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뉴욕(미국)=황효현 시민기자

이종이 서로 부딪힐 때 잡음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잡음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이성으로 그 잡음을 극복할 수 있다
많이 배운 사람이건, 생활현장에 일찍 나선 사람이건
뉴욕에는 잡음을 정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많아
잡음, 즉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가 진정한 뉴욕의 힘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성당에서 종교적 권위와 세속적 욕망 경계에 있는 것이 스테인드 글라스(Stained Glass)가 아닌가 싶습니다. Stain은 명사일 때 얼룩이라는 뜻이며, 동사로 쓰일때는 얼룩을 지게 하다는 뜻이라는데요. 이 단어와 관련하여 우리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용어가 스텐레스 스틸(stainless Steel)일 것 같습니다.

쇠는 쇠인데 녹이 슬지 않는 쇠 입니다. 벌겋게 녹이 슨 쇠를 보면 뭔가 좋은 시절 다 보낸, 지고 있는 꽃을 보는 듯해서 마음이 애잔합니다만 스텐레스 스틸은 닦아주면 다시 반짝반짝 빛이 나서 좋습니다. 이 새로운 물질을 이용해 만든 주방용기를 옛날 시골 어르신들이 스텡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녹 안스는 그릇을 녹 그릇으로 부른 셈입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문어적으로 해석하면 '얼룩진 유리창' 정도라 하겠는데, 아마도 초창기 스테인드 글라스는 좀 그래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먼지 낀 유리창을 어떻게 좀 보기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예술적 아이디어가 가미된 것일까요? 지금은 물론 당당한 예술의 한 분야로 자라잡고 있습니다. 햇볕에 비치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보고 있으면 그 다양한 색의 조화에서 조물주의 존재랄까, 자연의 위엄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먼지낀 유리창이 예술로 자리잡게 된 것은 그 다양한 색의 조화 덕분입니다. 창문이 힌색, 검은색으로만 칠해져 있으면 거기에 무슨 감동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중국에 잠시 거주할 때 시안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했다는 병마용은 양귀비의 목욕으로 유명한 화청지와 함께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입니다. 소개 책자에 의하면 지금까지 발견된 병마용은 전부 그 생김새가 다르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양새가 제각각인 이유는 병마용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자기 모습으로 만들라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만들어졌다면 금형으로 마구 찍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500여년 전을 살았던 사람들도 이렇게 생김새가 다양했음을 병마용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뉴욕은 살아있는 다양성의 현장입니다. 출근할 때, 퇴근할 때, 미팅을 위해 낮에 외출할 때, 혹은 식사하러 갈 때,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은 외모와 복장의 다양함 만큼이나 언어도 다양합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출신 국가와 사용하는 언어와 믿고 있는 종교와 상관없이 서로 어울려서 뉴욕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종이 서로 부딪힐 때 잡음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잡음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이성으로 그 잡음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많이 배운 사람이건, 생활현장에 일찍 나선 사람이건 상관없이 뉴욕에는 그 잡음을 정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저는 이 잡음, 즉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 이것이 진정한 뉴욕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