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민용 ‘우리 말글 산책’(13)] 귀가 멍멍할 수는 없다
\[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엄민용 기자의 우리 말글 산책’을 주 1회 연재합니다. 경향신문의 엄민용 기자(부국장)는 정확한 우리 말글 사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입니다.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글쓰기 바로쓰기 특강 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옛말에 과공비례(過恭非禮)라고 했습니다. 지나친 공경은 오히려 예의에 어긋난다는 얘기죠. 이는 행동뿐 아니라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쓸데없이 존대의 표현을 써서 엉뚱한 말을 만드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런 말 중에서 대표적인 표현이 “우리 할아버지는 귀를 잡수시어 아무것도 못 들으셔” 따위 문장에서 보이는 ‘귀가 잡수시다’입니다. ‘귀(가) 먹다’의 높임말이 ‘귀(를) 잡수다’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먹다’의 의미를 잘못 생각한 것입니다. ‘잡수다’는 “음식 따위를 입을 통해 배 속에 들여보내다”를 뜻하는 ‘먹다’의 높임말입니다. “조반을 잡수다” “약주를 잡수다 ” “아버지께서 진지를 잡수고 계신다” 등으로 쓰이는 것이죠. 그러나 ‘귀가 먹다’에서 쓰인 ‘먹다’는 “귀나 코가 막혀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를 뜻하는

