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써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바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부자의 자녀들이 더 큰 부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세습 자본주의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자들이 정치까지 지배하는 아주 나쁜 세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재산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자본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책을 낸 다음 해에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경제학 학술지인 American Economic Review에서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고 자백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582488468
2019년 9월 12일에는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책을 발간될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발간되지 않아서 필자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오마이뉴스에서 핵심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핵심 주장은 재산에 대해 높은 누진세를 매기고 그렇게 해서 모은 세금으로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되는 시점에서 기본 재산을 주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일 인당 평균 자산이 20만 유로인데 25세가 되면 그것의 60%인 12만 유로를 주자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실현 가능한지 와 그렇게 하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지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정책을 실현하려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동의해야 합니다. 몇 개 나라만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 뛰어난 기업가, 재산가들이 대거 그런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로 갈 것입니다. 자본가들에게 세금을 거두고 싶어도 세금을 낼 자본가들이 별로 없어서 성인이 되는 청년들에게 나누어 줄 자본이 별로 없습니다.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이 소득세를 대폭 올리자 고소득자들이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례나 미국에서 최고 소득세율을 91%까지 올렸을 때 해외 재산 유출이나 기업 해외 이전을 통해 그 세율로 세금을 낸 사람이 거의 없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둘째, 이런 정책을 시행했을 때 더 좋은 세상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최상류층의 소득세와 상속세를 90%까지 확대한다면 누가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기업가가 될까요? 미국에서 최고 소득세율을 91%까지 올렸을 때도 창업을 한 사람들이 많았고, 기업도 잘 컸다는 반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기업의 본사를 조세회피처(Tax Haven)로 이전할 수 있었고, 자본 이득을 미래로 이연하면서 91% 소득세율을 회피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를 세워 성장시켰더라도 주식을 매각하지 않으면 소득으로 잡히지 않고, 주식에 투자를 했더라도 해당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으면 소득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91%의 소득세율을 회피할 다양한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모든 길이 막혀 있고, 평생 일해서 모은 재산의 90%를 세금으로 거두어간다면 누가 기업을 세우고 재산을 모을까요? 기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누가 국부를 창출할까요?
어차피 헛소리이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한 걸음 더 나가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굳이 한 나라에서만 기본자본 제도를 시행해야 할까요? 부자들에게 거둔 세금을 전 세계 차원에서 모아 모든 나라에서 25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동일한 금액을 나누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어느 나라에 태어났건 상관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25세를 시작하니 더 좋은 세상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