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써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바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부자의 자녀들이 더 큰 부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세습 자본주의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자들이 정치까지 지배하는 아주 나쁜 세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재산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자본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책을 낸 다음 해에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경제학 학술지인 American Economic Review에서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고 자백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582488468

2019년 9월 12일에는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책을 발간될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발간되지 않아서 필자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오마이뉴스에서 핵심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Premium/at_pg.aspx?CNTN_CD=A0002567973&PAGE_CD=N000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top2&CMPT_CD=E0027

핵심 주장은 재산에 대해 높은 누진세를 매기고 그렇게 해서 모은 세금으로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되는 시점에서 기본 재산을 주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일 인당 평균 자산이 20만 유로인데 25세가 되면 그것의 60%인 12만 유로를 주자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실현 가능한지 와 그렇게 하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지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정책을 실현하려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동의해야 합니다. 몇 개 나라만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 뛰어난 기업가, 재산가들이 대거 그런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로 갈 것입니다. 자본가들에게 세금을 거두고 싶어도 세금을 낼 자본가들이 별로 없어서 성인이 되는 청년들에게 나누어 줄 자본이 별로 없습니다.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이 소득세를 대폭 올리자 고소득자들이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례나 미국에서 최고 소득세율을 91%까지 올렸을 때 해외 재산 유출이나 기업 해외 이전을 통해 그 세율로 세금을 낸 사람이 거의 없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둘째, 이런 정책을 시행했을 때 더 좋은 세상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최상류층의 소득세와 상속세를 90%까지 확대한다면 누가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기업가가 될까요? 미국에서 최고 소득세율을 91%까지 올렸을 때도 창업을 한 사람들이 많았고, 기업도 잘 컸다는 반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기업의 본사를 조세회피처(Tax Haven)로 이전할 수 있었고, 자본 이득을 미래로 이연하면서 91% 소득세율을 회피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를 세워 성장시켰더라도 주식을 매각하지 않으면 소득으로 잡히지 않고, 주식에 투자를 했더라도 해당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으면 소득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91%의 소득세율을 회피할 다양한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모든 길이 막혀 있고, 평생 일해서 모은 재산의 90%를 세금으로 거두어간다면 누가 기업을 세우고 재산을 모을까요? 기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누가 국부를 창출할까요?

​어차피 헛소리이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한 걸음 더 나가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굳이 한 나라에서만 기본자본 제도를 시행해야 할까요? 부자들에게 거둔 세금을 전 세계 차원에서 모아 모든 나라에서 25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동일한 금액을 나누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어느 나라에 태어났건 상관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25세를 시작하니 더 좋은 세상이 아닐까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