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필자는 행복경영을 위해서는 상대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상대평가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경쟁자로 만들어 직장 생활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556931715

SKT는 2018년에 상대평가를 폐지했습니다. 상대평가는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연봉 인상, 보너스, 승급, 승진, 해고 등을 위한 기초 자료로 쓰이기 때문에 폐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SKT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상대평가도 없애고 등급도 없앴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1년에 한 번 인사고과를 하면서 S, A, B, C 같은 등급을 부여합니다. 제한을 두지 않으면 상급자가 부하들에게 좋은 등급을 주는 관대화 경향이 생깁니다. 그래서 강제 할당제를 씁니다. S 10% 이내, A 40 %, B 40%, C 10 % 이내 같은 방식으로 등급을 부여하도록 합니다. C를 주지 않으려면 S를 주지 못하게 하는 제한을 걸기도 합니다. 이 등급을 바탕으로 보너스 액수를 결정하고, 몇 년 치의 평가 등급을 고려하여 승진자를 결정합니다. 같은 팀 내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강제 할당식 상대평가를 해왔던 SKT는 2018년부터 상대평가를 폐지했습니다. 등급을 매기지도 않습니다. AI, 빅데이터, 미디어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활용하는 신사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팀 내 구성원 간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 제도가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팀 내에서 상호 협력하여 혁신을 하도록 하고, 서로 다른 부서들이 협력하도록 하고, 외부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개방적 혁신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성과 관리 방식과 인사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1년에 한 번 이루어지는 인사고과가 구성원들의 성과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SKT는 구성원들이 하는 주요 업무(Task)와 그 업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하고, 스스로 목표 달성 정도를 입력하도록 하고, 자신과 동료들이 검토하고 피드백하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리더가 달성도를 평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업무를 수행할지, 목표 수준을 어떻게 할지를 정할 때는 업무 담당자와 상급자가 상의합니다. 프로젝트가 떠서 팀원이 프로젝트 책임자가 되고 동료 팀원 혹은 다른 부서 팀원들이 프로젝트 참여자로 일할 때는 해당 프로젝트 책임자가 성과 관리 책임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애자일 조직 혹은 홀라크라시(Holacracy)를 도입한 것입니다. 이 시스템에는 컴퓨터나 휴대폰을 통해 접속할 수 있고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답니다. 1년에 한 번 인사고과하던 것을 연중 상시 업무 성과 관리 시스템으로 바꾼 것입니다. SKT에서는 구성원 1인당 연간 평균 5개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저성과자, 고성과자, 연봉 수준 승급 대상자 선별

SKT가 상대평가를 없앴다고 해서 등급을 완전히 철폐하지는 않았습니다. 업무 별로 상시 성과관리한 결과를 모아 1차 평가자가 People & Performance Review를 진행합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임원 단위 조직별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2~3차에 걸쳐 Talent Session을 진행합니다. 임원과 팀장들이 위원회의 주요 구성원입니다. 여기서 저성과자, 고성과자, 연봉 수준 승급 대상자를 선정하고 HR 부서에서 최종 결정합니다. 저성과자를 의무적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제한은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고성과자 T/O도 없지만 가만히 두면 관대화 경향으로 인해 고성과자가 너무 많아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HR 부서에서 조정합니다.

연봉 인상

구성원들의 연봉은 노사 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한 인상률을 따릅니다. 다만 저성과자로 분류된 구성원의 연봉은 인상되지 않습니다. Talent Session에서 성과와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연봉을 많이 올려주어야 한다고 평가받은 사람은 노사가 합의한 인상률보다 더 높은 인상률이 적용됩니다.

SKT에서는 직원들에 대해 두 개의 연봉 밴드(Pay Band)를 두고 있습니다. 과거 직급을 기준으로 하면 사원에서 과장까지를 하나의 밴드로, 차장과 부장을 또 다른 밴드로 묶은 것입니다. 연봉 밴드를 높이는 결정도 Talent Session에서 합니다. 다만, 임원 단위 조직의 연간 인건비 총액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Talent Session에서 많은 사람의 연봉 밴드를 올려 줄 수는 없습니다.

보너스 지급

SKT는 회사의 연간 성과를 바탕으로 보너스로 지급할 총액을 정합니다. IB Pot(Incentive Bonus Pot)이라고 합니다. 이중 대부분은 구성원들에게 동일한 액수로 지급됩니다. 삼성전자 등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기본 연봉에 일정 비율을 곱해 보너스를 지급합니다. 연봉이 높은 사람들이 더 많은 보너스를 받습니다. SKT가 다른 기업들보다는 평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금액을 부서의 성과, 개인의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합니다. Talent Session에서 저성과자로 선정된 사람은 보너스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고성과자로 선정된 사람은 평균 이상의 보너스를 받습니다.

직급 승진 폐지

SKT는 오래전에 직원들의 직급을 없앴습니다.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 같은 호칭이 없다는 것입니다. 관리자 이외의 구성원에 대해서는 모두 "매니저"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님"을 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직급 승진은 없습니다. 연봉 밴드가 있고, 파트장, 팀장 같은 직책은 있습니다. 팀장이나 파트장이었다가 팀원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2019년에는 그룹 차원에서 임원들의 직급도 폐지했습니다.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의 직급을 없앴습니다. 정기 승급이나 정기 승진이라는 개념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팀장 및 임원 선발과 배치

대부분의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인사고과 결과들을 누적해서 직급 승진을 시키고 있습니다. 팀장을 시킬 때도 승진서열명부를 만들어 결정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상대평가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습니다. 절대평가를 하도록 하면 마음씨 좋은 상급자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회사에서는 부하들을 많이 승진시키는 상사가 좋은 상사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상사들이 어떻게 인사고과를 해야 자기 부서에서 승진자를 많이 배출할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해당 직급에 갖 올라온 사람들에게는 나쁜 등급을 주고 근무 연한에 의해 승진 대상자가 된 사람에게 높은 등급을 줍니다. 인사고과 결과와 실제 회사에 대한 기여가 분리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SKT에서는 팀장이나 임원을 선정하고 배치할 때 인사고과 점수를 반영할 수 없습니다. 팀장을 뽑을 때는 임원의 추천을 받아 해당 구성원이 그 직무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과거에 일을 잘 했다고 해서 팀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팀장을 역할을 잘 수행할만한 역량이 있는지에 따라 팀장으로 승진한다는 것입니다. 임원 승진의 경우에도 기존 임원들의 추천, 임원으로 승진하고 나서 맡을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바탕으로 결정합니다.

결론: 상대평가 폐지를 통해 인사제도를 혁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평가와 평가 등급이 없어진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진 차장이나 부장급 인력 중에서는 확실한 등급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고 합니다. 상대평가를 없앰으로써 같은 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일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가장 자주 보는 사람이 경쟁자가 아니라 동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종업원 수라는 면에서 성장이 둔화되면서 승급률과 승진율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승급, 승진자를 발표할 때 초상집 분위기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성장을 잘 할 때는 좋은 제도였던 상대평가, 정기 승급과 정기 승진이 이제는 나쁜 제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반 이상이 제때에 승급, 승진을 못해 애사심이 떨어지고, 패배감에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도 상대평가, 정기 승급, 정기 승진을 폐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다른 기업들도 SKT의 사례를 참고하여 상대평가 폐지를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문헌>

김지수. 2018. 비등급 절대평가 체계 도입: SK텔레콤. 월간 인사관리 6월호. 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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