두 커플 중 정한용 이화영의 주말 무대를 장기용 배우와 함께 관람했다.

관객이 많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워 시간가는 줄 몰랐다. 위성신의 원작은 오래 전부터 관객을 모았고 여러 배우들의 조합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이번 기획도 서울을 스타트로 전국 순회에 나선다고 들었다.

대학로 연극은 부진해도 유명 배우의 2인극은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그 1세대가 이순재 대배우를 비롯 신구, 강부자, 손숙 등인데 <장수상회>, <친정엄마> 등이 전국을 돌며 롱런하고 있다.

이번 <늙은 부부 이야기>의 김명곤-차유경, 정한용-이화영은 2인극 2세대인 셈이다. 김명곤 배우 외에 다른 배우들은 시니어 2인극 하기엔 좀 젊지 않나 생각했는데 정한용 이화령 배우 공연을 보면서 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공연 안내 포스터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공연 안내 포스터

텁텁한 목소리의 정한용은 상처한 후 황혼에 만난 아내를 끔찍히 사랑하다가 또다시 보낸 후의 아리고 허허로운 감정을 물흐르듯 연기했다. 남편 여의고 딸 셋을 출가시키느라 욕쟁이 할머니가 된 이화영의 연기가 이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외국에서 돌아온 후 <피고지고...> 등 여러 작품을 보았지만 이번 연기가 가장 좋았다. 너무 일찍 노역 아닐까 했는데 나이가 문제가 아님을 연기로 실감있게 보여주었다. 욕을 바가지로 해대는 성깔이며 화술이 노역의 아우라를 발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남편이 운전면허를 따 신혼여행을 떠나는 꿈에 부풀은 노부부는 아내의 병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사후에 받아온 면허증을 아내 사진 앞에서 보여주는 후반부에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재미도 있고 감정의 울림도 있는데 연극의 본령과는 뭔가 거리감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고령화 사회에서 이런 작품도 필요하다면 연극의 순수성을 되살린 묵직한 작품들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사진=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정중헌 이사장 페북
사진=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정중헌 이사장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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